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21화
파도
한 번 물게 해줘서일까. 데려온 당시에는 분명, 손가락을 입에 머금으면 욕실에 넣어준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래서 버릇이 된 걸까. 다시 떠올렸는지 그녀는 가끔 내 손가락을 물게 되었다. 생리가 아니더라도 신경안정제 대신 써 먹히는 느낌이 든다.
어린아이가 무언가를 빠는 행동인지, 야구선수의 껌 같은 것인지. 책을 읽을 때나 저녁을 만들 때, 둘이서 TV를 볼 때 등등 틈만 있으면 깨물린다. 그것도 타깃은 다름 아닌 손가락뿐이었다.
그렇게 계속되는 일도 있기는 한데, 생리 날에 있었던 다른 일은 기억나지 않는 척을 하고 있다.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실은 없었으며, 완전히 평소처럼 냉정하다고 가장한다. 원래부터 어른스럽지 않으면서 그런 척을 하고 있으니 이중의 연기다.
자신은 언제나 아름답고,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언성을 높이는 일 따위는 절대 없다. 없을 터이니 그걸 한 자신은 없었다고 생각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뭐라고 할 생각도 없었지만, 내게도 편한 일이기는 하다.
그저 편견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으나, 여자의 성격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제 좋다고 했던 일이 오늘은 안 되고, 오늘 그러자고 정한 일이 내일은 바뀌어있다. 남자도 애매한 사람은 있지만, 여자는 생물로서 그런 것이다.
무슨 일이건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비관적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런 만화경 같은 모습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 같은 감정의 기복이 없는, 아무런 재미가 없는 사람에게는 마치 눈 부신 빛을 발하는 수정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나를 무의식중에 모델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그녀는 차분하고 감정이 빈곤한 사람이 되고자 하고 있다. 여기에 온 당시의 그녀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런 사람이었다. 시설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감정이 옅었다. 이곳에 와서 밥을 만들거나, 나와 함께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동안 억누를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흘러넘치게 되었다.
그것을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억누르려고 한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게 있어 매력적인 여성이란 언제나 평온한 사람이 아니다. 커다란 감정의 파도를 마주하고 넘어서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좀 더 솔직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손가락을 깨문다거나, 자신의 욕구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좋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 또한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소화해주기를 바란다. 부끄럽더라도 내게는 추억이기도 하니까.
단지,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아서 부끄러웠던 일이나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숨기려고 한다. 그런 행동 자체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저 솔직해지라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이랬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모습이 있는 건 아니다. 채 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잘난 생각을 해봐도 난 정말이지 고상한 인간이 아니다. 손가락을 물리다 보면 그만 나도 모르게 고양되고 만다. 입으로 해줄 때도 그녀는 자주 내 물건을 깨무는 척을 한다. 정말 깨물리면 아주 쉽게 끊어져 버린다. 이를 대고 가볍게 문지를 뿐이지만.
형태로서는 비슷하니, 그 감촉을 손가락으로 맛보면 하반신 쪽도 다음 일을 기대해버린다. 다 참을 수 없게 되자 도망치듯 손끝을 움직인다. 잇몸을 손가락으로 덧쓰며 문지른다. 정해진 신호 같은 건 아니지만, 그녀도 몇 번인가 눈치채주게 되었다.
성장이라고 하면, 봉사의 솜씨도 늘어나기는 했다. 테크닉만이라면 모든 걸 익힌 느낌이 있어서 예전처럼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술 면은 몇 년이나 별 차이가 없다. 변한 것은 그녀의 몸이고, 기분적인 부분이겠지.
단순하게 말하면, 그녀도 커지고 있다. 몸이 커지면 입의 크기도 넓어진다. 목까지의 거리가 멀어진 것도 있고, 목 안쪽까지 넣어지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이전에는 미리 얘기하고 준비를 마쳐야 하는 수순이 있었지만, 이제는 쉽게 목 안쪽까지 쑥쑥 들어간다. 아주 자연스럽게 호흡을 코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나타낼 수 없고, 내 생각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왠지 모르게 그녀가 성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지식이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일인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
말투를 바꿔보면, 정액 같은 건 지식이 없다면 그냥 액체일 뿐이다. 아이가 될 씨앗으로서 보고 인식하기 때문에 성을 의식하게 된다. 몸이 준비를 마쳤기 때문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보는 그녀의 눈빛이 요즘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할 때의 마음가짐이 변한 느낌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머금은 것을 남김없이 마셔내는 그녀의 하얀 목이 유난히 음미롭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