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8화
공원
드물게 외출을 하고 있다. 근처의 번화가 주변이 아니라, 전철을 갈아타며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곳이다. 그녀는 여행 기분으로 신이 나 있지만, 난 조금 졸립다. 내가 꺼낸 말이긴 한데,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도시락 같은 걸 만들다 보면 지금 정도 시간에 잠이 쏟아지게 된다.
잠깐 자도 되는지 물어보니, 뭐어, 하고 항의의 소리를 올린다. 방치당하는 것 같아서 싫은 거겠지. 거듭 부탁하니 마지못해 허락해주었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목적지에서 깨워주기를 믿고 있다는 말을 듣고 행복해 보였던 것 같다. 대신 알람을 맞추려고 했더니 가로막혔지만.
계기는 만화를 읽을 때였다. 요즘은 볼 수 없는 풍습도 만화 속에서는 남아있고는 하다. 거기에는 공원 데이트 도중인 커플이 연못에서 보트를 젓는 씬이 있었다. 좋다고 생각했다. 부럽다. 이런 청춘은 내게는 없었으니.
항상 하던 것처럼, 그녀는 내 품속에 있었으니 같은 만화를 읽고 있었다. 말로는 내지 않았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느려진 걸 알았기 때문일까. 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왔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신경 쓰였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전국 어디에든 있는가, 재미있나, 하고 물어온다. 솔직히, 난 잘 모른다. 모르는 일 투성이다. 그래도 이야기하는 동안 점점 흥미가 동했다. 그럼 가볼까, 하고 그녀가 말을 꺼내주었기에, 그에 편승하게 되었다.
조사해보니, 일본 전국의 다양한 장소에 연못이 붙어있는 공원이 있었다. 그중에 몇 군데는 보트도 붙어있다. 비율이 높은지 낮은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우리 집 주변이라면 적어도 한 시간 반은 걸린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인터넷 덕분에 알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겠지.
그녀는 시간을 잘 봐서 날 깨워주었다. 바보 취급하는 건 아닌데, 너무 야단스럽게 추켜세우고 말았다. 과하게 기뻐할수록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너무 했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그녀도 싫지는 않아 보인다.
역 앞에 금방 공원이 나오는 건 아니다. 공원을 위해 역을 만들지는 않으니까. 세월이 느껴지는 잡다한 상점 사이를 누비며, 거의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길은 간단하지만, 좀처럼 스무즈하게 나아가지는 못했다. 반찬가게를 보고 멈춰서고, 옷가게를 보고 멈춰서고, 잡화점을 보고 멈춰 선다. 자꾸 멈추기만 한다.
사고 싶다면 돌아오는 길에 천천히 둘러보면 된다. 지금 사봤자 짐이 되고, 어쨌든 한번은 다시 같은 길을 지나야 하니까.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바로 수긍했지만, 세 걸음을 걷고 나니 잊어버렸다. 절대 머리가 나쁜 건 아닐 터인데, 새 같은 기억력이다.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모처럼의 휴일이니 짜증을 내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그녀의 자주성에만 맡겼다가는 공원까지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린다. 이 자세로 걷기는 힘들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그녀가 고양이처럼 울기 시작하기에, 내버려 두면 언제 갈지 모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해주었다. 우물우물하는 말을 무시하고 있으니, 이내 이해해주었다. 직접 걸을 테니 내려달라고 말한다. 고작 사오 분이었지만, 상당히 지친다. 어깨가 축 늘어진다.
열 시가 지나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휴일이라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있었다. 잠옷 차림의 노인도 있나 하면, 반팔에 반바지인 아이도 있다. 묘하게 차려입은 일가족도 있고, 커플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몇 명 발견할 수 있었다. 잡다하다는 뜻이다.
이러면 보트도 가득 찼거나, 자리가 비는 걸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조금 빠른 걸음으로 오두막에 다가갔지만, 가까워질수록 기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연못 위를 떠다니는 보트는 한 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있는데 보트는 없으니, 아무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건 명백하다.
말을 걸어보자, 티셔츠에 캡을 쓴 노인이 나왔다. 책상의 용지에 내용을 기재하고, 비어있는 보트로 안내해주었다. 나이에 비해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 고령자의 취업 지원 사업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주차장 관리 같은 데서 비슷한 모습의 노인을 본 적이 있다.
이 아이가 꼭 타보고 싶다길래 데려왔다, 하고 말해보았지만, 별로 흥미는 없어 보였다. 떳떳하지 못해서인지, 변명 같은 말 따윈 하지 않을 걸 그랬다. 노를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걸 고르도록 권해진다. 렌터카로 말하자면 열쇠 같은 건가.
배를 풀고 젓기 시작한다. 보트가 연안에서 멀어지고서야 겨우 한숨 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공원도, 물 위에서 바라보니 드문드문하게 보인다. 밀레의 그림에 나오는 듯한 온화한 광경이 떠오른다. 거장은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는 풍경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거리를 두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법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