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82화 (182/450)

7년 2화

튀김

집에 돌아오니 에이프런을 한 그녀가 마중 나왔다. 평소에는 하지 않는 에이프런을 오늘 한 이유는 튀김의 날이기 때문이겠지. 웬일인가, 하고 물어보니 내년이면 중학생이니 슬슬 혼자 튀길 수 있다는 말을 꺼낸다.

즉, 매번 매번 내게 부탁하는 것이 싫어졌으니 혼자 하고 싶다는 어필이겠지. 달궈진 기름은 고문에도 사용될 정도로 그렇게 가볍게 다룰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중학생 정도면 튀김 정도는 해도 좋을 것도 같다.

오늘은 내가 뒤에서 감독하며 시험 삼아 해보기로 했다. 단, 그 전에 부탁의 대가를 받기로 했다. 점수표의 성과다. 오늘 저녁을 다 만들기 전까지는 말꼬리에 냥을 붙이고 말하도록 했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녀는 바보아냐, 하는 말을 돌려준다. 하지만 나도 말을 꺼내놓고 바로 되돌릴 수는 없다. 말꼬리에 냥을 붙이면 앞으로는 언제든 마음껏 튀김을 해주겠다, 하고 말하니 망설이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망설인 다음엔 수긍하는 법이다.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망설일 여지가 없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시간을 사용하나, 사용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수긍할 수밖에 없다. 현관에서 한참을 헤멘 결과, 알았다냥, 하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움츠러든 모습으로 뛰쳐 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미안한 짓을 한 기분이 든다. 취소할까 싶었지만, 아니지 하고 고개를 흔들며 다시 생각한다. 말꼬리에 냥을 붙이기만 해도 부탁을 들어주고, 그녀도 앞으로 거리낌 없이 튀김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일거양득일 터다. 마음을 굳게 먹자, 하고 자신을 타이른다.

옷을 갈아입고 부엌에 오자, 쟁반에 재료가 가지런히 줄 서 있다. 가지에 연근, 마이타케에 죽순, 아스파라거스에 호박까지 수북하다. 고기나 생선은 없나, 하고 물으니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옷감은 직전에 묻히는 편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단지, 아쉽게도 냉장고에 넣어둔 것은 오답이다. 차가운 채로 튀기게 되면 속까지 불이 통하기 어려워서 미리 냉장고에서 꺼내두는 편이 잘 튀길 수 있다. 흠, 하고 콧김이 거세진 것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의 발로인가.

지금까지는 달걀을 그녀, 빵가루는 내가 해왔으니 이쪽도 교대했다. 빵가루 쪽이 손을 더럽히지 않고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약간 어렵다. 빵가루가 얇으면 폭발하지만, 너무 많으면 맛이 없다. 가감도 중요하다. 오늘의 그녀는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 말하면 냥을 붙여야 한다면 말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겠지.

기름에 옷감을 떨어트리고 상태를 본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탓에 그녀 쪽에서 뭘 하는 건가, 하고 물어봤다. 기름에 온도계를 넣을 수는 없으니 옷감이 튀겨지는 것을 보고 판단한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어렵지만, 옷감이 빠르게 삭 떠오르면 튀김을 시작해도 괜찮다고 가르쳐준다. 냥을 잊지 않도록, 하고 덧붙이니 알았다냥, 하고 기어 들어가는 소리가 돌아온다.

재료를 넣도록 지시하자,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며 넣는다. 원래는 반 정도는 담그고 나서 손을 놔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름이 튄다. 다행히 에이프런 덕분에 화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지극히 위험하다.

큰일은 없었지만 상당히 무서웠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소극적으로 멀리서 젓가락을 뻗고 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는 언제까지고 다 튀길 수 없다. 이상적인 튀김은 처음과 끝의 시간을 가능한 한 짧게 하는 것이다. 길게 끌수록 처음 튀김은 식어가니까.

그렇다고 고온으로 하면 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표면만 타고 안은 반만 익기도 한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효율 좋게 튀긴다. 무슨 일이건 경험이 중요하지만, 기름을 무서워한다면 그녀에겐 아직 이르다. 한 가지 정도는 내 일이 남아있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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