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15화 (215/450)

8년 5화

물기

머리 쪽을 마치고, 다음은 기대하던 몸을 씻을 차례다. 두근거리며 기다렸으나, 그녀는 에틸렌 타올을 손에 들었다. 잊고 있었다. 생각을 완벽하게 전하기란 참 어렵다. 소프에서는 남성의 몸을 씻는데 타올이나 스펀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평소랑 다르다거나 반대가 아니라는 둥 중얼거리고 있다. 싫으면 괜찮다고 해도, 안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며 더욱 열을 낸다. 평온한 마음이나 기대감 같은 것들이 맥없이 사라져간다. 현실에서 꿈만을 바라보기는 불가능한 걸까.

내 차례가 끝나면 해주겠다고 말해주자, 꼭이라고 다짐을 한다. 타올과 맨손이 그렇게나 다른가. 아니,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부탁하고 있는 거지만. 사실 피부가 쓸려서 아팠다거나 하는, 타올에 싫은 기억이라도 있는 걸까.

생각하지 말고 느끼라는 말도 있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손가락에 의식을 집중한다. 귀 뒤편이나 목덜미, 그리고 등을 순서대로 만져진다. 씻겨진다기보다는 어루만져지는 것 같다. 전혀 깔끔해진 느낌은 들지 않으나, 기분은 좋다.

거실에 나란히 있을 때는 무릎 위, 이불에서 잘 때는 품 안, 한창 할 때는 아래에 있다. 그녀는 항상 내 앞쪽에 있다는 뜻이다. 배나 겨드랑이, 또는 볼이나 목 정도밖에 만져진 적이 없다. 어깨뼈나 등뼈를 기어 다니는 느낌은 간지럽기는 해도, 마음 편하다.

그러고 보니, 하고 말을 꺼낸다. 소프에서 등을 씻을 때, 여성은 가슴을 사용한다는 모양이다. 정말인가, 하고 묻기에 거짓말이라고 말해주었다. 그건 거짓말이지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건 사실이다. 하고 덧붙였더니, 잠시 후에 등에 감촉이 느껴졌다.

양쪽 어깨에 손이 얹혀있으니, 이 느낌은 가슴이 틀림없다. 밀착한 탓인지, 그저 작아서 그런 건지. 오른쪽과 왼쪽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가슴과 내 등이 혼연일체로 이어져서, 아무튼 뜨거운 느낌만이 남는다. 그걸로 충분했다.

위아래, 위아래로 그녀가 몸을 문지른다. 씻는다고 했으니 의리있게 등을 씻어주는 모양이다. 묘하게 잘 미끄러지지 않기에, 혹시나 싶어 비누는 묻혔는지 물어본다. 흐린 목소리는 아마도 완전히 잊고 있었겠지.

뒤돌아보며 그녀의 손을 잡는다. 거의 사라져가는 거품을 받아 그대로 그녀의 가슴에 묻힌다. 이렇게 가슴에도 거품을 묻히지 않으면 씻었다고 할 수 없으니까, 하고 잘난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의 피부에 닿아보고 싶어졌을 뿐이다.

나는 지금 폭주하기 직전이다, 하고 냉정한 부분이 속삭인다. 돌아가려면 지금밖에 없다, 하고 싶을 뿐이라면 씻고 나서 하는 편이 좋다, 소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하고. 이성은 그렇지만, 손바닥에 전해지는 감촉은 좀처럼 버릴 수가 없다.

유두가 손바닥 가운데 들어와 존재를 주장한다. 나이프로 깎은 듯한 왜곡된 둔각의 가슴을 손끝으로 꾹꾹 돌리고 당기며 확인한다. 다섯 번 해도, 열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 단지 그것뿐인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슬쩍 표정을 확인한다. 아까 그래놓고 지금 또다시 강행하는 걸 화내지는 않을까. 아니, 분명히 화가 났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대로 멍한 얼굴이다. 활처럼 가늘어진 눈동자가 마주치자, 나긋하게 미소짓는다. 그녀는 그녀대로 스위치가 들어갔다.

이건 안 되겠다. 양쪽 겨드랑이를 들어 그녀를 품에 안는다. 마주 본 채로 그녀를 내 무릎 위에 앉힌다. 등이 그랬듯 앞쪽도 가슴으로 씻는 법이다. 꼭 끌어안자, 그녀도 보드랍게 움직이며 팔을 돌려 안겨들었다.

그녀가 서투르게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내 양쪽 다리에 부담이 걸린다. 다리를 벌린 그녀가 양다리를 내 허벅지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힘을 담아 몸을 움직이면 그녀의 양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건 필연. 위아래로 움직이는 건 가슴만이 아니다. 몸통과 이어진 엉덩이 또한 움직인다.

내 물건이 그녀의 고간에 문질러지며, 자꾸만 점막에 닿기를 반복한다. 의식하지 않을 리는 없다. 자기 몸이니, 당연히 그녀도 알고 있다. 조금만 미끄러지면, 미끄러트리면, 그대로 안에 쑥 들어가 버린다.

물기도 충분하다. 그녀의 것은 작고 좁지만, 내 물건을 받아들일 정도의 여유는 있다. 그렇도록 해왔으니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무척 크게 들린다. 이유는 알고 있다. 해서는 안 되니까.

그날 이후, 나와 그녀는 콘돔 없이는 한 적이 없다. 초경이 오지 않더라도 아이가 생길 수 있다. 하물며, 지금은 그녀도 완전히 여자가 되어있다. 위험일인가 아닌가 하는 기준이야 있으나, 그것도 절대는 아니다. 해서는 안 된다.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이유가 되는가.

할래, 하고 귓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럴 때만 그녀는 할 생각에 가득 찬다. 위아래만이 아니라, 허리를 좌우로도 흔들며 올려다본다. 물건이 음순이 닿을 때마다 심장을 흉내 내듯 움찔거린다. 이건 소프잖아, 하고 그녀가 다시금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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