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26화
베이비파우더
낯선 것을 피부에 바르고 있었다. 욕실에 들어오기 전에 본 듯한 기억은 확실히 있다. 아는 물건이기는 하다. 분명, 베이비 파우더라는 이름이었을 거다. 스펀지 같은 것을 사용하여 목이나 어깨, 가슴 등에 뿌린다. 순식간에 가루로 하얗게 칠해져 간다.
젖내난다는 표현을 하는데, 말 그대로 이런 냄새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왜 갑자기 파우더를 사용하려고 생각한 걸까. 물어보니 땀으로 몸에 염증이 생긴다는 모양이다.
피부가 간지럽다고 누나에게 푸념하자, 욕실에서 나올 때 파우더를 사용하면 괜찮아진다는 어드바이스를 받았다고. 그 이야기가 그립게 느껴진 것은 당연해서, 어머니의 행동을 누나가, 누나의 말을 그녀가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괜찮았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가렵거나 하는 걸까. 딱히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혼잣말을 했을 생각이었으나. 그녀는 귀를 붉게 물들이며 가슴 쪽이, 라고 말하며 가슴을 쓸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 속옷이 늘어나서인지, 통풍 때문인지. 깊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일도 있으리라.
부끄러운 겸 어서 옷을 입고 방에 돌아가도록 할까. 준비를 마친 것을 가늠한 듯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 등에 손이 닿지 않으니 대신 부탁한다고.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며 스펀지를 손에 들고 가루를 묻힌다.
그녀의 새하얀 등이 떠오른다. 요즘은 목욕가운 한 장 입는 걸로 끝내고 있어서 이렇게 피부에 닿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그렇게 게으름을 피워서 가려운 게 아닐까. 여름에 가운은 더울 테니.
목 주변이나 어깨는 괜찮겠지. 그녀의 손에 닿는 범위고, 조금 전에 이미 끝마치는 걸 봤다. 어깨뼈 아래, 등뼈를 따라서 점점 내려간다. 몸을 씻겨주기도 하니 새삼스럽지만, 아주 조금 시츄에이션이 바뀌었을 뿐인데 두근거린다.
등 중심을 끝내고 만세 자세를 시킨다. 좌우 겨드랑이부터 허리까지도 톡톡 가루를 묻힌다. 의외로 이런 부분이 어렵다. 밝은 곳에서 찬찬히 바라볼 기회가 없어서인지, 이제 보니 아주 약간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했다.
본인은 깨닫고 있을까. 이 정도라면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겠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감각으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양은 아니다. 길이는 새끼손가락의 손톱 정도도 되지 않는다. 단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기분 나쁘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무신경할 수는 없다.
모르는 척 마저 끝내고 그녀에게 옷을 입혀준다. 과연 이제는 스스로 옷을 입고 있지만, 습관이다. 만세를 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셔츠를 입히고 단추까지 잠가주고 말았다. 어린아이 취급은 화내는 주제에, 가끔 이렇게 돌봐줄 때면 무척 기뻐 보인다. 잘 모르겠다.
땀띠가 난다는 것도 옷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여름철에 하면 땀투성이가 되는데, 곧장 몸을 일으켜 몸을 닦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체력은 어쨌든 기력이 생기지 않으니까. 남자 특유의 성질일지도 모르겠으나, 조만간은 움직이고 싶지 않다.
특히 금요일은 정성 들여 하니까 완전히 지쳐버린다. 만족하고 누워있으면 그대로 잠들어버릴 때도 있다.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기분 좋은 권태감에 둘러싸여 자는 게 싫지 않다. 그녀를 품에 안고 꿈에 빠진다.
그런 짓을 하고 있으면, 그야 땀띠도 생긴다. 그녀도 원인은 알고 있을 텐데, 내게 항의하는 게 아니라 누나에게 상담한다는 게 한심하다. 아이에게 신경을 쓰게 하고 말았다.
조만간은 삼가는 편이 좋겠지. 여름 동안에는 땀이 나지 않도록 하고, 나더라도 금방 욕실에 들어간다. 청결하게 있어야 한다. 이런 결의를 지키는 것도 어려운 법이다만.
거실에서 TV를 틀자, 곧바로 그녀가 달려와 내 곁으로 온다. 애초에 여름에 다리 사이에 앉아서 밀착하는 이 자세도 좋지 않은 게 아닐까. 얌전히 TV를 보고 있으니 내 팔을 잡아당겨 몸에 감아 고개를 기댄다.
아니, 혹시 그녀는 아무런 생각이 없을 뿐인 걸까. 평범하게 지내고 있을 뿐인데 땀띠가 생겨서 곤란해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내가 신경 써줄 수밖에 없어진다.
그런데,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는 여자아이에게 청결감은 있겠으나, 좀처럼 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건 땀띠가 나는 원인을 막는 좋은 예방책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