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24화
시대극
식사를 정리하고 나란히 서서 식기를 닦는다. 조금 작아진 유카타의 옷깃을 들치며 엉덩이를 만진다. 변태라는 말에도 어딘가 기뻐 보이는데, 예상대로 속옷은 입지 않았다. 전통복은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말을 잘 따라주고 있다.
실제로 옛날 사람은 키모노를 입을 때 속옷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그건 서양 속옷을 뜻할 뿐 일본식 속옷이나 내의는 존재했다. 옷감의 질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다리 사이에 여유를 주어 땀이 차지 않도록 했다고 들었다. 요즘은 속옷의 선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서 티백 등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요컨대, 정말로 속옷을 입지 않고 유카타를 입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있다고 한다면 약간의 플레이를 할 때겠지. 예컨대 지금이다. 하지만, 애초에 불꽃놀이에 입고 가기 위해서 샀으니 이대로라면 엔니치(縁日)에 하반신을 노출한 채로 걷게 되리라.
딱히 드러내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이기적이라고 욕하고 싶다면 하라. 약간의 농담으로 소중한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으니 분명하게 설명은 했다. 그녀 스스로 뜻을 참작하여 이럴 때는 속옷을 입지 않아 주는 것이다. 그녀 나름의 서비스다.
엉덩이는 만질 수 있었으니 다시 손을 씻고 식기를 닦는다. 그릇 선반에 올려둔 것을 그녀가 행주로 닦아서 선반에 넣어간다. 일을 마치자 그녀가 내게 몸을 기울인다. 손을 엉덩이와 등에 가져가서 몸을 굽혀 휙 들어 올린다.
내 방에 들어가자, 팔에 안긴 그녀가 손을 뻗어 불을 켠다. 이심전심이란 이런 뜻인가. 평평한 이불에 몸을 내리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의외로 잘 껴입고 있어서 누운 채로 벗기기는 여간 어려워 보였다.
눈을 마주하자,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올려다본다.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입지도 못했던 유카타를, 지금은 혼자서도 맵시 있게 잘 입고 있다. 잘하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귀찮은 일도 늘어났다. 시대가 느껴지는 광경을 바라보니 갑작스레 하고 싶은 일이 떠올랐다.
눕혀놓고 미안하지만, 다시 일어서도록 부탁하고 띠에 손을 가져간다. 매듭을 풀고 잡아당기면 그녀도 팽이처럼 돌 수밖에 없다. 시대극 놀이다. 그녀도 뭘 하고 싶은지 깨달았는지, *어~머~ 하고 유명한 대사를 뱉고 있다.
직접 해보니 이것도 의외로 별 것 없었다. *띠를 몇 중이나 감지도 않았다. 한 바퀴 반을 돌았더니 띠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드라마에서 그렇게 빙글빙글 돌았던 건 뭐였단 말인가. 전용 띠가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술래잡기라는 것도 있었다. 저택에서 유녀가 손을 두드리면 남자가 쫓아간다. 소리를 따라 손뼉이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가면 여자를 안을 수 있는 것이다. 흥미는 있지만, 아홉 시가 가까운데 손뼉을 두드릴 수도 없다. 이웃에 폐가 된다.
왠지 부족한 느낌이기는 했으나, 그녀를 이불 위에 쓰러트린다. 띠만 없으면 알몸에 천을 두르기만 한 거나 다름없다. 얼마든지 풀어헤칠 수 있다. 옅은 분홍색 천이 새하얀 피부 위에 빛나는 모습이 요염하다. 다 부풀지 않은 가슴을 곁눈질하며 먼저 키스를 했다.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뭐가 어찌 됐든 키스라고 한다. 다른 게 별로인 건 아니지만, 키스에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아무래도 그녀는 키스를 성적인 것보다는 애정이 담긴 인사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소홀하게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오분씩 키스를 하다 보면 아무리 그녀라도 멍해지기 시작한다. 자주 키스로 표정이 녹는다고 표현하는데, 기분이 좋아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영장에 빠져서 괴로울 때 물에 대한 것만 생각해버리는 것처럼, 머릿속에 키스만이 맴도는 것이다. 산소결핍에서 오는 흔들다리 효과가 아닐까.
말투는 나쁘지만, 약간 머리를 바보로 만들고 나면 욕망에 빠져도 혼나지 않는다. 그녀가 좋아하는 목가를 깨물며 조금 더 기분을 맞춰준다. 두세 번 깨물고서야 노리던 가슴으로 입을 옮긴다. 그렇다고는 해도, 양손은 계속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만.
유두를 핥고, 깨물고, 빨고 있자니 머리를 쓰다듬어진다. 품에 안으며 뒷머리나 목 뒤편, 양쪽 어깨를 쓸어지면 기분이 좋다. 쾌감이라기보다, 마음 깊은 곳이 따스해진다. 편안한 기분이 성욕과 양립한다는 점이 인간의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기 시작했을 시절에는 일방적이었다. 그녀가 봉사하는 차례와 내 차례로 확실하게 나뉘어서, 교대로 하는 느낌이었다. 서로 당할 때는 여유가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듯 해주는 건, 좋은 의미로 둘 모두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
이렇게 해달라고는 입에 내지 않는다. 그저, 이제 됐다 싶을 때는 그녀 쪽에서 알려준다. 이제 슬슬 아래를, 할 때는 손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침실에서는 말이 없어지지만, 내 아내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일본 시대극의 클리셰로, 신분 높은 남성이 키모노의 오비(帯)를 당기면 여성은 빙글빙글 돌며 어~머~(あーれー)하고 말한다.
*유카타를 고정하는 넓고 긴 띠. 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