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28화 (228/450)

8년 18화

수건

다리를 내밀도록 부탁했다. 그녀가 양다리를 가지런히 하여 내밀어준다. 엉덩이를 이불에 꼭 붙인 채 양 다리를 띄우는 자세는 어딘가 어리게 느껴진다. 응, 하고 내민 무릎을 위에 뒤꿈치를 얹는다. 수건을 둥글게 감으니 한 겹은 남는다. 다시 한번, 그래도 조금 남는다만.

매듭, 리본을 만들기에는 짧아서 발등 쪽으로 단단하게 묶기로 했다. 아프지 않은지 물어보니 고개를 가로로 흔든다. 막상 시작하면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어째선지 콘돔을 끼거나 옷을 벗기거나,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말이 없어진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다시 수건을 푼다. 한쪽 발에 한 겹, 다른 한쪽 발에 한 겹씩 빙글빙글 감아올리고 다시 끝과 끝을 묶는다. 맨살끼리 쓸리지 않는 편이 피부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지만 똑똑하다고 자화자찬하고 싶을 정도다.

다리가 끝났으니 다음은 팔이다. 자, 하고 신호하니 그녀가 양팔을 뻗었다. 내 쪽이 아니라 머리 위로 치켜드는 모양새다. 누워있으니 머리맡 위쪽이다. 상관없지만. 다가가서 허리를 내리고, 다리와 비슷하게 한쪽 팔씩 수건으로 둘러싼다.

남은 건 한 가지다. 정면으로 돌아가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 불안해 보인다. 그야 그렇겠지. 역시 여기서 그만할까, 하고 물어도 그녀는 무언인 그대로였다. 나 스스로 정하라는 뜻일 터이고, 그건 지극히 정론이다.

그녀에게 입맞춤하고 그대로 수건을 가져간다. 머리 뒤로 묶어버리면 누울 수가 없다. 앞으로 할까 생각했지만, 왠지 웃긴 모습이 될 것 같아 오른쪽 옆머리로 묶어보았다. 보이는지 물어보니, 불이 켜져 있는 건 알 수 있다고. 그것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녀의 준비가 끝나면 내 준비도 해야만 한다. 셔츠에 인너, 슬랙스 벨트를 벗은 시점에서 그녀의 부름이 있었다. 뭘 하고 있는가,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이 불안하니, 뭘 하는지 계속 말해달라고 한다.

지금 오른발을 꺼냈어, 또는 양말을 다 벗었어, 하고 보고한다. 트렁크스까지 벗으며 알몸이 되었다. 네 앞에 서 있다. 귀여운 배를 보고 있다. 작은 가슴이나 조금 털이 나기 시작한 겨드랑이, 목덜미를 엿보고 있다. 말로 표현할 때마다 그녀가 조금씩 몸을 꿈틀거린다.

후우, 하고 옆구리에 숨을 불어넣었다. 햐앗, 하고 사랑스러운 비명을 올린다. 들어본 적 없는 소리다. 내 앞에서 그녀는 항상 침착하고 느긋하게 행동한다. 어리광부릴 때나 어린아이다울 때도 어딘가 여유가 있고, 어린 여자아이 특유의 톤 높은 소리기는 해도 목소리는 낮았다.

그녀는 행위 중에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숨을 거칠게 내쉬거나 우우, 하고 신음하는 정도다. 짐승 같은 소리라면 있지만. 날 때부터 그런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소리를 참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난 여자의 높은 목소리에 별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높은 소리는 귀에 울리고 아프다. 하지만, 이렇게 귀에 닿는 그녀의 교성에는 이성을 미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좀 더, 다시 한번 듣고 싶다. 기뻐하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어렸을 때 좋아하는 아이에게 장난을 쳤던 것 같은 장난기도 간질여진다.

조용하게 그녀의 소극적인 가슴 정상에 손가락을 가져간다. 검지의 손끝으로 일 밀리, 이 밀리씩 문지른다. 허를 찌르듯 좌우로 리듬을 바꾼다. 도망치듯 상반신을 일으켜 한쪽을 숨기면 다른 한쪽은 내 쪽으로 내밀게 된다. 내밀어진다.

빤다. 자세로 보면 그것 말고는 없다. 핥는 것도 아니고 깨무는 것도 아니다. 빨대로 주스라도 마시듯 일심불란히 유두를 빨아댄다. 의성어라도 떠오를 것처럼 가볍고도 기세 좋게 부풀어 올랐다. 꼿꼿하게 우뚝 서버린 유두는, 원주보다는 사각주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입가에 타액이 흘러내리고 있다. 볼 수 없다는 일이 자기 주변을 신경 쓸 수 없게 만들기도 하는 걸까. 평소보다 무방비하고, 그것이 더욱 소녀다움을 배가시킨다. 하고 있는 일은 틀림없는 어른의 행위지만.

오른쪽을 했으니 왼쪽인가.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빈틈을 노리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더욱 매력적으로 비쳤을 뿐. 끌어당겨지듯 배 중심에 있는 우묵한 장소에 혀를 넣는다. 생각보다 얕았고, 의외로 깊다. 가로막히고 나서가 길었으니까.

오른쪽 위, 왼쪽 위, 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의 네 귀퉁이로 우묵하게 나누어져 있다. 각각에 서로 다른 구멍이 펼쳐져 있다. 찌르고, 간질이듯 긁고, 꾹 눌러본다. 어떤 작용일까. 그녀가 엉덩이를 바닥에 꾹꾹 억누른 채 있는 힘껏 배꼽을 들어 올린다.

나도 모르게 열중하자, 그녀가 헐떡이며 목소리를 올렸다. 이제 됐으니까, 하고 연신 부탁한다. 뭐가 됐다는 걸까. 넣을 준비가 됐다는 건가. 콘돔을 낄 테니 잠깐만 기다리듯 말하자, 발로 차였다. 오늘은 그게 아니잖아, 하고.

몇 초 생각하고 나서야 겨우 떠올릴 수 있었다. 확실히, 발단은 정자가 진해지는가 어떤가 하는 이야기였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야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게는 딱히 새로운 일도 아니고, 그렇게 재미있는 일도 아니니까.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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