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05화 (205/450)

7년 25화

엔니치

현관에서 기다리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그녀가 있다. 둘밖에 없으니 그녀 말고는 없다만. 이게 새로운 유카타겠지. 저번에 입었던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느낌이 든다. 색조도 모양도 비슷하고. 유카타는 어째선지 누나와 사러 가더니, 당일인 오늘까지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또각거리며 *게타까지 신었고, *킨차쿠 주머니까지 손에 들고 있다. 복숭앗빛 유카타에 남색 주머니라 무척 눈에 띈다. 그녀의 취향은 주머니 쪽이 가깝겠지. 그런데 어째선지 유카타는 분홍색이라 매번 신기한 기분이다.

맨션 복도를 걸어보니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금은 아직 저녁이니까 괜찮지만, 돌아올 때는 조심해야 한다. 평소처럼 손가락을 얽히며 손을 잇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 그녀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복도와 다르게 밀실에는 전등이 켜져 있기 때문이다.

아주 빈말도 아니라, 귀엽다고 칭찬했더니 기뻐한다. 더 말해 달라기에 질릴 때까지 계속했다. 조금 들뜬 모양이다. 그녀도, 나도. 평소 같으면 에둘러서 부탁했을 테고, 부끄러워서 대답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이십 분 정도 걸어가면 하천이 나온다. 쏘아 올리는 장소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벌써부터 사람이 많다. 하천 부지에는 레저 시트가 늘어서 있어, 다들 앉아서 무언가를 집어먹고 있다. 강변까지 오면 가로막는 것이 없으니 여기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우리가, 라고 할까, 그녀가 기대하는 건 불꽃놀이만이 아니라 엔니치에 출점하는 노점도 있다. 좀 더 걷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어느샌가 그녀는 손가락을 풀고 내 팔을 꼭 붙잡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게타를 신은 데다 하천 부지라 지면도 고르지 않다. 조심하기 위해설까. 팔짱뿐이 아니라 비어있는 오른손까지 소매를 붙잡고 있다.

인구밀도가 올라감과 동시에 노점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중학생쯤에는 아직 축제에도 인연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전혀 없다. 요 몇 년 동안 새삼 얼굴을 내밀어보니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음식들이 잔뜩 있다. 나선 모양의 감자라니 처음 봤다.

그녀에겐 천 엔 분의 용돈을 건네두었다. 말하면 얼마든지 사줄 테지만, 누나에게 용돈으로 건네주라는 말을 들었다. 돈 쓰는 법을 가르치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평소의 쇼핑은 그녀가 해주고 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겠지. 나보다 엄격할 정도다.

지갑과 눈싸움을 하며 노점 하나를 지날 때마다 멈춰 선다. 이걸로 할까, 저쪽은 비싸다. 맛있어 보이지만 양이 적다. 헤맬 정도라면 사주고 싶은 법이니 이가 간지럽다. 맥주에 닭꼬치가 나란히 보이지만 나만 사 먹기도 미안하다.

실컷 헤맨 끝에 그녀가 가장 먼저 산 것은 사과 사탕이었다. 도저히 배를 채울 수 없어 보이지만 보기에는 이쁘다. 단맛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 파낸 얼음 속에 들어간 사탕은 입안에 끈적한 차가움을 불러온다.

그녀가 골랐다면, 하고 나는 귤 사탕을 샀다. 멀쩡한 어른이, 하고 비웃어지는 느낌도 들지만. 사과 사탕은 신맛이 너무 강하다. 나에겐 귤 정도가 딱 맞다. 한 입 베어 물자, 소매를 당기는 사람이 있다. 내려다보니 사과 사탕이 내밀어졌다.

나눠 먹자는 말에 조용히 베어먹는다. 내 것도 내밀었더니 반 정도를 가져간다. 용서가 없다. 딱히 좋아하지는 않으니 상관없지만, 먹는 욕심이 가득하다.

갑자기 팔에서 무게가 쓱 빠져나간다. 미아라도 됐나 했는데, 그녀는 옆에 서 있었다. 시선 끝을 바라보니 같은 나이 정도의 여자아이가 모여서 걷고 있다. 나와 같이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기 싫은 걸까. 그런 나이대라고는 생각하지만, 상당한 충격이 있다.

결국 그 상태로 가게를 천천히 거닐다, 조금이나마 사람이 줄어든 장소에 허리를 내렸다.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사방에 사람이 있어서, 나와 그녀도 몸을 기대듯 바짝 붙어 있다. 몸의 거리는 가까운데, 어쩐지 마음은 멀다. 그렇게 느끼는 건 나 혼자일까.

머리 위에서 커다란 꽃이 핀다. 크고 선명한 원보다는 처지는 부분에 마음이 간다. 고개를 숙이는 벼와 같은 모습에 여운이 남는다. 슬쩍 그녀를 바라보니, 열중해서 밤하늘을 올려보고 있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몹시 차가운 감촉을 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일본의 목제 전통 신발. 샌들처럼 생겼다.

*복주머니처럼 생긴 주머니. 전통복과 함께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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