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02화 (202/450)

7년 22화

*유카타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 그 부탁을 거절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부모와 아이가 *엔니치(縁日)에 놀러 가는 정도는 그다지 부자연스럽지 않겠지. 칠월에 한 번, 팔월에 한 번 정도 축제가 열린다. 전철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에 커다란 강이 두 개나 있으니 남들보다 빈번히 폭죽을 볼 수 있다.

이게 처음은 아니다. 언제였나, 토호쿠인지 어딘지의 불꽃놀이를 TV에서 중계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감동하고 있기에 보러 갈지 물어보니 곧장 수긍했다. 그렇게 년마다 다리를 옮긴 지가 올해로 벌써 몇 번째일까. 즉, 언제 말을 꺼내는가의 문제이지 갈지 말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첫해에는 나름 꾸미기도 했는데, 더위에 당하고 말았다. 아이스크림에 빙수 등 차가운 것만 먹어대서 배탈이 났었다. 무엇보다 *노점 음식이 드물기도 했겠지. 배가 아파 먹지도 못하면서 오징어구이에 *오오방야끼에 이것저것 사서 집으로 가져갔다.

다음 날이라도 전자레인지로 데워먹을 수 있는 것은 괜찮다. 맛이 덜하더라도 먹을 수는 있으니까. 솜사탕 같은 건 하루면 쪼그라든다. 그녀는 밤 동안 어떻게 생긴 음식인지 보지 않아서 이 무슨 음식인가, 하고 분노했다. 처음부터 이랬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음 해에도 마주치는 사람이 손에 든 솜사탕을 보고는 저게 뭐냐고 물어본다. 솜사탕이라고 알려줘도 전혀 믿으려 하지 않는다. 눈앞에서 빙글빙글 마는 모습을 보고서야 떨떠름하게 사 줘야겠군, 하고 말할 정도다. 내려다보는 말투는 애교인가.

유카타를 입는 건 아이보다 데이트를 위해 한껏 꾸민 여자가 더 많은 인상이 있다. 그녀에게는 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외견이 지고 있다는 것이 더 신경 쓰였다. 다음 날 아침 유카타를 조르고는 다음 해부터는 빠짐없이 소매를 통했다.

아이들 유카타는 비싸게 든다. 단가도 높지만, 무엇보다 금방 입을 수 없게 된다. 한 번이나 잘해야 두 번밖에 입지 않는데도 거의 매년 바꿀 필요가 있다. 상당히 무시할 수 없는 지출이지만, 이런 것에 대해서, 그녀는 돈에 무척 관대해진다. 나는 아무 말 않지만.

유카타값은 유카타로, 라는 걸까. 불꽃놀이 시즌이란 유카타를 새로 맞추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은 즉, 유카타의 대금을 치른다는 뜻이다. 더 좋은 봉사를 한다고 유카타의 예산이 오르내리는 건 아니지만, 그녀 나름대로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한다.

말을 꺼낸 날의 주말, 집에 돌아오니 유카타 차림의 그녀가 마중을 나왔다. 저녁을 만들고 나서 굳이 갈아입은 모양이다. 실력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이 차림으로 옷에 얼룩 하나 묻히지 않고 깔끔하게 식사를 차리는 건 어렵겠지. 어차피 만들고 나서 내가 돌아오기까지 몇 시간은 있으니 무리할 이유도 없다.

자리도 평소처럼 마주 보는 것이 아닌 내 옆자리에 허리를 내린다. 의자는 네 개 있다. 공석이 항상 두 개는 있으니 어디든 마음대로 고를 수는 있다. 쿵쿵거리며 의자와 의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까지. 여름철이다. 사람의 열은 생각보다 높다. 이건 윗옷을 벗은 정도로는 안 될 것 같다.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나 와이셔츠를 벗는다. 곧바로 세탁기에 집어넣고 셔츠 한 장으로 식탁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성급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듯하다. 그냥 더워서 그렇다고 솔직히 대답해도 소용이 없다.

뭘 어떻게 이야기해도 그녀는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담담하게 설명해서 이해해 준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머리가 헝클어지게 쓰다듬어 주고는 식사를 재개한다. 와이셔츠 한 장 벗었는데 목 주변은 상당히 시원해졌다.

이제 보니 식탁에 젓가락이 없다. 자꾸만 자리를 뜨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가지러 가는 수밖에. 허리를 띄우니 이번엔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 이유를 전하자 고개를 흔들며 팔을 붙잡는다. 씩 웃더니, 그녀가 손에 쥔 젓가락을 입가에 가져왔다. 오늘은 그런 취향인 모양이다.

무슨 접대 같은 걸까. 그러한 가게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자세하지는 않지만, 카바레 클럽이나 바 같은 술집에서 할 것 같기는 하다. 옵션 요금은 어느 정도일까. 혹은 신혼 놀이일지도 모른다. 새댁은 아니지만, 어린 신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럴 때는 말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이것만으로도 기쁘지만, 모처럼이니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언제까지고 입을 열지 않는 나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귓가에 리퀘스트를 속삭였다.

신기하게도 조금 전보다 뺨이 두 배는 붉어졌다. 우물우물 중얼거려서 거의 들리지 않는다. 생각도 하고,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단 한 마디를 입에 담는 것은 무척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왜냐고 물어봐도 모르겠지만.

*목욕 후에 걸치는 얇은 겉옷으로, 축제 때 입는 등 외출복이나 일상복으로도 사용함.

*일본 신앙의 특별한 날. 보통 신사에서 축제가 열림.

*포장마차 같은 간이 점포. 야타이(屋台)

*큰 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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