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98화 (198/450)

7년 18화

햄버그

생일 때는 뭐가 좋은가, 하고 그녀가 나가는 길에 묻는다.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아서 햄버그라고 대답을 돌려주었다. 햄버그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별로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왜 거기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알겠는데 그게 아니라, 하고 그녀가 웃는다. 생일에 해줬으면 하는 것은 없는가, 하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리를 멈추고 생각에 빠지자 당일까지 말해주면 된다며 등을 떠밀린다. 그건 그렇지만, 그럼 나갈 때 현관에서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해줬으면 하는 것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녀는 이미 많은 것들을 해주고 있다. 너무 많을 정도다. 저녁 준비에 욕실 청소까지 해주고,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은 청소와 세탁 정도겠지. 욕구는 그때그때 해소해주고 있다.

애초에 돈이 드는 일은 전부 안 된다. 새로운 컴퓨터나 디지털카메라도 갖고 싶다. 전자서적 디바이스도 사용해 보고 싶고, 온천 여행으로 편히 쉬는 것도 좋다. 바라는 것이 있더라도 그런 것들은 전부 스스로 이룰만한 연령이 되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쪽이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 꿈을 갖지 않게 된다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엔 파일럿이나 야구선수라고 말하고는 하는 법인데, 지금의 꿈은 무엇인지 물어봐도 대답할 수 없다. 이렇게 되고 싶다는 인물상이 없다. 이렇게는 되기 싫다는 본보기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오늘을 지내고, 내일을 견뎌내서 다음 주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것을 몇 개월이고 몇 년이고 그저 반복할 뿐이었다. 지금은 그녀가 있는 덕분에 하루하루가 윤택하다.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암담한 미래를 그리기보다 즐거웠던 과거를 돌아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바라는 것이 있기는 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왔던 나라도 부끄러워서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한 소망이다. 만약 들어준다면 부끄러움을 참고 말해보고 싶다. 아마 그녀 쪽에서는 별생각은 하지 않을 것은 알고 있다.

당일 아침, 곧바로 권리를 행사했다. 아침을 먹은 다음 거실에서 그녀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었다. 무릎베개 자체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비슷한 자세를 할 때는 있어도 온화한 분위기가 되지는 않는다. 오늘 만은 성적인 일보다 조용히 가로누워 있고 싶었다.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어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어릴 때는 어머니께 자주 부탁하고는 했다. 마더콘이라고 비웃고 싶다면 비웃으라. 여자 무릎에 매달리는 것 같아서 한심해 보이기는 하다. 색기는 수컷의 증명이기는 하지만, 그런 요소가 없는 무릎베개는 계집애 같아 보이기만 하다. 보이기는 하나,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자면 안 돼, 하고 말하면서도 손으로 부드럽게 머리를 빗겨준다. 전철의 부드러운 흔들림에 잠이 오듯, 그녀의 손의 부드러운 자극이 잠기운을 부른다. 말과는 반대로 깨울 생각은 없는 것만 같다. 일어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눈꺼풀이 잠긴다.

문득 눈을 뜨자, 그녀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방에는 어디든 책이 굴러다니니 가까이 있는 한 권을 집었겠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전해졌을까. 그녀는 금방 내가 일어난 것을 알아챘다. 슬쩍 눈을 마주치고는 책으로 고개를 돌리고 다시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적당한 부분까지 읽은 그녀는 책을 두고는 이제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처음 기다리게 한 것은 나지만, 일어나고 나서도 책에 열중하느라 기다리게 한 것은 그녀다. 이제 괜찮은지는 내가 묻고 싶다. 하지만 오늘의 주역이기는 해도 주도권은 그녀에게 있다. 촌스러운 말은 하지 않음이라.

그녀가 고개를 돌리도록 지시하고는 옆에서 짧은 봉을 꺼냈다. 내 주문은 무릎베개가 아니다. 귀를 파는 것이다. 그리운 과거의 재현으로서 어머니가 해주셨던 귀 청소를 그녀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추억이 떠올라서 그랬는지,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시작해보니 상당히 조마조마했다. 일단 손에 쥔 귀이개를 귓가에 가져가는 부분부터 이상하다. 귓불을 꽉 잡아당겨서 고정하고는 귓속에 집어넣는다. 작은 소리로 어둡다거나 보이지 않는다고 중얼거리고 있다.

찰나의 순간, 그녀가 힘을 주며 귀이개를 깊숙이 넣으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장 방으로 돌아가서 베갯머리를 비추는 스탠드를 준비했다. 이제 됐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귀이개를 구석에 대고 약하게 문질러 올린다.

자신 없음이 손으로 드러난다. 적어도 아프지 않도록 하려는 다정함이겠지. 과감하게 해서 피가 나오기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거의 힘을 주지 않으면 아프지는 않아도 간지럽다. 아무리 웃음을 참아도 자연스럽게 몸이 떨리고 만다.

꺼낸 귀지를 버릴 곳이 없다, 긴장해서 목이 마르다, 계속 무릎베개를 해서 다리가 저리다 등등, 몇 번이고 중단하면서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힘 조절을 익힌 시점에서 귀 청소가 끝났다. 정확히는 아침부터 시작했는데 점심이 되어버려서 중지했을 뿐이지만.

앞으로 그녀에게 귀 청소를 부탁하는 일은 없으리라. 평온함은 어디로 갔는지, 목이나 어깨는 물론, 복근이나 허벅지까지 전신이 결린다.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한 탓이겠지. 물론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한다. 그녀는 선의로 해주었고, 부탁한 건 나니까.

무척 기뻤고 기분 좋았다. 고맙다, 라고 마무리되어 끝날 터였다.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다음번에 또 해줄게, 하고 미소지었다. 다음번이란 언제인가. 당분간은 그날이 오지 않도록 자주 청소를 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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