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83화 (183/450)

7년 3화

화상

저녁 식사를 마치고 튀김을 안주로 맥주를 마신다. 술을 마시면 고형물이 들어가지 않는 체질이라 저녁 반주는 식사 후로 정해두었다. 튀김을 소금에 찍어 먹고 있으니 그녀가 방에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내 무릎에 올라타고는 자기 손가락을 유심히 들여본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 튄 기름으로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고. 큰일이다 싶어서 확인했지만 아주 조금 붉어졌을 뿐이었다. 아이다운 분홍색 피부라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헤매자, 그녀는 손가락에 숨을 불며 누구 탓에 손을 데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누구라고 해도 집에는 두 사람밖에 없으니 명백히 내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자기가 하고 싶다고 시작해서 실수한 것도 그녀 자신인데.

아무래도 내가 말꼬리다 뭐다 이상한 말을 한 탓에 신경 쓰여서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딱히 그녀도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손가락이 따끔거리니 떼를 쓰며 놀고 싶은 거겠지.

여자의 무서운 점은 이런 농담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멋대로 뜨거워진다는 점이다. 처음엔 장난이었어도 무시당하면 짜증이 쌓여서 전혀 상관없는 일까지 꺼내 신경질을 내고는 한다. 몇 년이나 지난 일을 꺼내고는 그때는 이랬다고 말한다. 요컨대, 신경 써달라는 사인을 보낼 때 얌전히 신경 써주지 않으면 귀찮아진다.

어쩔 수 없이 맥주를 옆에 두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깨를 안아준다. 착하지 착해, 아팠겠다, 하고 입에 담을 뻔했지만, 과연 너무 어린애 취급이겠지. 여기여기, 하고 손가락을 눈앞에 들이대기에 혀로 핥아본다.

그 느낌이 간지러웠겠지. 꺅꺅하고 즐거워하기에 손가락을 붙잡고 두세 번 왕복한다. 핥을수록 몸을 떨기에 손가락째로 입에 머금어본다. 사방에서 손가락으로 핥아주니 그녀도 손가락을 굽히거나 뻗으며 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욕실에 들어가려면 손가락을 핥아야 해서 내 손가락을 그녀가 핥아주고는 했다. 지금도 입으로 할 때는 이런 식으로 내 물건을 핥아주고 있다. 지금은 마침 반대가 된 것이다. 내 손가락과 달리 그녀의 손가락은 솜털조차 나지 않았고, 작고 가늘었다. 깨물면 부러져버릴 것만 같다.

무서워져서 입을 열자, 빈틈을 노리듯 두 개째의 손가락을 집어 넣어졌다. 엄지와 검지로 내 혀를 잡아 감촉을 확인하고 있다. 마치 대발견이라도 한 듯 혀는 두껍구나,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울다가 웃으면 털이 난다고 했던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었다.

한바탕 놀고 기분이 풀렸는지, 손가락을 꺼내 냄새를 맡고 있다. 냄새난다고 소란을 피우며 싱크대까지 손을 씻으러 간다. 입안이란 세균투성이니 좋은 냄새가 날 리도 없다. 내버려 두었던 맥주를 기울이자 역시 숨이 죽어있다.

단숨에 마셔버리고 그녀에게 새 맥주를 가져오도록 부탁했다. 그러자, 돌아온 그녀는 양손에 하나씩을 들고 있다. 어떻게 할 건지 묻자, 자기도 시험 삼아 마셔보고 싶다고. 과연 초등학생에게 맥주는 이르다. 그것도 한 캔이라니, 몸에 독이다.

한 모금만이라면, 하고 뚜껑을 열고 넘겨주었다. 잠시 바라보고는 과감하게 기울이더니 금세 찌푸린 얼굴이 된다.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인데, 전에 도전했을 때와 아주 똑같은 얼굴이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라거 맥주니까 아주 쓰지도 않은데 말이다.

곧바로 부엌으로 돌아가서 우유를 가져왔다. 우리 집에는 주스 같은 것이 없으니 입가심을 하려면 우유나 차밖에 없다. 노리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맥주가 싫어서 우유를 마시는 모습이 아이 같아서 귀엽다. 입술을 훔쳐보니 과연 우유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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