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79화 (179/450)

6년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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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일상이란 귀중한 법이다. 라이트노벨의 주인공 같은 말이지만, 평화롭게 산다는 것은 경찰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도망치면 그 이후로는 자유연애라는 변명도 할 수 있다. 과거의 일을 검증당하면 그것도 위험하지만, 아무튼 그녀가 말하기 나름이다.

조깅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저번에는 돌아올 때 피자를 테이크아웃해보기도 했다.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둘이서 조깅하며 피자를 가져온다. 그대로 가까운 공원까지 달려가서 벤치에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는다. 휴일밖에 할 수 없지만 피크닉 같아서 무척 즐겁다.

여기에 맛이 들려서 이번 주는 빵 가게, 다음 주는 경식 푸드트럭 같은 느낌으로 행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역 앞까지 가면 햄버거 체인점도 있다. 정크 푸드를 먹을 기회가 없어서인지 그녀에게는 햄버거가 맛난 음식으로 보인다고 한다. 평소에 먹는 십분의 일 정도의 가격이지만.

혹은 노래방 같은 곳에서도 성량이 커지기도 했다. 내 나이에는 별 차이는 없지만, 젊은 그녀에게는 효과 발군이다. 오랜만에 입점했을 때는 전에 했던 느낌으로 있는 힘껏 외친 탓에 스피커가 하울링을 일으켰다. 기계는 소리가 갈라질 뿐이지만, 내 귀는 망가질 것만 같았다.

기계로 음악을 찾는 방법도 익숙해졌다. 지금은 핸드폰도 가볍게 다룰 수 있으니 구식 터치패널 조작은 특기나 마찬가지겠지. 조금 전까지는 미지의 도구에 접하는 원시인 같았는데, 성장이 빠르다. 나야말로 그만 두꺼운 카탈로그를 눈으로 찾아버릴 정도로, 그야말로 늙은 사람 같다.

게다가 처음 노래방에 왔을 때를 끈질기게 기억하고 있는지, 처음 한 곡은 반드시 러브송을 소망하신다. 그것도 같은 곡을 부르면 쓴소리를 들으니 적은 기억에서 아직 부르지 않은 곡을 필사적으로 떠올려야만 했다.

마음에 드시는 경우는 상을 주려고도 하는데, 이건 이거대로 좋지 않다. 노래방에는 반드시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있어 숨김없이 녹화되고 있다. 외설 행위를 시작하면 칼같이 전화가 울린다, 라는 것은 상식이겠지. 거절하지는 않고, 기분을 해치지 않으며, 기뻐하면서도 부드럽게 말려야만 한다.

성장기라 키도 자라고 가슴도 부풀기 시작했다. 운동 탓에 살집도 좋아지기도 해서 상당히 많은 양복을 입을 수 없게 되었다. 낡은 옷을 건넬 만한 곳을 찾지 못한 것은 상관없는데, 그녀가 입을 것을 새로 준비할 필요가 생긴다. 또다시 열이 가까운 가게를 돌아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사러 가는 투어라도 해야 하는가.

그런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녀도 옷을 사는 것을 삼가게 되었다. 딱히 한벌 한벌의 가격이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가게를 몇 군데나 돌지 않게 되었고, 옷을 몇십 벌이나 사지 않게 되었다. 소수정예라고 하는 걸까. 아깝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고마웠다.

이것도 각인 효과라는 것이겠지. 옷을 살 때 대가를 지불한다는 습관도 남아있다. 이제는 새삼스러운 느낌도 있으니, 솔직히 아무래도 좋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내 사정이고, 그녀는 기분이 풀리지 않나 보다. 익숙하게도 사람이 적은 화장실을 숙지하고 있다.

낚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손에 넣으면 갑자기 흥미를 잃는 인간도 세상에는 있다는 모양이다. 예컨대, 사귀기 전까지는 메일도 선물도 성실하게 보내는데 애인이 된 순간 바람을 피운다. 내 경우는 이 정반대의 성격이겠지.

손에 들어올지 어떨지 모르는 것에 비용을 낭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반대로 가족이 된 상대에게 아까워할 이유가 없다. 그녀의 경우는 처음부터 자기 것이라는 감각이 있었으니, 시간도 돈도 애정도 쏟아왔다. 그 결과가 지금이라면 만족스럽다고도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의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이 생활이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이어졌으면 좋겠다.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상대에게 비춘다. 틀림없이 그녀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해주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게 완전한 잘못은 아니었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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