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8화
채점
기계는 하나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마주하고 곡을 선택하게 된다. 데이트할 때 노래방에 가는 것은 이런 이유였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는 CD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악밖에 모른다. 알고 있는 곡이 겹치니까 같이 보더라도 불편함은 없다.
내가 가르친 탓에 그녀의 취미는 완전히 독서뿐으로 음악은 듣지 않는다. 더 다양하게 들려주었다면 부를 수 있는 곡도 늘었을지도 모른다. 후회스럽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CD를 사준다고 해도 잘 듣지 않을 느낌이 든다. 활자 중독자는 활자 외에는 딱히 흥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첫 곡은 상당히 낡은 곡이었다. 어디서 이런 곡을 배웠나 싶었더니 음악 교과서에 실려있었다고. 담배 냄새가 밴 셔츠라든가, 반년이나 손을 잡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니 말하지 못할 복잡한 기분이 든다. 난 담배를 피지 않고, 만난 당일에 키스를 강요했다.
가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노래는 아주 능숙했다. 능숙하다고 할까, 빠져든다. 코에 걸리는 달콤한 목소리가 귀를 지나간다. 느긋한 곡조이기도 해서 몰입이 잘 되는지도 모르겠다. 유아였을 때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돌아갈 수 없다는 소절은 특히 마음이 담긴 것처럼 들렸다.
연인과 함께 노래방에 오는 경험은 처음이지만, 꽤 쑥스럽다. 친구가 노래하는 곡의 가사 같은 건 신경 써서 들어본 적이 없다. 적당히 손뼉을 치거나 잡담할 뿐이다. 하지만 연인의, 심지어 러브송이라면 전혀 달라진다. 자신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건가 하고 두근두근하다.
이렇게 되면 어떤 노래를 돌려줘야 할까. 내게 있어 노래방이란 적당한 곡을 부르고 차를 마시는 곳일 뿐이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유행하는 곡은 알고 있지만 어느 곡이건 키가 높다. 남들보다 한층 목소리가 낮은 탓이다. 그녀에게 숨어서 장르 검색을 했더니 남성 아이돌 그룹의 곡이 추천되었다. 이런 기능을 붙여두니까 노래방도 참 잘 되어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고는 해도, 그녀는 거의 내 취향대로 기르고 있다. 노래하면서 조금 아닌가 싶기는 했어도 그녀는 기쁘게 웃고 있었다. 단순히 널 좋아해, 라는 직접적인 가사가 좋았겠지. 츄우츄우, 하고 울고 있지만 여기서는 할 수 없다.
한바탕 노래하고 나자 전화가 울렸다. 곧 예약한 시간이 끝난다고. 채점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오늘은 그걸 위해서 온 것이다. 지금부터 나가면 늦은 점심시간이 된다. 채점은 나중에 해도 될까, 하고 말하며 뒤돌아보자 그녀는 단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노래하고 싶은지 물어보자 크게 끄덕인다. 가게도 혼잡하지는 않은 모양이니 두 시간 더 연장했다. 수화기를 돌려놓고 그녀에게서 단말을 뺏은 대신에 메뉴를 넘겼다. 책상 위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확인했으니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저 벌써 낮이 되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노래방의 식사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해서 잡다하고 풍부한 종류를 자랑했다. 야끼소바나 오코노미야끼 같은 포장마차스러운 것부터 파스타나 피자 같은 이탈리안도 있다. 마지막 줄에는 소프트 드링크 말고도 맥주까지 있다. 집에는 걸어서 돌아갈 수 있는 거리다. 마셔도 되는지 물어보자, 그녀가 노려본다. 딱히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니다. 주말에 한두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오후부터는 채점 기능을 켜고 요즘 곡을 불러보았다. 음악을 별로 듣지 않는다고는 해도 TV에서 자주 흐르는 아이돌 곡 정도는 부를 수 있다고 한다. 과연 현역 여자 초등학생이라고 할까, 어떤 곡이라도 키를 바꾸지 않고 부르고 있었다. 점수는 팔십 점 약간으로 낮지는 않겠지만 높지도 않다. 그럭저럭 이겠지.
나는 어떠냐면, 요즘 곡은 전혀 부를 수 없다. 유행할만한 남성 보컬 곡은 예전부터 어째선지 키가 높다. 덕분에 낮은 목소리로 불러봐도 원곡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려서 그녀에게도 실컷 웃어졌다. 이상한 곡이지만 음정은 나쁘지 않아서 점수는 구십 점을 넘고는 한다. 연상의 실력을 보여주었을 뿐이지만, 그녀는 왠지 불만이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