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13화 (213/450)

8년 3화

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고간이 아플 정도로 팽창해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녀와 지내게 된 이후로는 이틀을 비우지 않고 처리해주고는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주나 지나기는 처음이다. 배에 닿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엄한 모양의 트렁크스로는 걷기도 힘들다.

살짝 몸을 일으키자, 그녀도 눈을 뜬다. 아침 인사를 하며 내 물건으로 손을 뻗는다. 엄청 단단하네, 하고 미소지으며 말한다. 하지 않아도 되느냐며.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밀어낸다. 너무 만져졌다가는, 밤을 기다리지 못하고 내버릴지도 모른다.

처음 며칠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나, 요즘은 그녀도 제대로 다가갈 수 없어졌다. 내 인생은 연인조차 없었던 시기가 대부분이었고,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성욕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친구에게는 식물 같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을 정도다.

그랬는데, 한번 육욕이라는 것을 맛보니 이건 정말이지 견디기 어려웠다. 살결의 감촉을 맛볼 때마다 더 깊은 곳까지 움켜쥐고 싶어진다. 키스하며 혀를 파고들 때면 더욱 다른 것을 찔러넣고 싶어진다. 이것을 느껴보지 않고 청빈한 척을 하는 데엔 아무런 의미가 없으리라.

오늘도 부드럽게 거절당한 그녀는 불만스러워 보이기는 했다. 내가 참는 이유는 알아도 여전히 불만이다. 그녀로서는 내 제안을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런 일을 위해서 자신을 뒷전으로 취급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

들끓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잊게 해주기 위해, 볼을 감싸며 키스한다. 눈속임이다. 눈속임 때문에 내 욕구불만이 한 층 더 쌓여간다. 그 침체한 기분을 해소하고자 두 번, 세 번 키스를 거듭했고, 그때마다 욕구가 더욱 깊어진다. 좋지 않은 연쇄반응이다.

속옷의 얼룩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를 밀어낸다. 슬랙스에 웃옷을 걸치고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진정된 건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고 되뇌며 손만으로 식사를 준비한다. 건성인 탓에 달걀이 날아다니거나, 썰어둔 오이가 붙어있고는 해버린다.

집을 나오고서야 겨우 한숨 돌린다. 회사에서 동료 여성의 가슴만 바라보는 등 폐해가 없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그런 욕구마저 매우 옅었으니, 일반적인 수준이 되었다고는 할 수 있겠다만. 그런 행동을 보이는 나 자신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망설임 또한 느낀다.

일을 마치고 자전거를 젓자, 기분이 들뜨기 시작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참지 않아도 된다. 오늘 밤부터 월요일까지는 자유롭게 지내도 된다. 요구할 일은 정했으니 말만 전하면 된다. 어떻게든 허락해주도록 부탁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

우리 집의 일용품은 대부분 그녀가 사 온다. 슈퍼에서 오이나 무를 사는 겸 쓰레기봉투나 세제 같은 것도 보충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맡길 수 없는 것이 있다. 콘돔이다. 대체로 인터넷에서 주문하는데, 급할 때는 편의점 신세를 질 때도 있다.

그녀가 고르는 콘돔은 값싼 것들뿐이다. 안전성은 높지만, 두껍다. 어차피 버리는 물건이니 비싼 건 아깝다는 것이다. 하룻밤에 서너 개는 사용하고, 그게 한 주에 두세 번이다. 한 달이면 어림잡아 오십 장. 열 개들이 한 상자가 비싼 것은 천 엔 전후다. 그런 오천 엔이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콘돔의 좋고 나쁨은 내구성과 두께의 균형이다. 정말 싸구려인 콘돔은 두껍고 위험하다. 그 위가 두껍고 안전한 것이고, 얇고 안전한 것을 최상급으로 매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콘돔이 두껍건 얇건 별반 차이가 없다. 차이를 모르는 것에 돈을 내기는 석연치 않은 거겠지.

그러한 차이를 실감하는 건 나뿐이다. 그런 내가 주말의 한때를 최대한으로 즐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고품질의 콘돔을 사 오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쓰레기 같은 남자 같은데, 맛있는 밥을 만들기 위해 국산 소고기를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녀에게 들키면 화를 낼 테니, 내용물만 슬쩍 바꿔놓을 필요는 있다.

집에 돌아오자, 그녀가 마중 나온다. 기분이 언짢더라도 마중을 나와주는 다정함이 감사하다. 꼭 끌어안는다. 현관을 잠그는 것보다 먼저 키스를 반복한다. 복도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나 자신을 잃을 정도로 혀의 감촉을 맛보는 데 집중한다.

뇌의 배선이 바뀌었는지, 정신이 들자 그녀를 현관에 쓰러뜨리고 있었다. 한 손은 바닥에 대고, 비어있는 쪽은 그녀의 뒷머리를 바치고 있다. 어깨에 걸친 가방, 구두, 양복들, 그 모든 것이 답답했다. 뜨거운 한숨이 목을 지나고, 마치 구토라도 하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조금도 제어할 수가 없어서,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듯 떠밀리며 휩쓸려간다. 무릎이 그녀의 다리를 여는 모습을 마치 남 일처럼 바라보는 자신이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그녀의 손이 뻗어왔고, 내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수수한 소리와는 달리, 전기가 흐르는 듯한 아픔이 나중에서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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