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08화 (208/450)

7년 28화

컷트

쭈욱 잡아당기고는 찬찬히 쳐다본다. 만져지는 것도 보여지는 것도 익숙하기는 한데, 새삼 빤히 바라보면 조금 부끄럽다. 입으로 우물거리며 커진 물건을 꺼낸다. 그리고는 자기 입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털 한 가닥을 꺼낸다. 오늘 할 거야, 라는 말만을 남기고 끝나버린다. 흔쾌히 허락하면서도 내심 전전긍긍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일어난 일이다. 소화불량인 물건을 억지로 속옷에 집어넣고 지퍼를 올린다. 커진 그대로니 넣기도 힘들고, 걷기도 불편하다. 거실로 이동해서 식탁을 둘러싼다. 안절부절못해서 느긋하게 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예의가 없다고 해도 어물쩍 넘기는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한심하다. 그녀에겐 아직 없으니까.

그녀는 TV를 보고 싶은 듯 보였지만, 서둘러 욕실로 데려갔다. 공주님 안기를 기뻐하는 듯해도, 보고 싶은 방송은 예약해둔 걸 보면 약삭빠르다. 세탁기까지 가고 나서야 중요한 물건을 잊어버린 걸 눈치챘다. 가위다.

우선은 청결하게 해야 하므로, 물건과 엉덩이 주변을 보디 소프로 깔끔하게 씻어낸다. 수건으로 몸과 의자의 수분을 닦아내고 허리를 내린다. 눈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녀의 오른손에 번쩍이며 빛나는 가위가 쥐어져 있다.

그녀가 왼손으로 쓱쓱 문지르자, 물건이 간단하게 우뚝 선다. 쾌감의 유무가 아니라 조건반사나 마찬가지다. 평소 같으면 이제부터 입이나 손으로 즐겁게 해주는데, 그걸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 무심코 반응해버리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겠지. 반쯤 열린 입을 기분 좋은 듯 둥글게 모으고는, 곧바로 왼손으로 내 털을 붙잡았다. 팽팽하게 잡아당기고는, 가위를 사용해서 대담하게 커팅했다. 사각사각하는 작은 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만 같다. 고간 바로 옆에서 한다고 생각하니 조여드는 느낌이다.

강모까지는 아니지만, 그녀는 종종 내 털을 자른다. 평범하게 해도 입 주변이 간지럽고, 조금 깊게 넣으면 털까지 같이 입에 들어온다고. 요컨대, 방해된다는 이야기였다.

방해되는 걸 언제까지고 참을 필요도 없다. 생각날 때마다 이렇게 커팅을 시작한다. 보통은 어떻게 하는 걸까. 그렇달까, 나 말고도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항상 가장 먼저 장대에 난 털을 처리한다. 아마 그녀에게 가장 방해되는 부분이기 때문이겠지.

남자라면 알겠지만, 고간의 피부는 얇고 부드럽다. 잡아당기면 털만이 아니라 피부까지 쉽게 늘어날 정도다. 움츠러든 상태라면 더욱 그렇기에 세워서 하고 있는데, 그래도 조금은 피부가 끌려간다. 힘 조절을 생각하지 않으면 털만이 아니라 피부까지 잘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딱 한 번, 있었다. 그녀를 탓할 생각은 없다. 주의가 부족했다고도 하지 않겠다. 그저, 너무 익숙해져서 방심했을 뿐이리라. 맹렬하지는 않으나, 고간에서부터 조금씩 아픔이 퍼져간다. 알아채지 못하고 다시 자르기 시작하려는 그녀의 손을 나도 모르게 붙잡았다.

긴급시여서 그랬는지, 의도치 않게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날 올려다보지만, 나도 필사적이다. 오른손으로 고간을 더듬어보니, 아주 조금이지만 액체가 스며 나오고 있다. 눈앞에 가져오니 붉다. 피다.

내 몸이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그녀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 손을 내밀자 그녀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진심으로 사과해주기는 했지만,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말하기도 어렵다.

손가락을 베었을 때처럼 상처를 핥아주었지만, 흥분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순식간에 줄어들어 주름이 진다. 줄어든 물건은 마침 한 입 크기라, 그곳만 욕탕에 잠긴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에게 그 일은 완전히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음모를 자르고 있다. 난 싫어도 떠오르니 내심으론 간담이 서늘하다. 그래도 몇 번씩 하고 있으니 솜씨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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