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89화 (189/450)

7년 9화

이상향

가슴을 키운다고 하면 흔한 소문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만져지면 커진다는 이야기다. 이건 그녀의 장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게도 즐거운 일이니, 일석이조의 작전이다. 일그러진 관계지만, 먹을 것이나 운동 같은 건 눈치를 보면서 가슴을 만지는 것만은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사실 가장 편한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내가 거실에 앉아있기만 해도 그녀는 다가온다. 한 곳에서 서로 몸을 기대고 있으면 자연히 손이 뻗어진다. 한때는 배나 허벅지를 만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가슴이다. 젖가슴이다. 다른 곳이 싫어진 것도 흥미를 잃은 것도 아니지만,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아픔이 사라졌다는 점이 크겠지. 그녀도 불만을 표하지 않게 되었다. 우선, 감촉 자체가 훌륭하다. 인간의 피부는 전부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같은 피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매끄러움이 있다. 혹은 성장기라 피부가 팽팽한 덕분일지도 모른다.

허벅지에는 탄력이 있다. 탱탱하게 손가락을 밀어낸다. 속이 꽉 찬 고무 비슷한 감촉이다. 거기에서 위로 올라가면 아랫배에 도달한다. 여기는 내장이 안쪽에 있는 탓인지 따뜻하다. 살결의 따스함이 전해진다. 성장기인 그녀는 살이 옅어서 겨드랑이 쪽으로 손을 미끄러트리면 뼈의 모양까지도 알 수 있다.

배꼽을 지나 늑골을 덧쓰며 가슴에 다다른다. 매끄러운 탄력이 있어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부드럽게 밀어낸다. 살이 꽉 찬 엉덩이나 허벅지도 좋지만, 가슴의 부드러운 감촉 또한 각별한 맛이 있다. 솜사탕이라는 표현은 너무 갔지만, 감동적인 느낌만으로 말하자면 비견할 만하다.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거의 손버릇처럼 되어버려서 집에 있는 동안에는 시도 때도 없이 만지고 만다. 가슴에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처음은 무언가 말하던 그녀도 이제는 질렸는지 마음대로 하게 해주고 있다. 원해지는 것도 싫지는 않은 게 아닐까.

어렸을 적 기억이 남아있는 걸까. 손가락으로 만지는 것은 좋지만, 입이나 혀로 빠는 것도 좋다. 단, TV를 볼 때는 방해하지 않는다는 암묵의 약속이 있다. 손이라면 뒤에서도 마음껏 만질 수 있지만, 입으로 빤다면 정면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짱다리를 한 그녀 아래로 반쯤 기어서 몸을 낮춰야만 한다. 양손 양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목만 뻗어서 입에 문다. 가끔 어디 멍멍이가 온 걸까, 하고 놀림당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멀쩡한 어른이 뭘 하고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자신도 싫지 않다. 수치나 프라이드 따위는 가슴 앞에서 무력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안으면 방해하지 말라고 화를 내서 어쩔 수도 없으니.

날 위해서 옷을 벗어주는 것도 아니고, 몸을 차게 하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편하게 목욕 가운을 입고 있을 때가 가장 좋다. 벗기려 하면 역시 화를 내므로 아래에서 얼굴만 밀어 넣게 된다. 공기를 막는 재질은 아니지만 좀처럼 숨쉬기가 어렵다.

두꺼운 옷감으로 막혀있기 때문일까. 비누 향에 섞인 그녀 본인의 체취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톤코츠를 옅게 한 냄새라고 할까. 살아있는 한 인간이 무미 무취일 수는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빨거나 핥기 전에 우선 볼을 문지른다. 먼저 빨면 타액이 묻으니 그럴 생각이 없어진다. 처음밖에 할 수 없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 말하자면 가슴에 대한 인사 같은 것이다. 볼이란 감각이 민감해서 손가락보다 훨씬 세세한 느낌이 전해진다.

몇 번째였을까, 그녀로부터 수염이 아프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덜 자란 수염은 사포 같으니 당연하기는 하다. 그전까지는 아침마다 깎던 수염을 이제는 저녁에 깎도록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생활 스타일을 바꿀 정도의 매력이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아직 융기가 완만하기에 정상과 기슭에 큰 차이는 없다. 목욕 가운에 얼굴을 밀어넣고 있으니 자세히 볼 수도 없다. 감으로 그럴듯한 방향을 향해 혀를 기게 된다. 그녀는 그것을 일종의 게임이라고 생각했는지, 내 머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유도해줄 때도 있다.

잘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기분이 좋다. 체온에 둘러싸여 냄새를 맡고 있자니 포근해진다. 맛본 적 있는 사람만이 아는 도원향의 세계이다.

*돼지 뼈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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