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6화
토의
욕실에 들어가면 반성회다. 대체 누가 시작했는지. 두 사람밖에 없다. 시작했다기보다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까. 대부분 욕실에 들어가지 않고 하는 경우가 많고, 혹은 하고 나서도 욕실에 들어간다. 요컨대, 하고 나서는 대체로 욕실에 들어간다.
들어가면 기분도 느슨해진다.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고 마사지를 한다. 한 번 들어갔더라도 샤워하고 욕조에 잠긴다. 마주 앉아서 긴장을 풀고 후우, 하고 숨을 뱉고는 서로를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이 슬쩍 입에서 흘러나온다. 애초에 욕실에는 치외법권 같은 점이 있다. 우리 집의 이세계다.
기분 좋았어, 하고 물어본다. 잠시 생각하더니 기분 좋았어, 하고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어떨까. 일본어란 어렵다. 혹은 사람에 따라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 대답은 내겐 긍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성행위 그 자체에 흥미를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살과 살을 맞대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건 마음이 편할 뿐 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키스나 쿤닐링구스라고 해도 별다름 없다.
듣기는 나쁘지만, 털빛 좋은 개의 등을 쓰다듬는다. 혹은 피로한 눈에 따뜻한 수건을 덮는다. 계속 그대로 있고 싶은, 그런 마음 편한 느낌이 있다. 그건 마음이 편하긴 해도 기분 좋은 것과는 다르다. 그녀에게 살을 맞대는 것은 아마 마음이 편한 쪽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처음이다. 쾌감을 얻었다. 느꼈다. 난 언제라도 기분 좋다. 세속적인 말을 해보자면, 남자는 살결의 느낌만으로, 마찰만 있다면 기분 좋아질 수 있다. 부끄럽게도 난 그녀를 무척 사랑하여, 사랑하는 여자에게 닿기만 해도 기분은 좋다. 여자는 다르다는 것 같으나.
그녀는 부끄러운 듯 미소지으며, 머뭇머뭇 기분 좋았어, 하고 대답을 돌려주었다. 왠지 모르게 기뻐 보인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연인에게 서프라이즈 생일 축하 파티를 받은 것 같은, 갑작스러운 일에 당혹감과 사랑받고 있음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섞여 있다.
어디까지나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는 뜻이다. 그녀의 취향으로 말하자면 숨길만한 일이고, 부정마저 하겠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우기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미소지으며, 라는 점이 석연치 않다.
그녀가 왼손으로 자신의 유방을 쓰다듬는다. 빙글 한 바퀴를 돌아 살며시 웃는다. 내 손을 잡아당겨 자기 가슴으로 가져간다. 손끝에 희미하게 울퉁불퉁하다. 한눈에 보고 알 정도는 아니지만, 만져보면 알 수 있다. 내 잇자국이다. 그녀를 흉내 내서 손가락을 미끄러트린다. 마침 한 바퀴, 자국이 남아있었다.
아프지 않았나, 하고 묻자, 으응, 하고 고개를 젓는다. 아팠어, 하고 미소짓는다. 조심스럽게 아픈 것이 기분 좋은지 물어보니, 역시 고개를 저으며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깨물어지는 것이 좋은 것인가.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잘 모르겠다.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끝이 없다.
고개를 갸웃거려도, 그녀 쪽에서 굳이 묻지 않는 일을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다리를 욕조에 쭉 뻗으며 몸을 던진다. 그렇게 넓은 욕실도 아니라 두 사람만으로 만원이다. 내 배를 지나 가슴 쪽을 향한다. 복근 주변에 놓을 곳을 찾아낸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고간이 보인다. 조신하지 못하다고 주의를 줘도, 보고 싶으면 봐도 된다고 놀려댄다. 그런 주제에 양다리로 양팔을 억누르고 있으니 팔을 움직일 수 없다. 보는 건 좋지만 만지는 건 안 되나 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수밖에.
그만큼 했는데 아직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고 마녀 같은 목소리를 낸다. 무슨 말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자, 그쪽도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모르겠냐며 아래쪽을 턱으로 가리킨다. 바라보니, 실로 쭉 잡아 당겨지기라도 한 듯 물건이 우뚝 솟아있다.
아쉽지만 오늘은 끝, 이라며 발바닥으로 내 얼굴을 툭툭 두드린다. 그 발가락을 입에 머금고 깨문다. 앞니나 송곳니는 무서우니 어금니를 사용한다. 네다섯 번 왕복하니 그녀의 볼이 빨갛게 물든다.
약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이건 편리하다고 생각했는지 어땠는지, 손가락 사이에도 혀를 기며 엄지에서 검지로 순서를 따라 이빨로 감촉을 확인해간다. 이쪽은 준비도 만전이고 그녀도 괜찮아 보이나, 만약을 위해 손가락을 넣어보니 진행 방향에서 온탕보다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왔다.
어딘가 만족스러워 보이는 그녀를 들어 올려 다시 한번 머리부터 감게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