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71화 (171/450)

6년 21화

조깅

저녁을 먹는 도중 그녀가 갑작스레 운동을 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휴일에도 약속이 없으면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몸을 움직이기보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인도어 소녀가 말이다. 내가 그래서 그녀도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그녀가 스스로 운동을 하겠다니, 무슨 일 생겼나 싶었다.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이 있었다고 한다. 나도 기억이 있는데, 여자만 시청각실에 모여서 비디오를 보고 남자는 밖에서 놀으라는 그것이다. 거기서 장래에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몸을 움직여 체력을 길러야만 한다고 가르친 모양이다.

내가 그녀에게 가르친 성교육은 어떻게 아이가 생기냐는 하우투와 실천뿐이다. 과학적인 구조는 가르칠 수 있어도 여자의 생리적인 부분까지는 알지 못한다. 종합적으로는 나보다 그녀가 더 지식이 많으리라. 확실히 출산에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들으니 교사가 하는 말은 올바르겠지.

하지만, 벌써 아이를 낳는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열한 살인 그녀에게는 먼 훗날의 이야기다. 말 그대로 십 년은 이르다. 단지,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서 계획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것은 훌륭하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적엔 아무런 생각 없이 공을 차거나 벌레를 잡아 모으고는 했다. 남자는 다들 그랬겠지. 여자아이는 성장이 빠르다.

모처럼이니 나도 같이 달리자고 권해온다. 아저씨가 돼서 배도 나오기 시작했으니 운동 부족은 좋지 않다면서. 옳으신 말씀이지만 혼자서는 오래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아무튼, 그녀의 지적은 짚이는 데가 있어서 수긍했다.

한마디로 운동이라고 해도 다양하다. 축구나 배구는 둘이서 할 수 없고, 캐치볼은 여자아이와 하는 느낌이 아니다. 의논한 결과 아침과 저녁에 조깅을 하기로 결정했다. 달리는 거리로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고, 끝나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바로 달려보니 두 사람 모두 재미있을 정도로 뛰지 못했다. 난 다리가 길지만 이백 미터도 가지 못하고 숨이 차올랐다. 학생 시절에도 문화부밖에는 들어가지 않은, 철저하게 운동을 피해온 중년 남자의 전형이다. 젊은 만큼 그녀가 더 체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보다도 먼저 다리가 지쳤다는 말을 꺼냈다.

아직은 그녀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도 잠깐이었다. 저녁에 다시 달려보니 놀랄 정도로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봉이 된 것처럼 삐걱거린다. 그녀도 아침과 비슷할 정도로 뻗어있었지만, 그건 아침과 별 차이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슬프게도 그녀의 다리가 근육통에 걸린 다음 날에 내 근육통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늙을수록 근육통이 늦게 온다는 말을 믿지 못했는데, 실감이 됐다. 이상하게도 이 아이에게는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오학년과 같은 체력을 가진 중년이란 어느 쪽이 한심한 걸까. 나약한 인간도 나름대로 계속하면 체력이 붙는다. 이 주 정도로 일 킬로미터를 걷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고, 한 달이 지나자 사 킬로미터까지 늘어났다. 그녀의 속도에 맞추는 탓에 더욱 지치게 되는데, 그것만 없으면 더 오래 달릴 수 있겠지.

그녀는 달리기 시작한 이후로 더욱 많이 먹게 되었다. 키가 자라는 만큼 먹는 양도 늘어나기는 했는데, 밥그릇에 조금이었던 것이 반 그릇이 되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두 그릇 정도는 거뜬히 해치운다. 몸에 살도 늘어났지만, 살이 쪘다기보다는 여성스러운 둥그럼이 있다.

운동을 함으로써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몸의 성장이 촉진된 것이겠지. 전혀 운동하지 않았던 탓에 극적으로 보일 뿐, 이 정도 나이대라면 평범할지도 모르겠지만. 무다리라는 표현을 하는데, 말 그대로 무처럼 보이는 허벅지가 되었다.

나도 조금은 살이 빠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녀가 말하기를 아직 멀었다는 모양이다. 뱃살을 꼬집으며 이게 작아지지 않으면 안 돼, 라고 말한다. 체중은 적정 체중을 밑도는 정도이니 복근이 없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서 근육 트레이닝도 하고 있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더 하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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