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6화
순서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냉정해진다. 소프는 풍속이다. 풍속은 어디까지나 뽑는 게 메인이지, 꼭 본방을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소프 플레이는 어디까지나 씻는 것이 메인이니, 지금 여기서 본방을 하는 건 옳지 않다. 바보 같기는 하지만, 이럴 때라도 원리원칙에 따른 생각을 하는 내가 싫지 않다.
쓱 웃어 보이고, 그녀에게 키스하고는 무릎에서 내린다. 비둘기가 새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얼이 빠져있다. 그녀 입장에서는 유혹할 생각이었겠지. 지당한 반응이다. 그 대사가 역으로 본방을 그만두게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음이 틀림없다.
이렇게 조르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여전히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그 말을 꺼낸 것도 일 년 전이니, 단 일 년 만에 쉽게 마음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게임에 비유하면, 그녀의 손에는 강한 패만 모여있으니 조심해야만 한다.
조금 불만스러워 보이기는 했지만, 머리를 엉망으로 쓰다듬어주며 이어서 하기를 재촉했다. 무엇보다 아직 머리나 등, 가슴 정도밖에 씻겨주지 않았다. 거기도 수상하기는 하지만, 배나 다리에는 손도 대지 않고 남아있다. 그리고 다리 사이도.
이르기를, 소프에서는 남자의 허벅지는 여자의 다리 사이로 씻는 법이다. 만화에서 얻은 지식일 뿐이다. 나도 적당적당한데, 그녀도 이판사판이다. 음미롭다기보다 즐거운 느낌으로 내 허벅지에 올라탄다. 비누의 거품은 어디에 갔는지, 뜨거운 액체가 허벅지를 불태우고 있다.
서로 깨닫고는 있다. 그 사실을 계속 모르는 척하고 있을 뿐.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문지르고, 잘게 흔드는 움직임마저 보일 정도다. 허벅지를 사용해서 기분 좋은 부분을 위로하는 건지, 그런 흉내를 내게 과시하고 있는 건지. 판단할 수 없지만,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씻어야 할 곳을 말끔하게 씻고, 마지막에 다시 고간으로 돌아왔다. 굳이 보디 소프까지 추가해서 고간을 거품투성이로 만들고는, 껍질을 벗겨져서 귀두 뒷부분까지 정성스레 문질러진다. 두 구슬은 데굴데굴 굴리듯 주물러지고, 그 안쪽 깊은 곳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한다.
당황스레 거기는 됐으니까, 하고 말하려고 했다. 그 말을 가로막듯 그녀가, 소프에서는, 하고 외친다. 소프에서는 남자의 엉덩이는 여자아이가 씻어주는 법이라며 바르게 앉으라며 등을 펴게 하고, 엉덩이의 구멍까지 손가락을 가져간다. 주름 하나하나를 기어지니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드디어 끝났나 싶었더니, 힘을 뺀 순간 구멍 안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졌다. 다리를 밟힌 고양이가 있는 힘껏 꼬리를 뻗듯, 내 물건도 철심이라도 박은 것처럼 단단하게 용솟음친다. 쾌감 때문이 아니라, 흉측한 것에서 피하고자 하는 생리현상이다.
지나친 충격에 멈추게 한다는 생각마저 돌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진다. 정신이 들자, 몸을 있는 대로 비틀며 그녀의 손가락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뽑아낸 손가락 끝을 맡더니, 느긋하게 냄새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 격차란.
사실은 크게 혼내야만 했겠지만,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미안한 척은커녕, 자기가 혼날만한 짓을 했다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얄밉지만, 뭘 어떻게 혼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보답은 몸으로 지불받는 수밖에 없다.
순서대로 하기로 했으니 내가 끝나면 그녀 차례다. 평소처럼 그녀의 머리를 씻겨준다. 아주 익숙하다. 그녀와는 달리, 난 벌써 몇천 번은 머리를 씻겨주고 있다. 베테랑이다. 가능한 한 느낄 수 있도록, 기분 좋은 부분을 세심하게 다루어준다.
나도 그녀의 바람대로 맨손으로 구석구석을 씻겨준다. 손끝에서부터 겨드랑이, 가슴 끝에서 발가락 사이 하나하나까지 시간을 들여 문질러준다. 점차 말수가 줄어드는 것이 재미있다. 왜 그러는지, 아팠는가 하고 물어봐도 고개를 흔들 뿐 건성이다.
자신이 봉사해서 기뻐해 주었으니, 그 보답으로 정성스럽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주 좋다. 그녀를 따라, 마무리로 그녀의 소중한 부분을 깔끔하게 긁어내 주겠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때를 벗기고, 끝.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순간, 손가락을 미끄러트려 그녀의 엉덩이를 습격했다.
처음 해봤지만, 엉덩이 구멍은 생각 이상으로 아주 쉽게 침입을 받아들였다. 비누 탓이겠지. 그녀는 흐극, 윽, 하는 탁음을 뱉고 있었다. 위치 관계상, 등 뒤에서 고간 사이를 지나 엉덩이에 손가락을 뻗은 탓에 조금 불편하다. 어떻게든 어깨를 뻗어 제일 관절에서 제이 관절까지를 집어넣었다.
사람의 몸속이니 당연하지만, 따뜻하다. 손가락 끝에 단단한 것이 닿는다. 이건 아마도 배설물, 똥이겠지. 그녀는 귀엽다. 사랑스러운 존재고, 만에 하나 일이 생긴다면 간호를 할 각오도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손끝으로 닿아버린다는 것은 무척 어색한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