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1화
도시락
아침 다섯 시에 눈을 떴다. 뜨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유있게 일어나려면 다섯 시가 되어버린다. 그녀는 인형을 안고, 그녀를 내가 뒤에서 안고 있는 모습이다. 슬슬 팔을 일으키지 않도록 팔을 빼야만 한다.
슬쩍 방을 나왔더니 갈아입을 옷을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조용히 문을 열어 다시 한번 방에 들어간다. 다행히 그녀는 깨지 않은 모양인데, 아침부터 스파이 영화 같은 짓을 하고 있다. 긴장감 덕분에 잠기운도 날아간다.
얼굴을 씻고 이를 닦는다. 수염은 어젯밤에 깎아두었다. 이학년 정도였는데, 사양이란 것이 없어졌던 시기다. 아침부터 면도를 하면 기계가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불평을 들었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면서 남에게 깨워지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어젯밤에 절여두었던 닭고기가 든 밀폐 용기에 녹말가루를 뿌린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상하좌우로 흔들면 가루가 골고루 묻는다. 물론 묻지 않는 부분은 생기지만, 별로 큰 문제는 아니다. 하나하나 깔끔하게 묻힌다고 해도 균등하지는 않다.
숙성시킨 기름에 젓가락을 넣어 기포가 나는지 확인한다. 작은 기포가 연속적으로 나올 정도가 되면 닭고기를 순서대로 투입한다. 오늘은 도시락이니 산뜻하게 튀기고 싶다. 두 번 튀기려면 시간이 걸리니 가장 먼저 착수해야만 한다.
일단 넣으면 튀겨질 때까지 여유가 있다. 양배추를 잘게 썰어 지퍼 블록에 넣는다. 튀김 아래에 깔아서 기름기를 빼는 경우도 있는데, 그녀는 눅눅한 양배추가 별로라고 한다. 기름을 뺀 양배추를 먹으면 기름의 총량은 변함이 없으니 그것도 싫다고.
튀김에 양배추면 남자아이의 도시락 같다. 조금 귀여운 것도 넣어보고 싶기는 하다. 당근에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를 베이컨에 감싸 *양지에 꽂는다. 프라이팬으로 구우면 맛도 있고 외견도 좋다. 이건 우리 집 도시락의 정평이었다.
갈색에 녹색, 그리고 빨간 고기라면 노란 달걀말이도 빼놓을 수 없다. 달걀말이는 설탕과 간장으로 맛을 낸 달콤한 것, 옅은 국물로 말은 *다시마키 등으로 몇 가지나 있다. 만들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리에이션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달걀말이의 좋은 점이다.
오늘은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한, 녹은 치즈가 든 오믈렛 풍, 명란젓을 섞은 간식 달걀의 세 종류를 해본다. 아침 댓바람부터 요리를 하니 점점 텐션도 올라간다. 평일에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개방감도 함께다.
열중해서 조리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등 뒤에 그녀가 서 있었다. 시계를 보니 여섯 시 십몇 분 전. 평소보다 이르지만 내가 깨우지는 않았나 보다. 파자마 차림인 채 입을 웅얼거리고 있다. 뺨을 잡아당기니 손을 때린다.
모르는 사이에 손으로 집어 먹은 모양이다. 완성된 닭튀김은 쿠킹 시트를 깐 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확인해보니 벌써 두세 개가 사라진 것 같았다. 도둑고양이가 들었나. 꽤 잘 하네, 하고 잘난 말씀을 내리시는 걸 보니 반성의 기색이 없다.
그래도 이미 알아차렸는데 당당히 지켜보는 앞에서 집어먹을 배짱은 없는 듯하다.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방으로 돌아간다. 알아채기 전까지는 먹고 들키면 도망간다니, 약기도 하지.
그리고도 조리를 계속해서 모두 끝난 것이 여섯 시 반으로, 일곱 시 반에 집을 나서면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다. 아침을 먹고 화장실이고 뭐고 하다 보면 마침 적당한 시간이겠지. 아침으로 도시락을 싸고 남은 것을 먹으려 자리에 앉으니 그녀도 맞은편에 천천히 앉았다.
먼저 먹어도 된다고 말했는데 기다려 준 모양이다. 맘대로 집어먹지만 않았으면 감동이라도 했겠지만. 그렇게 말하자, 그걸 먹었으니까 배가 고파도 기다릴 수 있었다, 라고 반박한다. 말은 하기 나름이라고, 여자를 말로 이기기는 어렵다.
오늘은 잘 해야 해, 하고 못을 박힌다. 잘, 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가장하는 것은 남보다 더 서툴다. 평소처럼 보이는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데, 그걸로 괜찮을까. 그녀는 생각한 끝에 맥주는 마시지 말라고 정정했다. 여전히 운동회에 술을 숨겨 가져와서 피로하는 부형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굉장한 이야기다. 나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없는가에 대한.
*이쑤시개
*일본식 달걀말이. 육수로 만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