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30화
음모
매번 깎이기만 하는데, 그녀 쪽은 어떨까. 그런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몸을 거듭하고 난 친근감도 있어서, 슬슬 자기 것도 깎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해버렸다.
효과는 굉장해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온수가 든 주전자처럼 끓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언제부터 알았어, 또는, 엿봤구나, 변태다 등등 실컷 매도당한다. 말로 추측건대, 아무래도 정말 나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내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처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그걸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나만 깎이고 아기 취급까지 받는 게 부끄러워져서 약간의 농담을 해봤을 뿐이다. 오히려 아직 어린애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털까지 나기 시작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니, 초경도 맞이한 데다, 겨드랑이털은 이미 자랐었다. 아무것도 이상한 일은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매일 평범하게 지내왔고, 어렸을 때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몸의 변화 같은 걸 생각할 리가 없다.
남사스러운 일을 큰 소리로 떠들게 둘 수도 없다. 말해도 듣지 않으니 일단 입으로 막는 수밖에. 찬찬히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드디어 그녀의 기분도 진정된 것 같았다.
애초에 정말 나기는 했을까. 허세를 부리려고 과장되게 떠들었을 뿐인 건 아닐까. 내 그런 생각이 비쳐 보였겠지. 반대로 그런 태도라서 그녀가 내게 죄가 없음을 믿어주었으리라. 정말이라며 역설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누구누구보다 빨랐다거나, 반 친구 대부분은 아직이라 특별하다며 요란을 떤다. 실제로는 그녀 배에 털 한 가닥도 없어서, 의심스럽다. 처리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 끝이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사라지는 법일까. 남자의 수염조차 깎아도 파랗게 남을 정도다.
더 자세히 보라며 욕탕에서 일어서기에, 빤히 바라봐주었다. 눈앞의 아랫배는 말끔한 여자다운 곡선을 그리게 되었으나, 그럴듯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기 이게,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지만, 거의 *매장금이라도 찾는 듯한 기분이다.
목욕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더니, 그건 그거대로 의문이 남는다는 걸 깨달았다. 모처럼 난 데다, 반의 누구보다 빠르다고 할 정도인데 왜 굳이 깎고 있는 걸까.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른의 된 상징이라는 느낌이 있다면 남겨두는 법일 텐데.
뭐, 상관없나. 깊게 파고들어도 좋은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해봐도, 역시 신경 쓰인다. 보이지 않도록, 들리지 않도록 하다 보면 오히려 신경이 과민해지는 것과 같다. 고민한 끝에 드디어 물어보고 말았다.
그러자, 내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알면서, 하고 말한다. 이래저래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내가 털이 없는 쪽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당신을 위해 해주고 있다, 라는 뜻이다.
그런 말을 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치만 로리콘이잖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았다. 자신을 좋아하는 건 로리콘이기 때문이고, 로리콘은 어린 모습을 좋아하니까 털은 있어서는 안 된다. 나열하는 걸 들어보니 수긍되는 논리기는 하지만, 실태는 어떤가.
확실히 로리콘 기질은 있었으나,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털이 난 아이와 나지 않은 아이, 어느 쪽이 좋은가. 별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렇다고 할까, 누나가 욕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먼 옛날에 몇 번 정도 봤을 뿐, 그 이후로 털이 난 여체를 본 적도 없다. 본 적이 없는 것을 비교할 수는 없다.
딱히 생각을 입에 내지는 않았지만, 망설이고 있는 것은 전해진 모양이다. 아니냐고 질문한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을 때 중화와 이탈리안 중 어느 쪽이 좋은지 물어봐도 이거다 싶은 것이 없어 헤맨다. 그처럼 아무래도 좋은 일에 흑백을 가르기는 어렵다.
나지만 최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험 삼아 말해보았다. 어느 쪽이 좋은지 정하기 위해 일단 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요구했다. 바보 아냐, 하고 질려 한다. 뭐, 그렇겠지, 하고 생각한다.
*존재가 확실치 않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