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56화 (156/450)

6년 6화

부탁

눈을 감는 건 똑같은데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물어보니 평소보다 두근두근 하다고. 눈꺼풀의 뒤편이 하얀지 검은지의 차이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다. 나로서는 어두워도 머리나 몸을 씻기는 데는 별 다름이 없다. 샴푸 위치가 약간 찾기 어려운 정도일까.

엉덩이를 핥고 나서는 허둥지둥 욕실로 들어갔는데, 변태다 변태다 하고 실컷 놀림당했다. 스스로 다리를 벌린 아이에게 들으니 분하지만, 부정은 할 수 없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키스를 하려고 하면 싫어한다. 입을 수차례 헹구고 좋아하니까, 라는 등 속삭이고 나서야 겨우 허락이 떨어졌다.

등을 씻겨주고 있는데 엉덩이로 하고 싶은가, 하고 묻는다. 어디서 알았을까. 조금 걱정되기도 해서 물어보니, 그녀의 방에 있는 만화에 쓰여있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방은 예전에 나와 누나가 쓰던 아이 방으로, 누나가 없어지고 나서는 내 방이기도 했다.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정리하지 않은 야한 책도 그대로 있었겠지.

이런저런 기술이 향상되고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요즘 소녀용 패션 잡지는 그런 것도 나오는구나,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혹시, 대부분은 내 책에서 나온 지식이었던 것이 아닐까. 세세한 테크닉까지는 쓰여있지 않더라도 여배우의 사진이나 만화를 보면 알 수 있는 것도 있겠지.

내가 없는 동안 DVD 같은 것도 보았을까.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작게 수긍했다. 상당히, 야한 아이로 성장했다. 적극적인 여자아이는 좋아하지만, 어쩐지 망설임을 기억했다. 성적인 저항감도 옅을 테니, 흥미본위로 나쁜 어른을 따라가거나 하지는 않을까.

나도 모르게, 이상한 남자를 따라가면 안 된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목을 조르는 듯한 말이다. 무언가 말하려는 그녀를 얼버무리듯 가슴을 주무른다. 엉덩이로 할 생각은 없다, 하고 억지로 이야기를 되돌렸다. 솔직히, 흥미는 있다. 흥미는 있으니까 알아본 것이다.

고등학생 정도였을까. 여자친구도 없는 주제에 흥미본위로 알아보았는데, 엉덩이로 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하지만 엉덩이는 내보내는 부위지 넣는 곳이 아니다. 넣고 빼기를 반복할수록 근육이 느슨해져 기저귀를 차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게 되는 일도 있다. 소중하게 키운 그녀를 폐인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그렇게 설명하자 흐응, 하고 매정한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은 감동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멋대로인 생각이었다. 심지어는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말을 꺼냈다. 몇 번이면 위험한지는 아무도 모르고, 해봐서 나빠진다면 돌이킬 수가 없다.

하고 싶어 하는 그녀와 거부하는 나라는 것도 드문 상황이었다. 왜 그렇게 집요하게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호기심으로 아무하고나 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잘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문답을 반복하는 동안, 아무래도 그녀는 내게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콘돔을 사용해서 하기에는 서로 위화감이 있어서 결국 입이나 손으로 돌아갔다. 그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엉덩이를 핥은 것이다. 그래서 책이나 DVD에서 본 것처럼 엉덩이로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고, 자기가 변태라고 웃은 탓에 사양해서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금 장난을 칠 생각이기는 했지만, 그런 속셈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남자라면 한 번 정도는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 상대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도 거짓말은 아니다. 소중하기에 욕망을 억누르는 것을 평가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간신히 납득하고 서로 껴안고 있자, 드물게도 그녀가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 살결의 따스함이라고 할까, 그녀는 안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것도 가능하면 맨 살결을 맞대며 잠들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내가 흥분해서 가슴이나 고간을 만져댄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것도 미안하니까 엉덩이라도 좋다면 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내가 사시사철 발정하고 있다는 듯한 말투에는 하고 싶은 말이 없지는 않다. 맞닿으면 고간이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싶다. 하지만 드문 부탁이니 들어주기로 했다. 알몸으로 부둥켜안고 자는 모습을 들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넘어갈 수는 없겠지. 새삼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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