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69화 (169/450)

6년 19화

좌위(座位)

낮에 하는 것과 밤에 하는 것은 기분부터 아주 다르다. 햇빛을 받으며 몸을 섞으면 무척 퇴폐적인 기분이 든다. 아이와 하는 시점에서 이미 타락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멀쩡한 인간이 할 일이 아닌 듯한 느낌이다.

그건 그거대로 특별한 느낌은 있는데,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게다가 점심시간 정도가 되면 방을 나와서 거실로 가야 한다. 귀찮은 건지 세탁물을 늘리고 싶지 않은 건지 그녀는 고집스럽게 옷을 입지 않는다. 알몸인 채로 식사를 하려고 한다.

일단은 의자에 수건을 깔기는 하지만, 가랑이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로 바닥이 더러워진다. 식사를 만드는 것도 그녀이니 부엌이고 복도고 온갖 곳이 젖어간다. 뒷정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양말을 신고 밟거나 하면 힘이 푹 빠진다.

게다가, 햇살 속을 서성이는 그녀를 보면 내 쪽도 멈출 수가 없어진다. 그녀가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진정하고 방으로 돌아가면 되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그만 그대로 거실에서 시작해버린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한다는 상황 자체가 무척 자극적이다.

예컨대, 평소에 그녀가 사용하는 의자에 엎드리게 하면 새하얀 엉덩이가 돋보여 음미롭다. 손가락을 넣으면 충분히 젖어 들고 풀려있으니 그대로도 쉽게 넣을 수 있다. 불안정하게 덜걱이며 흔들리는 의자 위에서 그녀와 즐길 수 있다.

신기하게도, 그녀 또한 거실에서 할 때는 엎드린 자세라도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다른 장소와는 다르게 익숙하니까 내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은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거대로 잘 이해되지 않는 이유이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시켜주지 않는 자세인 데다, 뒤에서 하면 평소보다 깊게 들어간다. 그것도 기쁜 특전이다.

의자를 사용하게 되면 또 다른 것도 있다. 앉아있는 내 위에 그녀가 올라타는 자세다. 안짱다리로 할 때는 좌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의자에 앉아있는 탓인지 느낌이 다르다. 정말 의자에 앉아있는 것처럼 내 다리 위에 그녀의 다리를 얹는다.

넣어지는 감각에 익숙해졌는지, 그녀도 다리를 흔들거리며 내 다리를 툭툭 때리고 놀기도 한다. 그렇게 움직일 때마다 속이 마찰돼서 나도 기분 좋다. 혹시 그녀도 느끼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마주보고 넣으면 내 허리를 그녀가 다리로 끌어안는 모양새가 된다. 심한 안짱다리 자세인데 몸이 부드러워서 그런지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단지, 끝나면 일어설 때 약간 게다리가 되니까 처음 했을 때가 떠올라서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좌위 자세라면 너무 깊게 들어가서 그녀도 아파한다. 그래서 내가 양손으로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있는데, 바보 같지만 이걸 위해 근력이 붙은 느낌이 든다. 손을 조금만 움직이면 결합부에도 가까우니 그만 질을 쓱 만지기도 한다.

이걸 하면 아무래도 그녀의 얼굴이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온다. 날 내려다보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라 그녀 쪽에서 조를 때도 있다. 내 머리를 넘기며 벗겨지지 않았나, 하고 웃는 것도 정평이다. 솔직히 머리 걱정은 웃을 일이 아니라서 별로 기분 좋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를 받치고 있다는 것은 양팔이 구속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걸 알고 그녀도 이것저것 한다. 머리도 그렇고, 마침 잘 됐다고 수염을 쓰다듬거나 뺨을 당기는 등 제멋대로다. 조금 허리를 움직여서 반격하기도 하지만, 너무 하면 아파하니 봐주게 된다.

봐주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으니 억지력이 되지는 못한다. 재미있게도, 그녀의 마음에 따라 그녀의 몸도 반응하는 모양이다. 입구가 꾹꾹 조이거나 속살이 꿈틀거리기도 한다. 기분을 맞춰주면 좋은 결과가 나오니 약간 게임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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