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11화
목욕 가운
목욕을 마치고 나서는 그녀가 찾아온 목욕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무척 몽실몽실해서 기분이 좋다고 하지만, 그건 목욕 수건이 굉장한 것이 아니라 자주 쓰지 않아서 보풀이 일지 않은 탓이겠지. 유연제를 쓰면 우리 집 수건도 보드라워지지 않을까.
몸을 감싸는 건 좋은데 머리는 머리대로 젖은 그대로다. 결국 수건 한 장을 더 꺼내서 머리를 닦았으니 빨랫감이 늘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수영복을 갈아입을 때 사용하던 판초 같은 것도 어머니가 목욕 수건으로 만든 것이지만, 부드러움이 전혀 다르니까 서로 다른 것이라고 우겨댄다.
그야말로 AV를 보면 여성이 목욕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침대로 다가가는 장면이 있다. 그럴 때 쓰는 거라고 치켜세워서 해보도록 부탁해봤지만,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보통은 허벅지가 보이고 매무새에서 안이 보일 듯 말 듯 하기 때문이겠지. 그녀로는 복사뼈 주변까지 숨어버려서 그런 정취가 나올 것 같지 않다.
세상에는 목욕 가운이라는 것도 있어서, 수건으로 닦는 대신 그걸 입는 사람도 있다는 모양이다. 목욕 굿즈에는 상당히 다양한 것이 있구나, 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큰 관심을 보인다. 남한테는 낭비가 어쩌고 하면서, 그녀도 신경 쓰이는 것은 마구잡이로 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말해놓고 뭐하지만, 어린이용 같은 것이 있을까. 검색해보니 의외로 아주 많았다. 잘못하면 어른용보다 어린이용이 풍부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어른스럽지만 다른 집 아이는 몸을 닦아주는 것도 한 고생이겠지. 목욕 가운을 입히기만 하면 수분을 닦아줘서 몸이 식지 않는다는 것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싼 것은 이천 엔 정도지만, 비싼 것은 팔천 엔 정도다. 난 상관없지만 그녀는 어떨까. 싫은 예감은 들었지만, 역시 모니터 앞에서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가지고 싶다면 사면 되고,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그만두면 될 것을. 여기저기 비교해보고 한 벌만 사겠다고 한다.
쉽게 세탁하기 어려운 것을 한 벌만 사도 의미가 없다. 세탁에 하루나 이틀이 걸린다면 사흘에 한 번만 목욕 가운을 입는다는 것인가. 예비를 고려해도 네, 다섯 벌은 필요하겠지. 이삼만 엔 정도가 들겠지만 좋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이득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하고 고민하기에 몸으로 돌려주면 되니까,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이러면 돈으로 관계를 강요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겸사겸사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보고 있는 동안 한 가지가 더 떠올랐다.
슬슬 브래지어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는 모양이다. 잘 모르겠지만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몸 전체가 성장하는 이상, 가슴도 성장하고 있으니 일 년 가까이 입은 브래지어가 끼는 것도 당연하겠지.
저번에도, 방금도 실컷 아픈 꼴을 봤으니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얼른 방을 나온다. 목욕 가운 이상으로 신경 써서 고를 것이 뻔하니 어울리기도 귀찮다. 거실에서 맥주를 마시며 그녀가 다 고르기를 기다릴 뿐이다.
세 개째를 열 즈음에 겨우 그녀에게서 호출이 왔다. 캔을 한 손에 들고 방으로 돌아가니 눈을 찌푸린다. 알콜 냄새가 너무 심한가. 조금 취한 탓인지 키스를 해주려고 입술을 가져가자 모니터 쪽으로 얼굴을 밀어진다. 됐으니까 봐라, 하고.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와 주소의 입력까지 마쳤더니 잠시 멈추란다. 세 개로 좁혔으니 어느 것이 좋은지 의견을 들려달라고. 모처럼 피해서 나갔는데 이거다. 생각해보게 좀 벗어보라고 농담으로 말하자, 정말로 벗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어느 것이 좋으냐며 다가온다. 그렇게 나오면 이쪽도 진지하게 할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참고를 위해 만지며 이렇다 저렇다고 의견을 나누었다.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