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93화 (193/450)

7년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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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 체육복 차림의 그녀가 있다. 보이는 것은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아무것도 모른다면 아이가 가정에서 체육복을 입어 보여도 딱히 이상한 광경은 아니다. 흐뭇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건 무척 음미롭다.

불근신하다고 할까, 부적절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체육복을 입고 열심히 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자랑스러운 기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생생한 매력을 느낀다. 항상 나란히 달린다고는 해도, 그건 둘만의 시간이다. 흥분이나 고양감이 없는 정적의 시간이라고 해도 좋다.

그 시간은 달랐다. 동급생과 나란히 서서 경쟁하고 있다.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내면은 다르다. 그녀는 상당히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별로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자신 있어 하지도 않다. 여전히 자전거를 타지 못할 정도니까. 그러면서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려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의 운동회는 프로그램이 거의 정해져 있다. 경주나 공던지기, 기마전 같은 것도 있다. 전혀 진심이 아니라는 척 가장하고 있다. 하지만 얼굴은 긴장되어 어디까지나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몇 번인가 플라잉 탓에 스타트를 방해당했을 때는 혀 차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 그저 반 친구일 뿐이라면 모를 수도 있지만, 분명 친한 친구들에겐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알기 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진심으로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 드물었다. 그녀는 내 앞에서 진심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장면을 만나지 않으니까. 어른은 이길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고, 애초에 경쟁할만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 신뢰의 증거이기도 하나, 방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나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고 있다. 그녀의 아직 순진한 부분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랑스러움이란 절대적이라, 무심코 닿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 증거라고 할까, 형태만이라도 재현해보고 싶다고 부탁한 결과가 눈앞의 모습이었다.

이런 걸 코스프레라고 하잖아, 하고 그녀가 히죽거린다. 오래 알고 지내다 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다. 혹은 본인보다 정확할지도 모른다. 아마 이 표정은 다른 아이는 모르는 것을 아는 자신에게 취해 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현역 초등학생이 체육복을 입을 뿐이라면 코스프레라고는 하지 않을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게 여대생이나 OL이 입고 있다면 말 그대로지만, 그녀가 입고 있어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평상복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의상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미지 플레이가 아닐까. 단지, 어떤 이미지인가 해도 딱 떠오르지 않는다. 입혀봤을 뿐이지 무언가를 연기할 생각은 없다. 교사와 학생 같은 시츄에이션으로 해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 바라는 것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한 가지 다른 점은 있다. 평소였다면 전희까지는 옷을 입더라도 이불에 들어갈 때는 알몸이 된다. 살과 살이 닿는 기분 좋은 느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도 그것을 바란다. 하지만 오늘만은 입은 채로 하고자 한다. 굳이 말하자면, 오늘은 *착에로의 날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여자아이기 때문인지, 그녀는 자주 체육복을 가지고 돌아온다. 내가 어렸을 때는 주말에 빠는 정도로 나머지는 그대로 사용하고는 했다. 그녀는 사용할 때마다 씻으니 주에 두세 번은 세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만은 어차피 더러워지니까, 하고 씻기 전에 하도록 부탁했다. 빨지 않은 것을 입는 데 저항이 있는지 자꾸만 냄새를 맡고 있다.

그렇게 냄새가 나는 걸까. 겨드랑이를 꼭 안고 마주 본 채로 무릎 위로 안아 든다. 정면으로 하면 싫어할 것은 뻔하다. 세게 안는 척 목 뒤쪽으로 옷깃 냄새를 살짝 맡아본다.

맡아보니 확실히 냄새는 난다. 땀이 마른 냄새일까. 쓴맛을 떠올리는 콧등을 문지르는 듯한 투박한 냄새가 난다. 거기에 운동장의 흙먼지가 섞여 있다. 좋은 냄새라고는 하기 어렵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게 나였다면, 말이다.

상황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고, 그게 그녀의 것이라는 이유도 있겠지. 지금의 내게는 향기롭다. 생생한 만큼 더욱 흥분을 재촉한다. 굳이 말하자면 한 채로 자버린 다음 날 아침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냄새 그 자체가 아닌, 그 숨쉬기 답답한 느낌이 닮았다.

*착의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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