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7화
피로
나로서는 불행한 사고로, 서로가 서로의 엉덩이에 손가락을 찔렀던 것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걸 화제 삼으려 한다. 어렴풋이 눈치채긴 했는데, 혹시 그녀는 엉덩이에 흥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욕조에서 몸을 덥히고 있으니, 그녀가 흥미진진하게 엉덩이에 흥미가 있는지 물어본다. 난 그녀에게 당했으니 복수할 생각으로 했을 뿐이지, 엉덩이 구멍에 흥미가 있는 건 아니다. 복수라고 직접 말하기도 뭐해서, 흉내 냈다고 바꿔 말하기는 했지만.
별로 묻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엉덩이에 흥미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별로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내가 꼭 부탁한다면 같이 해주지 않을 건 없다고. 게다가, 하고 덧붙인다. 게다가, 엉덩이라면 아기가 생기지 않고, 콘돔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일단은, 엉덩이 속에는 잡균이 가득해서 그냥 할 때 이상으로 신경 써야만 한다. 콘돔 없이 넣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해두었다. 내가 아닌 사람과 한다는 생각은 하기도 싫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올바른 지식을 올바르게 가르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변명 같다는 건 눈치채고 있다. 콘돔이 절약된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권할 리가 없다. 어디 잡지에라도 쓰여있는지 물어보니, 그건 그거대로 정답이었다.
고등학생용 잡지 같은 건 앞서있어서, 올바른 섹스는커녕 올바른 애널 섹스 강의까지 쓰여있다는 모양이다. 올바르다고 못 박아놓고 거기에 쓰여있는 지식은 올바르지도 않았던 거지만.
그럼 잡지에 쓰여있어서 트렌드에 따라봤을 뿐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녀가 입에 담을만한 것들은 전부 나중에 붙인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그녀는 엉덩이 구멍에 쾌감을 느껴버렸을 뿐이다.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 혹은 말하고 싶지 않으니 이유를 꺼내오는 거다.
그녀의 연인으로서 희망을 이루어주고 싶기는 하다. 나도 흥미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동정을 하다 보면 지식만은 몸에 붙게 되고, 다소는 어브노멀한 작법에도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방면에 내달릴 정도로 나는 매니악하지 않다.
현실에서 그녀라는 파트너와 접해보니, 평범하게 지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지금도 여전히 로리타 취미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고, 그런 의미로는 매니악하기는 하다만. 그걸 제외하면, 극히 평범하게 키스하거나, 살결을 거듭하고, 이끌려 사정한다는 스타일에 만족하고 있다. 굳이 그녀의 애널을 확장해서 내 물건을 받아들일 정도로 기를 정도의 모티베이션이 없다.
애널 섹스는 위험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위험하다. 확장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엉덩이 구멍은 넓혀지면 잘 닫히지 않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엉덩이가 느슨해져 버린다. 어쩌다 근육이라도 끊긴다면 평생 기저귀를 벗지 못하는 인생이 되어버린다. 이 이야기는 전에도 그녀에게 했을 터다.
알면서도 말을 꺼낸다는 건, 어지간히 집착이 있는 걸까. 그만큼 기분 좋다는 뜻이겠지. 어쩌면, 내가 없더라도 혼자 멋대로 해버릴지도 모른다. 상대해줄 만한 파트너를 찾아, 어딘가에서 남자를 만들어버리는 거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진지하게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위험성을 설명하고, 정말 엉덩이로 하고 싶은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 하고 말했다. 너무나도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라, 나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전에도 알려줬던 이야기인데, 하고 싶은가, 하고 물어본 쪽이 잘못이다. 원망스럽게 중얼거리자, 몇 년이나 전에 딱 한 번 했던 말을 기억할 리가 없다고 일축되었다. 다른 남자랑, 하고 말하고는 멈칫한다. 꺼낼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또 기분이 나빠질까 싶었지만, 그녀는 몸을 기대온다. 정말 하고 싶어지면 같이 해줘야 해, 라며. 어리둥절해 있으니, 재빨리 욕조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하고 싶은 건지 하기 싫은 건지. 눈에 새겨진 새하얀 엉덩이는 그런 일들이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음미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을 나오자, 전라의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춥다면서 스스로는 머리 하나도 닦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오기를 양손을 펼치며 기다리는 모습은 아직도 어린애 그대로다. 깜짝 놀랄 정도로 암컷을 느끼게 할 때도 있다면, 완전히 어린아이로만 보이는 순간도 있으니, 여자는 잘 모르겠다.
왠지 지쳐버렸지만,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밤의 이런저런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다, 문득 생각났다. 그녀가 없는 동안에 비싼 콘돔으로 바꾸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