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27화
수험
누구누구는 사립에 간다고 한다. 그녀도 수험이라는 걸 이제야 이해가 된 모양이다. 요컨대, 학교는 공립과 사립으로 나뉘어서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면 만날 기회가 무척 줄어든다. 처음에는 연락을 나누어봐도 자연스럽게 소멸한다. 운이 좋다면 성인식에 얼굴을 마주칠 정도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서 친한 몇 명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다. 얼굴은 어렴풋하지만.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사진을 샀을 때 몇 번은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다들 비슷하게 느껴진다. 과장이기는 하나, 실제로 그녀 말고는 금방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어진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게는 다소 소녀에게 끌리는 성벽이 있었다. 그게 최근에는 아주 잠잠하다. 그녀를 앞에 두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녀와 닿으며 성장을 지켜보니 이제 와서 아이들에게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예전 같으면 흥미조차 없었을 그라비아 아이돌 같은 걸 보고 그 몸매에 흥미를 느끼게 되기도 했다. 이런 스타일이 되어준다면. 혹은 이런 몸을 품에 안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이런 걸 그녀에겐 절대 말할 수 없다.
아무튼, 그녀의 친구도 수험을 헤쳐나와 사립에 다닌다고 한다. 우리 집도 보호자 면담 때 수험은 하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은 적이 있다. 성적도 우수하고 대인관계도 좋다. 장래를 내다보고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가정으로 보인다고 한다.
학력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서른이 넘으면 알 수 있는 게 있다. 학력으로는 그 사람의 수준을 측정할 수 없다. 이건 일면의 진실이다. 그러나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 중에는 뛰어난 사람도 많다. 이것 또한 사실이다. 나도 몇백이나 되는 서류를 앞에 두고, 학력만을 필터링한 적이 있다. 요컨대, 알기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중학교를 좋은 사립으로 가면 좋은 고등학교나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어지간한 대학의 부속 초등부라면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 느슨해진다. 공부에 좋은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그러기보다, 중학교까지는 가까운 중학교라도 다녀서 초등학교의 친구와 즐겁게 지내는 편이 좋다. 학력은 인생에서도 도움이 되는 도구지만, 친구는 그 이상으로 소중하니까. 나 자신이 친구가 없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일단 그녀에게도 물어보았으나, 별로 건실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교복이 귀여운 곳이 좋다는 둥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전철로 한 시간과 걸어서 이십 분 중 어디가 좋은지 바꾸어 물어보는 편이 빨랐다.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줄 수는 없을까. 쓴소리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 저녁을 만들 수 없으니 먼 곳은 안 된다, 라는 말을 꺼냈다. 그녀의 장래를 좁히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는 하나, 솔직하게 말해서 기쁘다. 무심코 입에 내기 전이라서 다행이다.
신기하게도, 학교의 교원은 수험을 시키고 싶은 모양이다. 본인도 보호자도 아니라고 하는데, 부외자만은 권한다. 요즘은 공립이라도 진학처에 따라 평가가 바뀌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고생이 많은 일이기는 하다. 재능있는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만, 초등학교는 옥석혼효다. 일률적으로 키운다는 것도 어려울 테니.
그녀도 친구에게 이런저런 말을 들었는지, 중학교는 어떤 곳인지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어떠냐고 해도 설명하기는 어렵다. 같은 초등학교에 같은 중학교를 다녔지만,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기억은 없다.
사립이나 다른 학구에 가는 아이는 반이 되지 않는다. 육 할이나 칠 할은 결국 같은 학구의 중학교에 간다. 다른 학구였던 초등학생도 있으니 반이 전부 구면일 수는 없다. 없지만, 몇 할은 아는 사이다. 복도를 걸어보면 거의 모두와 만날 수 있다.
다른 부분은 어떨까. 굳이 말하자면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 쪽이 부활동은 왕성하다. 발레나 농구, 검도나 유도 같은 것도 있었을 것이다. 문화계도 미술부나 문예부 같은 것이 있다. 그녀는 책도 좋아하고, 몸도 움직이게 되었다. 무엇이든 관심 있는 일을 하면 되겠지.
저녁 준비 때문에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된다. 어렸을 때는 둘이 나란히 서서 만들기도 했으니 별문제는 없다. 애초에 청소나 세탁은 여전히 내게 맡기고 있으니, 그녀가 생각하는 정도로 가사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계속해줬으면 하는 건 욕실 청소 정도일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야기하는 동안 화를 내더니 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렇게 나오면 부활동이든 뭐든 해줄 거라고 흥분하면서. 아무래도 나는 오해를 사기 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