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23화
먹여주기
젓가락은 하나밖에 없으니, 내가 먹으면 그녀가 먹을 수 없다. 나만 대접받을 수는 없다. 그녀는 완고했지만, 어떻게든 젓가락을 뺏어서 식사를 입에 대게 했다. 어스름한 입안의 선명한 적색이 눈에 띈다.
입안에 집어넣는 것도 좋지만, 입술로 받아 무는 것도 귀엽다. 하나하나 교대로 먹기는 해도 먹는 양은 한창 자랄 때인 그녀를 이길 수 없다. 원래 내가 소식이기도 했나. 점점 빈도가 기울어서, 나중에는 나만 계속 옮겨주게 되었다.
다음은 뭘 줄까. 이번에는 언제쯤 주면 될까.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바라보고만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쳐다보면 먹기 힘들다고. 그렇다고 보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 집에서는 식사 중에 TV를 켜지 않는다. 보통 대화를 하는데, 오늘은 한쪽이 계속 먹기만 하니까.
요컨대, 그녀를 먹여주는 것과 그걸 보고 있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그녀가 왼손을 기세 좋게 내 얼굴에 부딪혀왔다. 분노에 맡겨서 손이 나왔나.
딱히 아프지도 않고 화낼 일도 아니지만,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보이지 않게 손으로 가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자기가 먹는 동안에는 손바닥이라도 보고 있으라는 뜻인가. 멍하니 있자, 갑작스레 빛이 돌아온다. 입을 크게 벌린 그녀가 시야에 들어온다. 치과에라도 누워있는 것 같다.
고기 경단을 하나 집어서 입안에 넣는다. 빈틈없이 이마 근처에 손이 올라온다. 상당히 기묘한 광경이겠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당황할 게 뻔하다. 잘 아는 나조차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할 수 없다. 어린아이의 갑작스러움은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그다지 놀랍지 않은 건 아무리 나라도 신기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리운 감촉이 있기 때문이었다. 먼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던 같은 기억이 있다. 물론, 양손으로 눈을 가려지는 일도 없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그럴 때 손은 등 뒤에서 나오는 법이 아닐까. 양손으로 한쪽 눈씩 가리는 느낌으로 말이다. 정면에서 한 손만으로 덮어지는 경험은 흔치 않은 일이 아닐까. 단순한 데자뷰였나. 머릿속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서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어둠만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감각이 이상해진다. 그녀에게 몇 입이고 먹여주는 동안에 그녀도 만족한 모양이다. 내 젓가락을 가져가서 상 위에 올려놓는 소리가 났다. 그럼 이제 정리할까 싶었지만, 손이 치워질 기미가 전혀 없다.
갑자기 목에 손이 뻗어왔다. 내 눈가에 얹힌 손은 왼손이니, 이건 오른손이겠지. 손가락 하나로 목젖을 만지고 있다. 어제오늘 시작된 일은 아니지만, 그녀는 목젖에 이상할 정도의 집착을 보인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집요하게 만진다.
배가 불러 만족스러우니, 이번에는 즐거워지기 시작한 걸까. 놀 기분이 든 모양이다. 목젖을 한바탕 만져서 질리면, 이번에는 턱 아래의 잔수염을 문지른다. 이쪽은 고양이의 털 같은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나, 지금거리는 감촉이 좋다고 한다. 좋다고는 하는데, 키스하거나 아래를 핥을 때는 아프니까 깎으라고 한다. 깎으라면 깎기는 하지만, 그때그때 하는 말이 바뀌니까 곤란하다.
뺨을 만지거나 귓불을 잡아당기는 등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다. 꼭 지금 하지 않아도 될 거고, 항상 하는 일이다. 새삼 식탁에서 마주 보고 눈까지 가리면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들을 필요까지는 없다. 재미있어졌기 때문일 뿐이겠지.
그럼 나도, 하고 내 쪽에서도 손을 뻗자, 뻐끔하고 손가락을 입에 문다. 동물적인 일을 한다. 버릇 같은 것이긴 한데, 조금 전까지 먹을 대로 먹었던 입으로 물리는 건 조금 그렇다. 입안에 남은 것이 손끝에도 닿아서, 그걸 내 손가락째로 먹을 것처럼 핥아먹고 있다.
내가 졌다고 손가락을 빼내 양손을 든다. 홀드 업이다. 슬슬 그만하는 게 어떨까, 하는 의사를 드러냈을 생각이다. 어떻게 할지 기다려보니, 그녀의 오른손이 왼쪽 어깨에 올라온다. 몸무게가 걸리며, 열원이 가까워진다.
그녀의 입술이 날 붙잡는다. 그 감촉이 한층 더 그리웠다. 문득 생각났다. 예전에는 항상 이렇게 키스를 하고는 했다. 하게 했었다. 식사 대신으로 키스를 시켰다. 부끄러워하던 그녀는 익숙해질 때까지 매번 내 눈을 가렸다. 그걸 떠올렸는지 아닌지, 그녀의 키스는 지금까지는 거의 하지 않게 된 가볍게 닿을 뿐인 가벼운 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