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11화
야외
몇 분 정도를 걷자 주변은 완전히 초목에 둘러싸였다. 조금 전까지 휴식했던 연못 주변에서 보일 염려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물 위는 그렇지 않다. 공원 자체가 연못을 둘러싸듯 만들어졌고, 연못을 둥글게 나무로 감싼 게 아니라서 연못에서 향하는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굵은 나무를 등지고 수풀 주변에 허리를 내려본다. 뒤를 돌아보면 연못이 보인다. 이쪽에서 보인다는 건 반대편에서도 보인다는 뜻이다. 단지 머리가 드러나 있을 뿐, 저쪽에서는 고작 검은 동그라미가 보이는 정도겠지.
과연 안심할만한 요소가 될까. 애초에 완벽하기란 불가능하다. 조금 대범해진 건 사실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걱정해도 어쩔 수 없다. 그보다는 마음껏 즐기고 끝마치는 편이 좋겠지.
그녀가 볼을 문지르며 옷을 벗을지 물어본다. 보트에 탄다고 했기 때문인지 오버올을 입고 있다.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소년 같은 패션이다. 사랑스럽고 잘 어울리지만, 하기 불편한 복장이기도 하다.
단지, 벗어버리면 하반신을 그대로 내놓게 된다. 잠깐이라도 누군가에게 들키면 변명할 수가 없다. 서로 고양되기까지는 입은 채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오버올의 좋은 점은 청바지만큼 꽉 끼지 않으면서 옆으로 쉽게 손을 넣을 수 있는 점이다.
그녀의 셔츠에 손을 가져가자, 살짝 습기가 차 있는 게 느껴졌다. 땀이겠지. 내게 냄새가 난다고 했었는데, 남 말 할 처지가 아닌 것을. 얼굴을 가져가니 시큼한 냄새가 올라와 코 안쪽을 간질였다.
그녀는 우반신을 내 가슴에 맡긴 채 옆을 향해 앉아있다. 내게 대항이라도 하듯 어깨에 코를 대며 킁킁, 하고 콧김을 거세게 하고 있었다. 역시 냄새나는지 물어보자, 엄청 냄새난다는 대답을 돌려준다. 오른손으로 코를 집어줬더니 손바닥을 핥짝 핥아졌다.
아무래도 그녀의 냄새 난다는 말은 싫다는 의미가 아닌 것 같다. 그럼 뭐냐고 물어보면 곤란하지만. 오른손을 사이에 찔러넣어 등을 쓰다듬는다. 평소 같으면 그걸로도 기뻐하는데, 오늘은 땀에 젖은 천 너머로 하는 탓이겠지. 어딘가 반응이 좋지 않다.
눈을 바라보자 지긋이 눈을 마주친다. 허락해주었다고 믿고 옷감의 위치보다 아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살집은 좋아졌어도 여전히 등뼈가 선명하게 떠올라있다. 내 팔꿈치까지 넣은 지점에서 옷감이 사라지고 골반에 닿았다.
부자연스러운 자세지만 왼손을 골반 위에 얹는다. 좌우로 흔드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열을 전하는 정도였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녀가 혀로 가지고 놀던 오른손을 떼고 그녀의 목덜미를 꽉 붙잡는다. 조를 생각은 전혀 없으나, 조금 세게 힘을 준다.
눈동자가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면 혀를 얽힌다. 그녀는 몸의 자극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따뜻함이나 부드러움 같은 것에 익숙해지도록 어루만지는 정도가 취향이라는 모양이다. 한편으로 마음의 자극이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목덜미를 깨물거나 가슴을 마음껏 빨리는 등 약간 억지로 해보면 금방 부드러워진다. 성벽이라고 표현하기는 쉽지만, 그녀는 어딘가 지배당하고 싶은 소망 같은 걸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싶다. 성장 배경이 그러하니까, 라는 추측이지만.
다정하게 대해지면서도 억지로 당하고 싶다는 바람을 채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생활감도 강한 아이라서 흥이 나지 않으면 금방 딴생각을 해버린다. 이제 그만하자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저녁 반찬 생각을 하는 정도는 한다.
옆으로 끌어안으며 위에서 입을 맞추자, 타액이 입안으로 뚝뚝 떨어져간다. 그녀의 목이 작게 울린다. 어깨에 손을 얹어 정면을 보게 하고, 가슴의 버튼을 푼다. 슬쩍 그녀가 일어나더니, 오버올이 걸리면서도 발치에 떨어져 갔다.
좌우로 다리를 들어 하반신을 완전히 노출시킨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에 매끈하게 뻗은 다리는 가늘고 길어 보인다. 생각보다 허리의 위치가 높아서, 나 때와는 연대가 전혀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홀린 듯 쳐다봤더니 갑자기 그녀가 턱을 까딱였다.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고 이내 깨달았다. 여자 혼자 벗게 해놓고 자기는 뭘 하는 거냐는 이야기다. 솔직히 난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버튼을 풀었을 뿐인데, 한발 먼저 거기까지 가버린 데에 놀라기도 했다.
다가온 그녀를 그대로 안기에는 조금 높이가 다르다. 아무리 허리 위치가 높아도 키 차이가 있다. 허리를 굽힐까. 아니, 그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힘을 준다. 무겁다. 무겁지만, 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준비가 되었을까. 새삼 걱정되기는 했으나, 첨단이 닿았을 때 기우라는 걸 알았다. 끈적한 감촉은 누구의 것인가. 좁은 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중력에 의해 부드럽게 파고들듯 그녀가 내 물건을 삼켜간다.
곧 내 물건은 뿌리까지 완전히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꼭 맞았던 건 아니다. 아마도 그녀 안은 더 얕았을 터다. 그건 잘 알고 있었다. 몇 번이고 반복하는 동안 조금씩 맞게 변한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