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25화
메일 친구
회사에 도착하자, 기분 탓인지 시선이 느껴졌다. 벌써 소문이 돌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무겁다. 플로어에 도착하자 예의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노려볼 상대는 잘못되었지만, 물어본 것은 그녀이니 호의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비밀로 해주기를 부탁하려면 매몰차게 대할 수도 없다.
어떤 태도로 접할지 고민하고 있자, 여성은 이미 몇 명인가의 동료에게 이야기를 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나와는 직접적인 면식이 없는 여성뿐이라 그 사람들에게도 벌써 입막음은 해준 모양이다. 여자들 사이의 이야기라면 남자에게 퍼질 일도 없다. 상사나 동료에게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특유의 폐쇄성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고마운 일이었다.
내게 애인이 생긴 것 같다는 소문 수준으로 나돌고 있는 듯한데, 내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들은 것은 후배 한 명뿐이다. 기본적으로는 상황적인 증거뿐으로, 여기에 눈앞의 그녀가 더해지면 이야기의 신빙성이 확신으로 변하고 만다. 귀찮은 일이었다.
이번에 밥이라도 살 테니까, 하고 말하자 여성은 사양했다. 그랬다가는 여자친구분에게 혼나니까, 라며. 고개를 갸웃하자, 어제의 메일은 여자친구분의 자신의 것이라는 어필이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대신에 소문의 여자친구분을 한 번 만나게 해달라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대놓고 구경꾼 근성을 드러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이상으로 만나게 하면 큰일이 날 것은 뻔하다.
퇴근하고 메일의 내용에 대해 그녀에게 물어보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예스라고도 노라고도 말하지 않았으나, 부정하지 않는 것은 예스였겠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을 터인데,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생물로 느껴진다. 소름 끼칠 정도로.
다물고 있어 주니 무언가 답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만. 그렇게 말하자, 아무거나 과자를 선물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어드바이스를 받았다. 그리고 괜찮다면 가끔 메일을 주고받았으면 한다고도.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도 연상의 여성에게 동경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누나에게도 다양하게 듣고 배우고 있는 모양이지만, 누나는 복장이나 화장도 독특한 부분이 있다. 파카를 좋아하고 화장을 하지 않는 소년 같은 사람이니 그녀의 참고가 되지 않는 점도 많겠지. 그 점에서 예의 여성이라면 옷이나 화장에 관해 묻기도 편하다.
그래서 조언에 따라 편의점에서 과자를 몇 가지 사서 건넸다. 동시에 그녀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니 가끔 메일로 이야기를 해줬으면 한다고도 부탁했다. 구경꾼 근성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인지 이 제안은 무척 내켜 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무엇이 계기로 들키게 될지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알았다고 해서 그걸 공표하면 누가 말을 꺼냈는지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 된다. 내가 어떻게 된다고 이 여성에게 무언가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도 넘어가지 않을까. 너무 성선설일까.
그 이후로 그녀는 가끔 내 핸드폰으로 메일을 주고받았다. 친구는 되지 못했지만, 관심 없는 이야기를 붙임성있게 들을 필요가 없어진 것도 분명하다. 이건 이거대로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메일의 내용도 처음엔 신경 쓰여서 체크했는데, 아무래도 좋은 내용뿐이다.
오늘의 식단은 무엇이고, 다림질 방식은 어떻다거나. 유행하는 복장에 대해서는 그녀도 배우고는 하는 모양인데, 가사에 대해서는 그녀가 더 위인 것 같다. 예의 여성은 서른이 가깝지만 친가에 사니 가사도 잘 할 줄 모르겠지. 우리 집을 혼자 맡는 그녀와는 격이 다르다.
자기 여자가 우수하다고 생각하니 나로서도 콧대가 높아진다. 예전에는 먹지도 못하는 물체를 만들던 그녀가 이렇게 타인에게 요리의 요령을 가르치는 날이 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평화로운 대화를 엿보기도 미안하고, 무엇보다 귀찮았다. 어차피 내게 오는 메일은 좀처럼 없다. 오더라도 그녀가 알려주니 이내 직접 메일함을 열어보는 일조차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