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4화
용돈
돌아와 보니 그녀의 머리에서 낯선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쩐 일인가, 하고 묻자 자랑하듯 친구에게 받았다고 가르쳐주었다. 아무래도 그녀 반에서 친구에게 서로 소품을 건네는 것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연필이나 지우개, 머리 묶는 끈 같은 것들이다.
아무에게나 막 건네는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에게만 주는 것으로 우정을 확인한다. 적어도 그런 형식이라고. 난 여자들 사이의 우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할 법한 일이기는 하다. 자기도 친구에게 주고 싶으니 돈을 받고 싶다고.
그녀에게 용돈 같은 것은 주고 있지 않다. 식자재를 사러 가는 담당이 그녀이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마음대로 사용하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물어본다는 것은 의리있게 집에 필요한 물건 말고는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미안한 일을 했다.
마음대로 사도 된다고 말하자, 얼마나 쓰면 되는지 잘 모르겠으니 분명하게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초등학생 육학년의 용돈의 적정범위란 대체 얼마일까. 내가 용돈을 받게 된 것은 중학생 때였나. 그때는 분명, 매달 천 엔이었다.
딱히 자기 용돈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되어보면 천 엔으로 별 대단한 것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 맞기도 하다. 저녁을 마치고 방에서 지갑을 꺼내와서 넘겨주었다. 이건 자기 것이니 무슨 일에 쓰더라도 상관없다는 의도를 전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사양해서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폐를 받아든 그녀는 잠깐 바라보더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자기 지갑이 없으니 넣어둘 곳이 없는 모양이다. 쇼핑용 지갑에 넣으면 섞여버려서 알 수 없게 되니 일단 그대로 둔 거겠지.
전에 사용하던 지갑은 있지만, 남성용이라 투박하고 크다. 쇼핑용 지갑도 큰데, 아무튼 그녀 개인용은 아니다. 겸사겸사 지갑도 사주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같이 갈 수 있는 건 주말뿐이고, 그때까지 기다리면 반의 유행도 지나가 버린다. 주말까지는 쇼핑용 지갑에 넣어두는 대신 영수증을 잘 보관하도록 정했다.
이야기가 일단락되었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무엇을 사가면 좋아하겠냐는 상담을 받았다. 잘 모르겠지만, 연필이라도 괜찮다면 귀여운 세트가 얼마든지 있겠지. 그렇게 말하자, 똑같은 걸 몇 명에게나 보내면 큰일이 난다며 뭘 모른다는 표정으로 가르침을 당했다.
그 외에도 노트나 책받침 등 생각나는 대로 거론해갔지만, 대부분 기각된다. 본인이 질문해놓고 대답해주면 듣지를 않는다. 뭘 모른다고 하고 싶은 양 웃고 있기까지 하니 귀찮기까지 하다. 아무거나 상관없잖아,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안 하지만.
학교니까 아이들이 사용할 법한 문구를 생각했지만, 손수건이나 젓가락 받침 같은 잡화 쪽에 귀여운 것이 많지 않을까. 받침은 과연 기각당했지만 손수건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요즘은 백엔샵에도 다양한 디자인이 있으니 고르는 데는 고생하지 않겠지.
착하다 착해, 하고 머리를 쓰다듬기에 다른 상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야한 생각만 한다니까, 라고 말하며 방으로 간다. 무엇을 해줄지 기대하며 기다리자, 그녀가 손에 천 조각을 가지고 돌아왔다.
자, 하고 넘겨받은 것은 그녀의 속옷이었다. 남자는 다들 팬티를 좋아하잖아, 하고 말씀하신다. 좋은지 싫은지 따져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제 와서라는 느낌도 든다. 차가우니 입었던 것도 아니다. 정말 그냥 팬티다.
무심코 코를 가져갔더니 머리를 두드려졌다. 부끄러우니까 맡지 말라고. 어차피 세제 냄새밖에 나지 않을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넓혀보자, 정교한 레이스 사이에 그녀의 얼굴이 비쳐 보인다. 역시 초등학생에게는 이르다. 천 너머로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넘겨준 자신은 제쳐두고 변태라고 매도당한다. 횡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