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59화 (159/450)

6년 9화

운치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가 목욕 수건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어디였던가. 생각해봐도 딱 떠오르지 않는다. 몇 개 정도는 있었다고 기억한다. 받은 것도 있고 버리지는 않았으니 서랍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서랍을 찾으러 갔다.

우리 집에서는 씻고 목욕 수건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관 같은 곳에 두는 긴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그녀의 경우 머리가 길어서 머리와 몸에 한 장씩 사용하고 있다. 내가 처음 눈치챘을 때부터 그랬으니 왜 그런지는 모른다. 아마, 어머니가 신경질적인 성격이라서 그랬겠지.

듣자 하니 목욕 수건은 몸을 닦아도 삼 일에서 일주일은 빨지 않는 법이라고 한다. 어머니도, 그 어머니에게 길러진 나나 누나도 그런 건 두고 볼 수 없다. 매일 세탁한 것을 사용하고 싶다. 그래서 목욕 수건은 매일 바꾸기에는 너무 크므로 자연스럽게 작은 수건을 쓰게 되었으리라.

내가 방에 돌아가서 몸단장을 마치고 거실로 돌아와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크하고 그녀의 방을 엿보니 서랍에서 꺼낸 앨범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청소를 못 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빨리 정리하고 저녁을 먹자, 라고 말하니 손에 앨범을 든 채로 식탁에 앉았다.

황새치 절임 구이나 *니코로가시 등, 그녀의 음식 솜씨는 상당히 숙달되었다. 누나의 지도를 받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매일 하고 있기 때문에 얻은 결실이기도 하다. 짜증 내며 냄비에 든 것을 내던지던 때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의 변화다. *남자는 삼 일 만나지 않으면, 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성장은 눈이 크게 뜨일 정도였다.

식후에 키스를 하니 간장과 국물의 냄새가 난다. 나도 같은 것을 먹었는데도 맛을 느끼는 것이 신기하다. 혀를 얽히자 이빨 사이에 남아있던 밥알이나 생선 조각이 들어온다. 키스랑은 또 다른지 그녀는 눈을 헤엄치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면 항상 TV를 켜는데,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앨범을 넓히려고 한다. 본다고 곤란한 것은 아니지만 부끄러우니 보고 싶지는 않다. 꼭 보고 싶다면 뭔가 해야 할 것이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해주었다.

고민한 끝에 그녀는 방에서 점수표를 꺼내왔다. 닳아서 끝부분은 거의 떨어져 있다. 만든 건 나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오랜만이다. 마음대로 고르라는 뜻이겠지. 기회를 엿본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생각나서 방으로 돌아갔다. 언제였는지 주문했던 물건이 있다.

상자를 넘기고 열어보라고 재촉했다. 나도 안은 확인한 적이 없는데, 오더 메이드이기 때문일까. 작은 아타셰 케이스 같은 상자 속에 벨벳에 감싸인 가죽 정조대가 있었다. 충분한 값어치였다.

이게 무엇인가, 하고 묻기에 이름과 용도를 알려주었다. 그걸 듣고도 처녀가 아닌데, 하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처녀만 정조를 지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닌 사람에게 만져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라고 말하니까 고간 이외는 괜찮냐고 한다.

규명하자면 정조대라고 해도 조크 굿즈 같은 것이기도 하다. 현대에서는 정조대를 해도 펜치든 뭐든 사용해서 쉽게 떼어낼 수가 있다. 고간만 지키면 누군가와 키스하거나 펠라치오를 하는 것은 괜찮냐는 이야기도 된다. 물론 비슷할 정도로 견디기 어렵다. 혹은 강간당하는 것보다 그녀 스스로 타인에게 봉사하는 모습 쪽이 더 충격이 크리라.

한순간 납득할 뻔했지만 다시 생각한다. 정조대란 로망이다. 내가 그녀를 관리하고 있으며 그것을 그녀가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상황이나 관계성이 좋은 것이지 실용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이상 밖에서 입을 수도 없다.

이렇게 부탁해도 안 되나, 하고 물어보니 쉽게 입어주었다. 이전에 보여준 금속제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재빨리 정위치에 입고는 앨범을 펼치고 말았다. 할 일은 했다는 태도다. 뭐라고 할까, 운치가 없다.

*토란 등을 굴리며 조리는 요리

*남자는 삼 일만 만나지 않아도 몹시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일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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