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9화
보트
자기가 오자고 했으면서. 그녀가 투덜거린다. 내가 관리장의 노인에게 했던 말을 빈정대고 있다. 기껏 따라와 줬는데 생색내는 말투를 하지 말라고. 일리는 있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다. 내가 타고 싶어서 권했다고 하면 우리의 관계에 의문이 생기니까.
그런 이유가 있어도, 나쁜 건 나다. 사과하는 수밖에. 잠깐은 말이 없었다. 그건 싫은 침묵이 아니었다. 난 처음 보트에 타봐서 움직이는 데에 필사적이다. 그녀도 태양의 빛과 바람을 받으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계절도 좋았는지, 저을수록 나아가고, 나아갈수록 바람을 받는다. 시원하다. 몸은 움직일수록 열을 띤다. 땀이 스미기 시작하고, 하늘과 수면 양쪽에서의 빛을 쬔다. 자전거를 저을 때의 상쾌감과 닮았지만, 이쪽이 몇 할은 더 덥다. 그래도, 평소에 잠들어 있는 근육을 사용하는 쾌감은 있었다.
익숙해질 즈음엔 맞은편 연안에 도착할 것 같았다. 능숙하게 멈추는 방법도, 방향을 바꿔서 나아가는 방법도 잘 모른다. 몸을 반대로 돌리면 되는 걸까. 그걸 시험해보기 전에 먼저 방향전환을 시도해봐야겠지. 오른쪽만 저으면 오른쪽으로 간다는 건 나도 안다.
관리장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진로를 잡아 다시 젓기 시작한다. 그 노인의 시선만을 신경 써도 소용없겠지만, 우리 보트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그겠지. 보인다고 곤란한 일은 없으나, 아무래도 이목을 피하는 버릇이 붙어버린 모양이다.
계속 젓지만 말고 조금은 느긋하게 있자.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난 반쯤 젓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손을 멈춰보자, 보트는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임을 멈췄다. 공기보다 물의 저항력이 크기 때문일까. 그녀가 내게 기대온다.
자기가 기대놓고 땀 냄새가 난다고 한다.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여자는 냄새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하고.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쪽은 못생겼다거나 돼지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냄새난다는 말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런 말을 하겠다면, 하고 팔을 돌리며 실컷 냄새를 맡게 해준다. 자기 쪽에서 왔으니 불만은 없겠지. 그녀가 깔깔 웃으며 몸을 비틀어댄다. 진심으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알 수 있다. 하지만, 팔에서 놔줘도 벗어나지 않았던 건 예상 밖이었다.
몸을 빙글 돌리고는 내 목덜미를 혀로 핥았다. 짜다고 말하는 표정이 요염하다. 냄새나는 게 아니었는지 물어보니, 딱히 냄새가 싫지는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척 기쁜 대답이지만, 장소가 좋지 않다. 다음은 보류다.
시계를 보니 젓기 시작한 지 삼십 분이 조금 지났다. 지역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지만, 이곳의 보트는 시간제다. 한 시간에 육백 엔이었나. 싸지는 않지만, 시간에 쫓길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 타보니 확실히 재미있다. 그건 데이트라기보다, 보트의 재미지만.
운동을 멈추니 졸음이 다시 찾아왔다. 전철에서 어중간하게 잔 탓인가. 뒤집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보트 안에서 가로눕는다. 크지도 않고, 가로로 칸이 나 있어서 자기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 힘든 곳에서 자는 것 자체는 익숙한 일이기도 하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그녀의 얼굴이 달라 보인다. 역광이라 어둡기도 하고, 둔각이라 크게 보이는 것도 있겠지. 보트 덕분에 시야가 차단되니, 마음에도 약간의 여유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내 마음의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잘 거냐고 물어보기에, 자도 되는지 되물었다. 양팔을 뻗자, 그녀의 볼을 만질 수 있었다. 바람으로 식었는지 차갑고 기분 좋다. 눈을 감으며, 검지로 광대뼈의 감촉을 확인한다. 중지에 닿는 볼살의 부드러움과는 대조적이다.
이대로 가라앉는다면, 잠든 채로 죽는 걸까. 불길한 생각은 지나갔지만, 의식은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신기한 꿈을 꾸었다. 이불을 두 장, 세 장이나 덮어쓰고 있어서 덥고 무겁고 괴롭다. 필사적으로 치우려고 해보지만, 어째선지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발버둥 치고 또 발버둥 치다, 정신이 드니 그녀가 있었다. 가슴 위에 고개를 얹고, 정중하게도 내 양팔을 붙잡고 있다. 보트는 시야를 가려주었지만, 같은 만큼 바람을 가로막아버린다. 살이라는 이불도 있으니 열이 쌓인다. 겨울에는 귀중하지만, 지금 시기에는 너무 이르다.
몸을 꿈틀거리자, 그녀가 눈을 떴다. 잠에 취했는지,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키스를 한다. 지금이 아침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올라타고 있어서 피할 수도 없다. 어차피 한 번뿐이고, 보트 덕분에 보이지도 않겠지. 나도 더위 탓에 약간 될 대로 되라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떨어진 거리를 다시 좁힌다. 혀까지 집어넣으며, 천천히 그녀를 맛본다. 거품이 섞인 미적지근한 느낌은, 기가 빠진 맥주를 떠올리게 한다. 갑작스러웠는지, 열심히 코로 숨을 쉬고 있다. 그녀의 콧물이 입속까지 늘어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아래를 돌보기까지도 해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