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20화
수학여행
오학년이 되면 수학여행의 시기가 찾아온다. 나 때와 마찬가지로 쿄토를 간다고 한다. 인기 있는 장소라고는 하는데, 무언가를 봤다는 기억이 없다. 이런 나라도 향토애가 강한 건지, 그저 비뚤어졌을 뿐인 건지. 절을 볼 뿐이라면 이쪽에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만다.
물론 그건 나만의 감상이고 그녀는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학교 수업으로 가는 곳들을 연구한다고 한다. 학교 도서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가까운 도서관까지 다니기도 했다. 몇 개월 전부터 그런 상태이니 날이 가까워질수록 큰일이다.
쿄토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옷이 갖고 싶다거나, 캐어리 백의 귀여운 것이 좋다는 등 떼를 쓴다. 평소에는 착하고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없으니 들어줘야겠다고는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공감이 가지 않는 탓에 돈을 내기가 꺼려진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가 쿄토에 가지 못하니 분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지 선물은 꼭 사 올 테니까, 하고 말한다. 안이하게 물건으로 낚으려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게 위로해주려는 의미인 것은 알고 있다. 솔직히 야츠하시 같은 쿄토 선물은 취향이 아니다만.
그런데, 그 정도로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 주가 남자 돌변한다. 외로운지 아니면 불안한지, 이불 속에 들어와서는 츄우츄우하고 운다. 어디 사는 쥐가 들어왔나, 하고 놀리며 키스를 해주지만 여전히 구름진 표정을 짓고 있다.
겨우 이삼일 집을 떠날 뿐이다. 그렇게 침울해질 필요도 없는 것을. 그래서 내게 달라붙는 그녀는 귀엽기는 하지만, 어딘가 애처롭다. 그래도 막상 가버리면 신경 쓰지 않게 될 테니 소란을 피울만한 일은 아니리라.
출발 전날에는 대량의 요리를 만들어놓더니 꼭 전부 먹고, 술은 너무 마시지 않도록, 하고 말을 남기고 갔다. 저번에 내가 슈퍼의 야채와 맥주만 마셨던 일을 신경 쓰고 있다. 그녀가 없는 동안 정도는 조금 술을 마셔도 된다고 생각한다.
전부 다 먹지 않으면 화낼 거야, 라고는 하는데, 혼자 다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화를 낸다고 해도 뭘 할 생각일까. 얕잡아보는 말은 아니지만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먼 옛날에는 그런 식으로 혼난 적도 분명 있었지만,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립다.
물론 혼나고 싶지는 않으니 요리는 먹었다. 내 쪽도 약간은 정신적인 독립을 할 수 있었는지 저번만큼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마음이 통한 여유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반드시 돌아와서 곧바로 내 품에 안길 것을 알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다.
그저 음식은 먹었지만 맥주는 마셨다. 평소엔 한 개였던 것이 네, 다섯 개로 늘어났을 뿐 별 차이는 없다. 요리가 맛있는 덕분에 술도 잘 넘어가니 내 탓만은 아니다. 안줏감을 남겨두고 간 그녀에게도 일말의 원인은 있으리라.
알아볼 방법은 없을 줄 알았는데, 집에 돌아온 그녀는 냉장고로 직행하더니 쓰레기통을 뒤졌다. 먹지 않고 버렸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건 그거대로 실례다. 라고 생각했더니, 병 개수를 세고는 너무 많이 마셨다고 소란을 피운다. 아무래도 내가 술을 마실 것을 확신하고 찾았던 모양이다.
반대로 요리는 먹었고 술도 마셨으니 한 가지를 지키고 한 가지를 어긴 거다.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다. 하고 말하자 잠시 생각하더니 술은 금지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많이 마셨으니 이 주 동안은 마시면 안 된다고.
그런 약속을 어기기는 간단하지만,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은 잘 안다. 과연 어른으로서도 어겨서는 안 되겠지. 할 수 없이 맥주를 손 놓으니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어린아이 취급이긴 하지만, 그렇게 싫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