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15화
이십 년
처음으로 게임을 접했으니 조만간은 푹 빠지게 될까. TV에 달라붙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퇴근하자, 그녀는 평소처럼 저녁을 준비하고 책을 읽으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조금 기대가 어긋났다.
뭐라고 할까. 게임을 하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해 주지 않는다. 좋아하는 소설을 권했더니 결국 읽지 않은 채 내버려 둔 모습을 보고만 느낌일까.
저녁을 마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게임은 하지 않았는가, 하고 물어보았다. 혼자서 못 하잖아, 라는 생각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제 한 것은 레이싱 대전 게임이고, TV 광고나 반 친구들이 하는 것은 협력해서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것이 많다. 직접 알아볼 정도의 흥미가 없는 그녀는 게임이란 누군가와 같이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게임 자체는 싫지 않은 것 같으니 오늘도 나란히 게임을 즐겼다. 우선은 레이싱 게임. 어제는 시간을 경쟁하는 모드였으니 오늘은 풍선을 터뜨리는 모드로 했다. 레이싱 게임으로서는 사도이므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잘 권하지 않지만 난 이쪽이 더 취향이다.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려간다. 상대의 모습을 볼 때는 등 뒤로 제쳐졌을 때뿐이다. 대전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스토익 하게 자신의 기량을 시험하게 된다. 그게 레이싱을 즐기는 방식이겠지만, 조금은 외롭다.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은 등뿐만 아니라 정면으로 상대와 마주 보게 된다. 상대의 모습을 찾아내서 쫓아가거나 매복한다. 화면을 통하여 상대에 대해 생각한다. 잘 돌지 못하니까 모퉁이에서 부딪힌다거나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거나 하는 버릇을 파악한다. 그런 것들이 게임성으로 이어진다.
운적인 요소도 있기는 있지만, 실력이 기본이다. 접전이 되도록 조심했지만 대부분 완승이었다. 쫓아가는 사람이 가끔 역전하는 게임이니까 그녀도 즐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시간 정도 하니 손가락이 아파져서 이만 끝낸다.
오랜만에 해보니 게임도 재미있다. 확실히 내가 게임을 하지 않게 된 이유도 혼자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RPG라고 해도 어디까지 했는지 말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없으면 허무해진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협력이나 대전도 가능하지만, 그런 테크놀로지는 좀처럼 친숙해지지 않는다.
게임기를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서랍 안에서 묵혀지고 있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한 개에 일만 엔이나 했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버릴 수가 없다. 다음 날은 카세트를 뒤져서 폭탄 게임을 찾아냈다. 둘이 대전하기는 조금 어려우니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협력 플레이로 해보았다.
한쪽의 목숨이 사라지면 다른 플레이어의 목숨을 사용할 수 있다. 그녀는 마구마구 죽어버려서 금방 게임 오버 되고 만다. 돌아다니는 적에게서 도망 다니며 꺅꺅 소란을 피우는 모습은 마치 호러 게임이라도 하는 것 같다.
벽을 부수면 그곳에서 아이템이 나온다. 폭탄의 불길이 길어지거나, 폭탄을 들어 올리고 발로 찰 수 있게 된다. 그중에도 커다란 알이 있는데, 다가가면 커다란 동물이 나와서 등에 태워준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도우미 캐릭터다.
여자아이니까, 라고 하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스테이지 클리어는 미뤄두고 캐릭터를 찾는 데 열을 올렸다. 찾으면 불쌍하다면서 적에게서 도망 다니고 게임에 참가하지 않게 된다. 이제는 무슨 게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신경 써본 적도 없었지만, 게임 시작 화면에는 제작연도가 쓰여있다. 그녀가 감탄하고 있기에 뭔가 싶었더니, 이 카세트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에 놀란 모양이다. 이십 년은 지났으니 거의 두 배다. 시간의 신기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