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64화 (164/450)

6년 14화

게임기

TV를 보던 중 휴대용 게임기 광고가 나왔다. 반에서 유행하고 있어, 라고 알려주었지만 어떨까. 그녀 본인은 바라지 않는 걸까. 딱히 괜찮아, 라고는 하지만 가격은 화면에 나오고 있으니 사양하고 있을 가능성도 무척 크다.

그래서 주말에 그녀를 데리고 게임샵으로 가보았다. 요즘은 게임을 하지 않게 되어서 어디에 가게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가전 양판점이 무난한가 싶어 검색해보니 게임만이 아니라 DVD나 만화의 대여도 하는 가게가 있는 모양이다.

점내에 들어가자 게임보다 책이나 DVD에 푹 빠져있다. 그쪽은 나중에 보면 되니까, 하고 그녀를 게임 코너로 데려갔다. 드물어하고는 있었지만 딱히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는 아니다. 왜일까.

물어보니, 게임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확실히, 우리 집에는 대량의 책으로 묻혀 있어서 그걸 접하며 자라왔다. 게임도 있기는 있지만, 내가 하지 않는 탓에 눈에 닿는 곳에는 두지 않았다.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하고 싶냐고 물어도 잘 모르겠지.

일단 DVD를 물색한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서랍을 뒤집어보니 낡은 게임기가 나왔다. DVD를 넣는 게임기도 있지만 카세트 식도 그립다.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후자가 더 추억이 깊다. 너무 복잡한 게임을 시켜도 어쩔 수 없으니, 라고 변명하며 카세트 식을 꺼냈다.

TV 앞에 가져가서 배선을 연결하자 그녀가 다가왔다. 이건 무엇인지 묻기에 가르쳐줬지만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세를 풍미한 기계지만 *헤이세이 세대는 잘 모르겠지. 그 시절은 게임기 같은 것도 없었고, 있어도 무거운 하얗거나 검은 녀석이었다. 몇 시간 만에 전지가 끊겨서 새것을 조르는 데 고생하고는 했다.

그런데, 요즘 TV에는 빨강, 흰, 노란색의 단자를 연결할 곳이 없다. 우리 집의 TV도 최신은 아니지만 역시 없다. 콘센트는 괜찮은데 화면에 출력할 방법이 없다. 모처럼 꺼내왔는데 계획이 좌절되고 말았다.

바보 같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억지로라도 해야겠다. 방으로 돌아가서 인터넷 쇼핑으로 배선을 주문했다. 그녀는 거실에서 기계를 뒤집거나 컨트롤러를 만지고 있다. 열중하고 있는 덕분에 또 필요 없는 것을 샀다고 혼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주일 정도 TV 앞에 게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음 주말이 오자 새로 온 배선으로 게임기를 TV에 연결했다. 카세트를 꽂아 전원을 넣으니 화면에 빛이 달린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깜깜한 채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

카세트를 꺼내서 단자에 숨을 불어본다. 그러고 보면 이런 기계였다. 이런다고 잘 되기도 하니 웃기는 이야기다. 찌푸린 표정으로 혹시 게임기가 잘 안 되면 이렇게 숨을 불으렴, 하고 가르쳐주었다. 반 친구 중에 단 한 명도 이러는 아이는 없겠지.

화면에는 차에 탄 캐릭터가 몇 대나 등장했다. 가장 알기 쉬운 게임은 이거라고 생각했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달리고, 십자의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브레이크나 드리프트 같은 기술도 있지만, 기본은 기울이며 달릴 뿐이다.

오랜만에 해보니 감이 둔해진 것이 느껴진다. 드리프트나 스타트 대쉬 타이밍도 잊고 있으니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다. 그녀는 게임 자체가 처음이라 좀처럼 잘 나아가지 못한다. 아무렴 초심자에게 지지는 않겠지만 딱히 차이가 없는 승부라는 것이 슬프다.

레이싱 게임을 하면 왜 다들 그렇게 되는 걸까. 그녀도 꺾어지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여서 몇 번 몸을 부딪혀왔다. 흥분하면 컨트롤러까지 휘두르니 오른쪽 커브에서 크게 휘둘렀을 때는 선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몇 년이나 살아남은 게임기를 이런 일로 부수기는 아깝다. 그러면서도 망가지지 않으니 내구성은 과연 훌륭하다.

*1989년 1월 8일부터 오늘날까지. 윗세대는 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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