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97화 (197/450)

7년 17화

보기 흉하게 먹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다. 내 앞에는 비벼진 카레라이스가 있다. 밥에 루가 골고루 섞이도록 카레를 섞어서 먹는데, 그게 더럽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서른이 넘었으니 자각이 없지는 않고, 학생 시절에는 놀림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먹는 것이라 주장하던 시절은 언제였던가. 지금은 정색하는 일 없이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어른은 타인에게 주의를 주지 않는다. 어지간히 거슬리는 행위더라도 아무 말 없이 지나친다. 목소리를 높일 때는 오직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다. 그건 이상할지는 몰라도 편한 세상이기는 하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듯한 학생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요컨대, 내가 카레를 어떻게 먹건 간에 누군가 뭐라 하는 일도 없다. 물론, 누군가가 매너에 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난 입을 열지 않는다.

사실, 그녀와 밖에 나갈 때는 카레를 섞거나 하지 않는다. 건져서, 걸치고, 한 입씩 먹고 있다. 깔끔하게도. 수치심도 보는 눈도 있으니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리 아무도 없는 내 집에서라면 어떻게 먹든 상관없지 않은가.

그렇게 설명을 해도 생떼 부리지 말라는 말만 듣는다. 평소에 당하기만 하던 내게 정론을 말할 기회가 기쁜 걸까. 더러우니까 안 돼, 매너니까 안 돼의 두 마디를 되풀이한다. 조금 전까지 자기도 같은 방식으로 먹었으면서 참 급전개이기도 하다.

알았다알았다, 하고 달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학교에서 같은 말로 놀림을 받은 모양이다. 그것도 사이좋은 여자아이들이 아니라 자기가 항상 주의를 주는듯한 남자아이에게 지적당했다고. 그래서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녀의 좋은 부분은 거기서 이중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처럼 눈에 보이는 장소에서는 신경 쓰지만 자신의 장소에서는 좋을 대로 행동하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하는 척 가장하는 그런 영악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혹자는 어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감성이기 때문인지 내게는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카레 하나로 말다툼할 이유도 없는 건 분명하다. 적어도 그녀 앞에서는 예의 있게 먹고자 한다.

생각해보니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하다. 일본에서 카레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라이스라고 답하리라. 하지만 본고장인 인도에서는 난이라는 평평한 빵에 묻혀서 먹는다. 그 정도로 카레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지금까지 도전해본 적은 없었다. 라이스가 안 된다면 난을 먹으면 되겠지.

반쯤 시골이지만 찾아보니 몇 건인가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인과 인도인은 인구가 많은 만큼 어디라도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있는 곳에는 중화요리점과 카레점이 반드시 있다.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한 일본 체인점이 아닌 본격적인 인도 카레를 칭하는 가게가 네 건이나 있었다.

주말이 되자, 곧바로 그녀를 데리고 인도 카레에 입점했다. 외관은 극채색으로 장식되어 척 봐도 인도라는 분위기다. 놀랍게도 안에 들어가 보니 상상 이상으로 수상쩍다. 외관보다 심하지는 않겠지, 라는 고정관념이 간단히 파괴된다.

심하다는 말은 부적절하겠지. 두 다리로 당당하게 서 있는 코끼리 인형이나 들어본 적 없는 인도의 팝뮤직, 신비로운 미소를 띤 검은 피부에 깊은 조형의 인도인에게 압도되었을 뿐이다. 그걸 수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 감성의 문제이기는 하다. 곁에서 신기하게 지켜보던 그녀가 날 자연스럽게 방패 삼은 것도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인생 처음으로 난이란 것을 먹어보니 이것도 상상 이상으로 맛있다. 빵인 줄 알았어, 하고 그녀는 솔직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난은 토핑을 고를 수 있는 모양이다. 치즈에 갈릭, 토마토 같은 것도 있다. 욕심쟁이인 그녀는 넣을 수 있는 것을 있는 대로 집어넣고 있었다. 결과물을 보고 나서 빵이 아니라 피자다, 라고 역설했지만 그건 자기 문제겠지.

다소 가격은 있지만 볼륨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카레에도 난에도 버터가 듬뿍 발려있고, 난에 이르러서는 리필까지 자유다. 샐러드도 포함해서 천 엔정도이니 만족스럽다. 피자에 카레가 세트 된 그녀에게는 힘겨워 보였지만.

가게를 나올 때는 배가 불룩해질 정도였다. 이런 모습을 본 것은 언제 이래였나. 어릴 때는 조금만 먹어도 금방 너구리 배가 되고는 했다. 그립고 사랑스럽다. 돌아가는 길,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니 왠지 변신이라도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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