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55화 (155/450)

6년 5화

어둠

무슨 이야기였는지, 불을 켜지 않고 욕실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그녀와 비슷한 나이였던 나는 문득 불을 켜지 않고 욕실에 들어갈 생각을 했다. 이유다운 이유는 없고, 그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나이였을 뿐이었던 것 같다.

달빛이 창문으로 비쳤고, 그렇지 않더라도 수도꼭지나 샴푸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다. 애초에 머리를 감을 땐 눈을 감고 움직이니 익숙한 법이다. 어머니는 미끄러져서 죽으니까 하지 말라고 겁을 주셨지만, 약간의 스릴도 있어서 재미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가 관심을 보였다. 자신도 깜깜한 욕실에 들어가고 싶다면서. 다녀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녀는 혼자 씻지 못한다. 그럼 해볼까, 라는 이야기가 되었다. 둘이 같이 들어가면 어두워도 밝아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지만.

모처럼이므로 방의 불도 끄고 옷을 벗는 부분부터 어둡게 해본다. 신기하게도 어두워진 순간 그녀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 확실히 내 기억력은 나쁘다. 나쁘기도 하지만, 그녀가 신경 써서 입은 패션도 일일이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이겠지.

버튼이 달린 옷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땠던가. 떠올리며 가슴팍을 더듬었더니, 평소보다 손놀림이 야하다는 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을 뿐이지,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겨우겨우 웃옷을 벗겨도 아직 속옷이 남아있다. 언제였던가 샀던 브래지어다.

스포츠 브라처럼 몸에 딱 맞는 형태라 적당한 곳을 잡아당겨도 잘 벗겨지지 않는다. 자락을 찾기 위해 손을 움직이자, 그녀의 가슴도 꽤 자란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가슴을 밥그릇이나 로켓형이라고 말하는데, 끝이 뾰족한 산 같은 모양이다. 뒤에서 안으며 만지는 것은 앞에서 만지는 것과 느낌부터 다르다.

무심코 찬찬히 만져버렸지만, 지적을 받고 나서야 하반신으로 넘어간다. 변태 같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다. 청바지의 지퍼를 내려 허리를 편하게 해준다.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스스로 다리를 꺼내게 한다. 이건 어두워도 똑같다.

허리 주변을 찾아 속옷을 내린다. 고간은 약간 축축해져 있다. 흥분시키고 말았나. 장난을 할 생각으로 입을 가져간다. 꼭 닫힌 살에 혀를 기자, 힘이 빠졌는지 갑자기 엉덩이가 주저앉는다. 안고 있었으니 큰일은 없었지만, 그녀는 양손을 내 어깨에 둘렀다.

평소에 보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새삼 작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작은 곳에 내 물건이 반 가깝게 들어가는 것이 굉장하다. 어두우면 대담해지는지, 점점 혀를 뻗어 안쪽 깊은 곳까지 탐구심이 부풀어간다. 조금씩 스며들던 애액이 어느 부분을 지나자 더욱 넘치듯 흘러나온다.

턱 아래에 방울지는 액체를 느끼며 입을 움직이자, 그녀가 신음했다. 앞니가 스쳐서 살을 깨물었다는 것이 내게도 알 수 있었다. 알몸으로 있는 것도 몸에 나쁜가, 하고 새삼 생각했다. 욕실에 가 있도록 말하자, 털썩 앉더니 양말도 벗겨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

어림으로 다리를 잡아 양말을 양쪽 모두 벗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양다리를 벌린 모습을 하고 있다. 눈앞에 그녀가 가랑이를 벌리고 있을 터였다. 평소 같으면 양말 정도는 스스로 벗을 테니 이어서 하라는 신호일까. 다리를 이정표 삼아 중심을 향한다.

기대를 배신하기는 그렇지만, 예상은 배신해주고 싶다. 허벅지를 붙잡고 확 들어 올린다. 그녀가 견디지 못하고 위를 향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녀가 당황한 것을 느끼며 질보다 더욱 아래에 얼굴을 가져간다. 솔직히 말해서 냄새난다. 냄새나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깔끔하게 닦고 있는 덕분이겠지.

엉덩이의 구멍에 숨을 불어주자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각오를 다지고 혀를 기어보자, 척 봐도 당황한 것처럼 구멍이 오므라들었다. 손가락이나 입과는 다른 동물적인 반응을 보인다. 혀를 멈추면 느슨해지고, 기면 조여든다. 오랜만에 솔직한 그녀를 본 것 같아서 어쩐지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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