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12화 (212/450)

8년 2화

점수벌이

회사에 비유하면 기본급이라고 할까. 그녀와 절충한 결과, 어느 정도는 포인트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만큼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키스 같은 건 나도 하고 싶으니 서로 노 카운트다. 목욕도 그녀가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몸을 씻겨준다. 이것도 포인트가 상쇄된다.

이런 것들에 더해, 쓰레기를 내놓거나 배수구 청소, 바퀴벌레 퇴치 등등이 있다. 하나하나 늘어놓고 몇 점이라고 하기도 좀스럽다. 그렇다고 전부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싫다. 그래서 기초 포인트를 도입하게 되었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느꼈던 두근거리는 마음이 되살아난다. 용돈도 아니고 세뱃돈도 아니다. 스스로 번 자신만의 돈으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일을 제안할 수 있다.

출근길에 자전거를 저으며, 편의점에서 차를 사거나 한가한 회의 도중에 용도를 생각한다. 점수표는 그녀가 내게 제안하는 구조였다. 그녀가 말을 꺼내도록 유도한 적은 있어도, 내 쪽에서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오른손 검지와 중지, 약지를 묶고 세 손가락으로 생활하라는 말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다. 극단적으로 불편하지는 않더라도 몹시 답답해서, 사소한 일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 속박에서 풀려난 듯한 상쾌함을 느꼈다.

인간이란 신기해서, 쓸모가 없어졌을 낡은 점수표를 꺼내왔다. 그녀가 손수 만든 점수표 옆에 늘어놓는다. 욕망에 가장 충실했던 건 이때였고, 가장 충족되지 않았던 것도 이때다. 하고 싶은 일을 묻는다면, 당시의 나는 얼마든지 꿈을 떠올렸겠지.

다시 읽어보니 고금동서의 온갖 일이 쓰여있다. 제정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중학생이 만든 설정자료 같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상성욕을 있는 대로 써내린 거나 마찬가지다. 동시에 제대로 된 청춘을 보내지 못했음을 뻔히 알 수 있는 안도 함께 쓰여있다.

그중에서 선택된 영예로운 첫 번째는, 소프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프 플레이가 되겠지. 그녀는 풍속점 아가씨도 아니고, 나도 손님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러한 일을 해보고 싶을 뿐이다. 애초에 가본 적이 없으니 어디서 들어본 지식밖에 없지만.

하지만 그녀가 해주는 일에 소프 플레이 같은 내용은 없다. 그녀가 잘 모르는 일은 계승되지 않았겠지. 실제로 한 번도 실행된 적은 없다. 기타 항목이 있으니 상담 후 결정이다.

고급 초밥집이라면 재료가 평가받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교섭 나름인 일에 드는 포인트는 예상할 수 없다. 부족하거나 할 수 없다면 슬퍼지니, 가능한 한 절약해두는 것이 좋다. 그래서 다음 주에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점수를 사용하지 않도록 다짐했다.

월요일, 화요일은 지나 수요일이 되면 그녀가 슬금 찾아온다. 본방까지 할 때도 있지만, 아무 말도 없는 경우는 대체로 입이다. 쌓였으니까 하는 것만이 아니고, 왠지 모르게 습관이 되어있었다. 그날도 그녀는 찾아왔고, 내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식탁 아래로 내려가서 지퍼를 입에 물기에, 황급히 말렸다. 왜 그러는지 묻고 싶은 양 올려다보기에, 오늘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번 해버리면 포인트가 줄어드니, 그만큼을 금요일에 몰아서 사용하고 싶다, 라고.

납득한 모습으로 이번에는 몸을 기대온다. 점수를 벌고 싶다면 그만큼 봉사를 해보라는 걸까. 잘 생각해보니 서비스를 강매당할 뻔한 데다, 이번에는 봉사를 강요받고 있는 건가. 과거의 나도 이랬던가. 물론, 거부하지야 않겠지만.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어 뺨에 가져댄다. 볼록해진 살의 감촉이 좋다. 남은 오른손 검지로 찌르고는 떼기를 반복한다. 마시멜로 같다는 표현을 하는데, 속이 적은 물풍선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손가락 배로 만져봐도 탄력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만끽하고 있자니 그녀가 몸을 꿈틀거린다.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 라는 의사를 느낀다.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손가락을 볼에서 미끄러트리며 입술로 옮겨간다. 작은 균열을 만지며 요철을 즐긴다.

평소에, 입술이나 혀로 접하기는 하지만, 손가락으로 만지는 일은 거의 없다. 주름 하나하나가 모여 부드러운 촉감을 만든다. 흘러나오는 콧김이나 미끄러운 타액이 생생한 열을 띠고 있다. 신기하게도,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가면 사이에 끼우려는 듯 힘이 들어간다. 마치 긴장하는 것만 같다.

왼손으로 양쪽 눈을 가리며 내 쪽으로 기대게 한다. 어깨나 등에서부터 배에 담긴 힘이 조금씩 풀린다. 그녀의 뒷머리가 내 가슴에 닿으며 가로로 기울었다. 이대로 가슴을 만져볼까 하는 생각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 같다. 굳이 다른 곳을 어루만져봤는데, 이걸로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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