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10화
시츄에이션
저번에 그녀가 찾았던 사진은 태어나고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가 중심이었다. 이번에 찾은 것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서 졸업 정도까지다. 중학교부터는 사진 찍기를 싫어해서 피해 다녔고, 대부분은 누나가 가지고 갔으니 이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내용은 대부분이 여행 중에 찍은 것이다. 부모님은 여행을 좋아해서 연휴가 오면 반드시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났다. 미안하지만, 딱히 여행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다양한 곳을 다녀보았을 테지만 먹을 것이나 풍경이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는 유원지 말고는 멀리 나가본 적이 없다.
이번에 여행을 가볼까, 하고 묻자 멍한 표정을 짓는다. 시설에서 자라 이곳에 와서도 집과 학교 외에는 역 근처를 왕복하고 있을 뿐이다. 주된 생활권은 집과 슈퍼이니 그 외의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TV의 여행 프로그램 몇 가지를 예로 들며 그런 곳에 가보고 싶지 않은가, 하고 재차 물어보았다.
그러나 돈이 들 것 같으니까 됐어, 하고 매정한 대답을 돌려준다. 완전히 발상이 빈곤해진 느낌이 든다. 이런 아이는 아내로 삼으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제멋대로인 편이 귀여워하는 보람이 있다. 기쁜 일인지 슬픈 일인지.
얼른 앨범으로 돌아간 그녀는 작은 나나 누나를 가리키며 꺅꺅하고 웃고 있다. 하얀 피부 탓에 탈을 쓴 듯한 얼굴이었던 나는 이때 자주 여자아이로 오해를 받고는 했다. 다시 봐도 남자아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왜 그렇게 오해를 받았던 걸까.
재미있어한 누나가 내게 기모노를 입히거나 스커트를 입힌 사진도 몇 장인가 있었다. 이건 누구냐고 묻기에 설명한다. 그러자 그녀는 폭소하며 내 뺨을 탁탁 두드린다. 이렇게 아저씨 같은데, 라고 말하며 수염을 쓱쓱 문지른다. 여자 같다는 것도 굴욕적이지만, 아저씨도 상당히 충격이다.
앨범을 칠할 정도 넘긴 시점에서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가더니 곧장 되돌아온다. 용무를 보고 싶은데 벗을 수가 없다. 그건 입을 때부터 알아챌 법한 일이다만. 앨범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좀 더 생각하며 들어야 한다는 말도 흘려듣더니 됐으니까 벗겨라, 라고 한다. 이미 벗겨줄 생각이었는데 이런 태도를 보이면 생각도 변한다. 한 번 뽑아주면 벗겨주겠다, 라고 말하고 말았다. 나지만 만화를 너무 많이 읽었다.
단지, 그런 귀축스러운 대사를 뱉었다가는 그냥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슬픈 점이다. 그녀가 진심으로 화를 낼 뻔해서,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만 심술을 부렸다, 하고 달래야만 한다. 그 한 마디로 얼버무려지지는 않았겠지만, 마지못해서라도 해주는 흐름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입만으로 지퍼를 열고 꺼내겠지만, 여유가 없는 탓이겠지. 언제든 갈 수 있을 때는 그렇지도 않지만, 막상 갈 수 없어지면 뇨의는 더 절박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밀어 넘어트리며 내 자세를 바꾸더니 재빨리 하반신을 노출시켜버린다.
넘어진 내 위에 지워지듯 그녀가 다리 사이를 덮친다. 뇨의를 참을 수 없는 탓인지 엉덩이를 흔들며 허벅지를 비비는 모습이 무척 선정적이다. 그런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평소보다 몇 배나 기세를 더해 거칠게 문질러져 눈 깜빡할 사이에 내버리고 말았다.
자주 보는 시츄에이션이지만, 실제로 당해보니 전혀 기분 좋지 않았다. 그저 오로지 달하게 할 뿐이니 즐길 틈도 없다. 빨리 벗기라고 재촉당하고, 벗겨주면 벗겨준 대로 노려본다. 그녀의 기분이 나빠졌을 뿐 아무런 이득이 없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그녀가 정조대를 쓰레기통에 던지려고 하기에 필사적으로 말렸다. 이대로 버려지면 0승 1패로 완전히 쓸모없는 짓이 되어버린다. 싹싹 빌면서 비쌌다는 말을 꺼내니 겨우 용서해주었다. 대신 쓸데없는 것으로 낭비하지 말라며 신용카드를 뺏기고 말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