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7화
수치심
욕실에 들어가자 그녀가 묘한 표정으로 이제 그만해도 되냐고 말을 꺼냈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욕실에서 소변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졌다고 한다. 놀라운 한마디였다. 부끄러워졌다, 라는 말은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인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딱히 내가 부탁한 일이 아니라는 점인데, 확실히 처음 몇 번인가는 내가 유도하기도 했다. 점수표에 적당한 포인트를 정하면 그걸 고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내 쪽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기보다, 그녀와 친해질수록 포인트를 벌어서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욕실에서 보여주기를 그만두지 않아서 나도 몇 번인가 이제 됐다고 말했을 터였다.
그때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으니까, 하고 말하며 계속해온 것은 그녀 쪽이었다. 딱히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해주기를 바라는 건 다 안다, 하고 아는 얼굴로 끄덕이고 있었으니.
그런 과정을 거치고서 그만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곤란해진다. 그걸 그만둔다고 곤란할 이유는 무엇 하나 없으니, 그만하고 싶다면 그만하면 된다. 예전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그녀에게는 분명하게 선택지를 주어왔을 터.
슬슬 나도 질릴 정도로 봤으니 감동도 아무것도 없다. 말하기는 뭐하지만, 동정을 썩혀서 매니악한 방향으로 나아갔을 뿐, 진심으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비정상적인 시츄에이션이기에 흥분했을 뿐, 익숙해지면 그것도 일상이다.
그저, 새삼 괜찮은지 물어보면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질릴 정도로 봤다는 것은 익숙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친숙한 것이 한가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허전하고, 아깝게 느껴지지 않지는 않다.
게다가 책임 전가라고 할까, 내가 시켜서 마지못해 해왔다는 태도도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확실히 처음에는 내가 말을 꺼냈을지도 모르는데, 초등학교에 올라갈 정도부터는 자기가 맘대로 나한테 보여준 거다, 하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거짓말, 이라거나 이상한 말 하지 마, 하고 잘라낸다. 자기 형편에 맞게 왜곡해서 기억하고 있다. 아이의 기억력이란 이런 법인가. 육 년이나 지났으면 그녀 인생의 절반 이상이다. 무리도 아니기는 한데, 내 이야기를 전혀 믿을 생각이 없다.
싫으면 그만해도 전혀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 그렇게 말하자, 뺨을 부풀리며 불만스러워한다. 정말 하지 않아도 되는가, 보고 싶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하고 귀찮게 군다. 평범하게 살면서 남의 방뇨를 보고 싶어서 참을 수 없게 되는 일은 우선 없으리라.
괜찮으니까, 하고 달래본다. 그러자 이번에는 갑자기 소변을 보고 싶어졌는데 어떡할까, 하고 들으라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서 화장실에서 하고 오면 된다. 간다면 복도가 물에 젖지 않도록 몸을 잘 닦고 가도록, 하고 다짐한다.
밖은 춥고, 수건도 아까우니까, 하고 웅얼웅얼 중얼거린다. 슬쩍 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여기서 할 거니까 절대로 보지 말라고 명령한다. 알았어 알았어, 하고 눈을 감으니 정말 감고 있는가, 실눈이 아닌가 하고 시끄럽다.
가만히 기다리자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 아무래도 내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양이다.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뜨자, 그녀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거봐 보고 있었잖아, 하고 우쭐거리는데,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눈 정도는 뜬다.
못 믿겠으니 반대쪽을 보고 있어라, 하고 말하기에 문 쪽을 향한다. 욕실에서 문을 바라보고 앉는 것은 꽤나 이상한 모습이다. 조금 지나자,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생각해보니, 보지 않더라도 소리는 숨길 수가 없다.
게다가 아무리 욕실이라고 해도 샤워기를 멈춰두면 냄새도 쌓인다. 암모니아 냄새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코에 달라붙는 구수한 냄새가 감돈다. 눈을 감을수록 상상력도 늘어난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만큼 이상한 분위기가 늘어난 느낌이다.
소리가 멈추기를 가늠해서 이제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묻지도 않고 돌아보면 또다시 무슨 말을 들을 것은 뻔했다. 더할 나위 없이 신사적인 태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변태다 변태다, 하고 소란을 피운다. 욕실의 소리는 잘 울리니 자제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