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화
식욕
무언가 부탁이 있나, 하는 것은 금방 알았다. 그녀가 의식적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거리가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다. 딱히 나라고 항상 붙어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 한 명 정도는 거리가 있는데, 그게 반 명 정도가 되는 날이 있다.
잠깐 망설이는 듯 하더니 그녀가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일생일대의 결심 같은 느낌이라 뭔가 싶었는데, 저녁은 튀김을 먹고 싶다는 상담이었다. 저녁은 그녀의 담당이지만 튀김만은 내가 한다. 기름의 뒤처리를 아이에게 시키기는 과연 무서우니까. 만에 하나 그녀의 피부에 흉터라도 남는다면 후회막심일 테니.
튀김이라고 해도 그렇게 수고스럽지는 않다. 재료를 자르고 옷감을 입혀 기름에 떨어뜨릴 뿐이다. 프라이는 빵가루를 묻혀야 하니 조금은 손이 가지만 둘이 하면 금방 끝난다. 이제는 완전히 그녀에게 역할을 빼앗겨서 외로운 기분이 들기도 하다. 가끔 나란히 요리를 할 때면 그리운 기분에 잠길 수 있다.
페달을 저으며 왜 그렇게 망설였을지 생각해보았다. 신호를 얼마나 세었을까. 문득, 그러고 보니 저번 주에도 튀김을 먹었던 것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지지난 주에도, 그전에도 튀김을 했었다.
그녀의 식욕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었다. 원래 성장기이기도 해서 늘기는 했으나, 작년에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멈출 줄을 모른다. 밥을 두 그릇이나 세 그릇은 가볍게 먹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자기가 만든 쿠키나 케이크 같은 것을 먹고 있다. 내 맥주는 못 마시게 하면서 자기 과자는 허용하니 참 불공평하다.
그만큼의 칼로리는 어디로 사라지는가. 키는 조금이나마 자라고 있고, 엉덩이나 가슴 같은 볼륨도 생기고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전부 소비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살이 찌는 것도 아니니 인체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나도 중학생 때는 세 끼에 더해 라면이나 규동 같은 것을 간식처럼 먹고는 했으니 젊음이라는 것일까.
그런 일을 내 쪽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먹는 양을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한 그릇 더 먹을 때나 간식을 가지러 갈 때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는 한다. 발걸음이 빠르다거나 내가 모르도록 조심하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지만.
아마도, 튀김은 먹고 싶다. 하지만 매주 튀김만 먹고 싶어 한다고 생각되는 것도 부끄럽다. 그런 거겠지. 그녀는 식사 담당이니 먹고 싶은 메뉴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저,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이 뻔히 드러나니까 먹는 욕심이 생겼다는 것을 알기 쉽다.
그렇게 부끄럽다면 뭔가 이유를 만들어보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예전에는 그녀로부터 부탁을 받으면 그만큼 봉사를 받았었다. 요즘은 그녀 쪽에서 해줄 정도라서 잊고 있었지만, 가끔은 대가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하면 그녀도 일방적인 부탁이 되지 않으니 말을 꺼내기도 쉬워지겠지.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녀를 떠올린다. 무엇을 해달라고 할까. 어떻게 말하면 혼나지 않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단지, 새삼 생각해보니 그녀가 해주기를 바라는 일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대부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키스는 일상적인 인사가 되어있다. 아침 인사와 배웅, 귀가에도 하고 빼먹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주에 두세 번은 몸을 거듭하고, 사이사이에 입으로 해줄 때도 있다. 성생활은 충실하다고 말해도 좋다.
휴식 시간을 틈타 핸드폰을 연다. 굳이 지우지 않았으니 몇 년이나 전에 만들었던 점수표가 남아있다. 다시 보니 상당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스스로 감탄한다. 말투는 나쁘지만, 서른 가까운 동정의 여유가 없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욕망에 충실했던 때의 시점이 참고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건, 하고 느끼는 것이 몇 가지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