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13화
*내 천(川)
세간의 커플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 욕실에는 쓰레기통이 있다. 예컨대 샴푸를 채워 넣으면 짜내고 남은 쓰레기가 나온다. 혹은 입욕제를 쓰더라도 당연히 쓰레기가 생긴다. 그런 것들을 버리는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이라고는 해도 싱크대 구석에 두는 것처럼 물이 빠지는 형태다. 그냥 쓰레기를 집어넣으면 머리카락 덩어리 같은 것이 얽혀서 빠지지 않게 된다. 수분만 걸러내는 필터를 세팅하고 그 위에 쓰레기를 집어넣어 사용한다. 그리고 그런 용도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 사용한 콘돔이었다.
오랜만에 섹스하니 역시 기분이 좋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로부터 가끔 콘돔을 끼고 하게 되었다. 금지당했을 때는 반발심 같은 것이 강했던 탓도 있겠지. 맥주를 끊으면 발포주라도 맛있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처음에는 끝나면 곧바로 콘돔을 빼서 방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었다. 한 번 그냥 버려서 혼났던 경험 덕에 반드시 끝을 묶기는 했다. 단지, 행위 직후니까 당연히 애액 등이 묻어있고, 묶더라도 냄새가 쌓인다. 되도록 방에 버리고 싶지는 않다.
전용 비닐을 준비해서 거기에 사용한 콘돔만을 모으기도 했었다. 그러자, 열 때마다 전에 쓴 콘돔을 보게 되고 냄새 또한 퍼졌다. 자신의 정액이 열화한 것을 보게 되니 별로 기분 좋지 않다. 부엌의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상당한 저항감이 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나온 안이 욕실의 쓰레기통이었다. 묶지 않고 버려두기만 하면 저절로 내용물이 사라진다. 쌓이지 않도록 샤워기로 물을 뿌리기도 한다. 그냥 콘돔뿐이라면 냄새가 쌓일 일도 없다. 이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끝난 후의 물건은 힘을 잃고 점점 작아진다. 손으로 붙잡지 않으면 주룩, 하고 미끄러져 콘돔만 떨어지기도 한다. 붙잡고 있어도 내용물이 틈새에서 흘러나와 복도를 더럽히기도 한다. 씻고 나올 때 밟는다면 몰라도, 모르고 방치해서 다음 날 양말을 신은 채 밟아버린 적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냐면, 끝나면 곧장 일어서서 고간을 붙잡고 욕실로 걸어가야만 한다. 어쨌든 샤워하지 않으면 잘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행위 후의 여운 같은 것이 전혀 없다. 떨어트리지 않도록 게다리로 걷는 모습을 웃어지기도 해서 분하기도 하다.
그야말로, 자주 AV에서 보는 것처럼 콘돔의 내용만 그녀가 마셔주면 좋겠으나. 전에도 그랬지만, 고무 냄새가 심해서 입에 머금은 순간 토해내고 말았다. 원래부터 더러워지기는 했지만, 이불 위에서다. 침과 정액이 섞인 액체가 시트에 스며드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말았다.
참고로 내 방에서 한 날은 그녀의 방에 가서 잠을 잔다. 이럴 때 방이 두 개 있으니 편리하다. 그녀 방에는 인형이 산처럼 있어서 그곳에서 한 적은 없다. 비록 살아있지 않더라도 전부터 알고 있는 인형들에게 보이면서 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어서, 내 방에 오더라도 할 생각이 없을 때는 가슴에 인형을 안고 온다. 날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보라색 너구리인 타누베다. 그녀가 타누베를 안고, 그녀를 내가 안는다. 그것만 보면 흐뭇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는 맨살이 닿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위아래 모두 알몸이다. 난 과연 알몸까지는 아니더라도 속옷 말고는 입고 있지 않다. 속옷만은 입지 않으면 이리저리 움직이니 도저히 잠들 수가 없다. 다 큰 남자와 소녀가 인형을 사이에 두면서도 거의 알몸으로 자고 있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상당히 괴롭기도 하다.
*세 사람이 나란히 잘 때 내 천(川)자로 잔다고 표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