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5화
착의
남자가 한 번이라도 좋으니 해보고 싶은 일이란 몇 가지가 있겠지. 내가 그녀와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상당수의 남성이 가진 꿈을 실현해왔다. 예를 들어, 밥인가 욕실인가 나인가 하는 정평도 해준 적이 있다. 대답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의자에 앉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지퍼를 열 때부터 사정시키고 청소를 마칠 때까지 일절 손을 사용하지 않는다. 동물처럼 모든 행위를 마치는 봉사 플레이도 꿈이라고 한다면 꿈이겠지. 한껏 벌린 입에 발사하는 것도 보통이라면 AV가 아니라면 보기 어려운 행위일 터다.
그런 플레이 중 하나에 옷을 입은 채로, 그리고 속옷을 비껴서 한다는 것이 있다. 서른이 넘어서도 동정인, 외로운 인생을 살아온 남자가 속으로 끓여왔던 동경하는 시츄에이션인 것이다. 그 기회가 이렇게 찾아왔다.
그러나, 반바지란 생각 외로 완고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직 브루마가 사용되고 있었다. 실컷 외설적이라는 말을 듣는 만큼, 브루마란 속옷에 가깝다. 팬티째로 비껴서 속을 보는 것도 가능했겠지.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으나.
반바지는 다르다. 밀착하지 않으니 허벅지 사이에 충분한 틈새가 있는데, 그렇다고 그곳에 넣어도 고간까지는 닿지 않는다. 닿을 리가 없다. 닿게 하기 위해 반바지를 억지로 늘려도 멍청한 모습이 될 뿐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옷을 입은 채로 한다고는 해도 과연 반바지를 입고는 할 수 없다. 마지못해 벗겨내자, 이번에는 그녀가 속옷까지 벗으려 한다. 옆으로 비껴서 넣고 싶다고 해도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모처럼 마음에 든 모양이 무너지니까 싫다면서.
날 위해 가장 귀여운 것을 골라왔으니 소중히 하겠다는 그녀, 한 번이라도 좋으니 꿈을 이루고 싶다고 버티는 나, 그런 두 사람이 의논해도 평행선이다. 이번에 새로운 것을 얼마든지 사주겠다고 해도 오히려 더욱 기분이 나빠질 뿐이다.
가장 귀여운 속옷을 입은, 가장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으로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다. 저자세로 나와도 무리라면 칭찬으로 구슬리는 수밖에 없다. 나날이 성장해서 하루가 지날수록 귀여워지니까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더 귀여워졌으면 좋겠다 등등. 대체로 거짓말은 아니다. 지금 하는 일과 어떤 관계가 있냐는 이야기긴 하지만.
납득해준 것도, 이해를 표한 것도 아닌 끈기에 졌다는 느낌이다. 다음번에 새로운 것을 사러 가는 데에 꼭 같이 간다는 조건으로 어떻게든 한 번의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또다시 흥분이 떠난 듯했으나, 안에 갇힌 애액이 마를 리도 없다.
속옷을 비껴내 손가락에 걸친다. 재차 적실 필요도 없다. 물건을 가져대고 천천히 안으로 묻는다. 넣기 쉽도록 나아가며 양다리를 끌어안는다. 그러자 비껴냈던 속옷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며 옆쪽에서 내 물건에 압력을 가한다.
양다리를 안는 데에 양팔을 사용하고 있다. 끌어안은 채로 팔꿈치를 접어 반대로 손을 뻗는다. 어떻게든 속옷을 다시 비끼고 가능한 만큼 밀어낸다. 육학년이라 몸의 성장이, 라고 말한들 미성숙하기는 하다. 실은 여전히 뿌리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일단 침착하고 심호흡하며 그녀를 올려다본다. 히죽거리려는 입꼬리를 견디고 있다. 자기 하반신이니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겠지. 거 봐,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실인 만큼 반론할 수도 없다. 평소보다 신중하게 뽑아내려 했지만, 역시 속옷이 되돌아온다.
분명히 말해서, 방해다. 하기 불편한 데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애원하며 하고 싶다, 하고 싶다고 떼를 쓴 이상, 이제 와서 벗어달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떻게든 방해되지 않을 만한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몇 번인가 넣고 빼는 동안 이것도 점점 익숙해졌다. 즉, 곧게 뽑아내고 곧게 넣으니까 문제가 된다. 걸려서 나아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걸리는 부분은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고 기점을 만들면 된다.
속옷은 오른쪽으로 비끼고, 오른쪽 면에 닿아있다. 거기서 호를 그리듯 시계 방향으로 움직여본다. 물론 크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왼쪽 면에만 자극이 오도록 작게 진동시키듯 움직이는 편이 올바르다.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자극이 되어 나쁘지 않다.
그녀는 그녀대로 기묘한 자극이 된 모양이다. 한쪽에만 감촉이 느껴져서 간지럽다고 하지만, 뺨이 풀려있다. 몇 번이고 같은 장소에만 자극이 가기 때문에 그곳의 피부가 민감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면 된다는 말을 새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