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0화
운동회
운동회가 있다기에 오랜만에 보러 갔다. 당연하지만 운동회 자체는 매년 있다. 다른 가정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일학년의 첫 번째는 나갔지만, 이학년 이후는 휴가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우리 학교는 운동회가 평일에 있기 때문이다.
내 부모님도 맞벌이로 운동회나 수업 참관에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니 교대로 휴가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가 둘인 대신 나와 누나로 자식 또한 둘 있었다. 그만큼 유급을 얻을 수 없을 테니 같은 일이겠지.
나도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투르다. 하지만 잠깐 같이 점심을 먹을 정도의 상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주 집까지 놀러 간 친구라면 부모님과도 면식이 있다. 내가 우등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별로 싫은 표정을 지어진 기억은 없다.
반대로 말해서, 우리 집만 부모가 오지 않는 것을 외롭게 느낀 적도 없다. 없는 것은 없는 거고, 애초에 부모와 마주할 기회가 적다. 만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많으니 상황으로서는 평소와 별 차이가 없다. 대충 뛰는 모습을 보이면 혼날지도 모르니 편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점심만은 만들어주었다. 과연 도시락이 없으면 혼자 배를 주릴 수밖에 없으니까. 남의 식사에 낀다고 해도 혼자 물만 마시고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구걸하러 왔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한 배려는 있었다.
그런 예를 답습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도시락만은 만들어왔다. 평소에는 아침도 저녁도 그녀가 준비해주고 있으니, 튀김 같은 정평 외에는 내가 실력을 보일 몇 없는 기회다. 그렇다고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면 닭튀김이나 돈까쓰 같은, 리퀘스트는 거의 튀김이 된다. 같다고 하면 같다.
가보려고 한 이유는 올해로 초등학생도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된다고 무언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이 떠남을 의식하는 것은 그저 감상일까. 올해는 갈 테니까, 하고 말하자 헤에, 하고 한마디만을 돌려준다.
조금 더 다른 반응은 없나 싶었지만 동시에 그런 법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부모에게 온다는 말을 들어도 대답하기 곤란했겠지. 아주 기쁜 것도 아니지만,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저녁은 *에스카르고로 했다, 라고 듣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주 정도 전에 회사에 유급 신청을 냈다. 유급은 노동자의 권리로서 이유를 대답할 의무는 없다. 따지자면 그러한데, 질문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일이 밥상을 엎을 수도 없으니 사적인 일이라 밀어붙였다.
단순히 감상적인 문제일지도 모르겠는데, 하루분의 유급을 받기보다는 이틀이나 사흘을 몰아서 받는 편이 문제가 적다. 물론 사전에 조정해둘 작업량은 늘어나겠지만, 이래저래 말을 듣는 일이 적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단 하루보다 휴일을 끼고 오연휴 쪽이 용도를 좁히기 쉽다. 여행이나 뭐겠지 하고 멋대로 상상해주겠지.
전일에는 도시락 준비를 시작했다. 그녀에게 여유 있게 사 오도록 한 닭고기를 조미액에 담가둔다. 마늘과 소금에 참기름, 간장과 생강에 설탕, 꿀과 머스터드의 세 종류다. 이 정도 만들어두면 내일은 녹말가루를 묻히고 튀기기만 하면 된다.
뒤에 비스듬히 서서 지켜보던 그녀가 정말 올 건지 물어본다. 물론 갈 것이고 휴가도 냈다, 하고 답한다. 흐응,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대답이기는 했다. 아마도 기뻐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엇을 기뻐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바탕 요리 준비를 마치고 나니 열한 시를 돌고 있었다. 오랜만에 요리를 하니 시간 감각을 잘 모르겠다. 솜씨가 나빠진 탓이다. 씻고 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녀도 방에서 나왔다. 혼자 들어가면 될 것을,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 일찍 자야겠다. 그렇게 생각은 했으나, 만약을 위해 짐을 가방에 넣어두기로 했다. 요즘은 운동회에 참가하려면 부모라고 해도 티켓이 필요하다. 티슈에 손수건, 필기 용구.
다른 건 없는지 그녀에게 물어보자, 도시락을 먹을 돗자리가 필요하다고.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그런 것이 남아있을까. 결국 낡은 시트를 찾아냈을 때는 새벽 한 시가 넘어있었다.
*프랑스 달팽이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