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67화 (167/450)

6년 17화

엉덩이

공언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난 여성의 얼굴과 성격밖에 흥미가 없었다. 얼마나 성격이 좋아도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제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했고, 얼굴이 마음에 들더라도 성격이 나쁘면 교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미인이나 선인 같은 기준까지는 아니어도 상성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와 함께하게 되고서 만지는 느낌이 크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릎 위 같은 곳에 앉으면 무심코 만지게 된다. 만진다면 당연히 촉감이 좋은 편이 좋다. 또 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녀의 피부는 무척 곱다.

만지는 부분에도 두 종류가 있어서, 살집이 부드러운 부분과 탄력이 있는 부분은 각각 다른 매력이 있다. 부드러운 곳은 많지 않은데, 턱 아래 같은 곳이 좋은 장소다. 특히 고개 숙인 상태에서 목과의 경계 주변을 만지면 최고로 기분이 좋다.

탄력이 있는 곳은 금방 변한다. 예전의 통통했을 때는 배가 가장 좋은 곳이었다. 붙잡을 수도 있지만, 푸딩처럼 푸릉거린다. 양손으로 감싸면 살이 확 퍼지는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난 이후라면 위장이 운동하는 것도 알 수 있어서 재미있다.

그런데 요즘은 배도 날씬해지기 시작해서 굴곡까지 생겼다. 어린아이에서 여자아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기쁜 일이겠지만, 촉감이 나빠져서 아쉽기도 하다. 성장기의 가슴에는 멍울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분위기가 되더라도 순수하게 만지는 느낌이 좋지는 않다.

그래서 허벅지다. 예전에는 가는 봉 같았던 허벅지에 통통하게 살이 붙기 시작했다. 운동도 하지 않은 덕분에 살이 부드럽다. 남자와는 달리 솜털 정도밖에 자라지 않아서 피부의 촉감도 매끄럽다. 바깥쪽도 상당하지만, 진짜는 뒤쪽이다.

가운데 부분은 살이 두꺼워서 들어 올리듯 손을 넣으면 무거움과 부드러움이 직접 전해져온다. 손가락에 힘을 줘서 꽉 들어 올리고, 힘을 뺀다. 반복할 때마다 살이 떨린다. 게다가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는 주름 처럼 생겨서 한층 더 부드럽다. 무엇이든 경계가 되는 부분은 아주 좋다.

또한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엉덩이도 제법 정취가 있다. 예전에는 꼭 다물고 있어서 만져도 뼈의 느낌밖에 전해지지 않았다. 이쪽도 성장한 덕분인지 엉덩이에 살이 붙기 시작해서 실로 촉감이 좋아졌다. 치한이나 성추행에서 엉덩이를 만진다는 말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확실히 만지고 싶어진다.

이러한 일들은 딱히 내가 억지로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책이나 게임을 하면서도 어째선지 내 무릎 위에 앉고 싶어 한다. 거의 의자처럼 여기는 듯하다. 무릎을 빌려주고 있으니 조금 만지는 것은 임대료로서 인정될 수 있을 터다.

그녀도 책이 재미있는 부분에 들어갔거나,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는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한다. 개가 고개를 털듯 몸을 흔들면 끝낼 때다. TV도 책도 볼 수 없으니 그녀의 마음이 내킬 때까지 하릴없이 멍을 때리는 수밖에 없다. 그걸 생각하면 다정할 정도다.

참고로 목욕 가운을 입고 무릎에 앉을 때는 OK 사인으로, 더 본격적으로 만져도 좋다는 느낌이다. 그런 것을 직접 말로 정하지는 않았어도 그녀가 적극적으로 변하니 금방 알 수 있다. 체육이 있었거나, 야구 대회처럼 몸을 움직이고 온 날은 힘이 넘치는 모양이다.

한 번은 책을 읽는 데 집중해서 모르고 있었더니 그녀 쪽에서 덮쳐서 쓰러트려졌다. 어른과 아이의 체격 차가 있더라도 체중이 걸리면 힘들다. 내 위에 올라탄 채로 키스의 비를 내리며 허리를 문지른다. 책상 모서리 같은 곳에 문지르는 아이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책상 대신이라는 뜻이다. 과연 그것을 명예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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