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19화
소프트 SM
약간의 저항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양쪽 겨드랑이에 무릎으로 걸터섰다. 이대로 엉덩이를 내리면 그녀의 가슴에 올라타 버린다. 저열한 남자나 할 법한 자세다. 문제는 내 물건이 우뚝 서 있다는 점이다. 위를 가리키고 있으니 누워있는 그녀와는 반대편을 향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네 발로 엎드려 그녀 위에 지워진다. 물론 체중은 걸치지 않는다. 그런 자세가 될 뿐. 자, 하고 말하니 냄새로 깨달은 모양이다. 그녀가 머리만을 일으켜서 내 물건을 머금었다. 하지만 내 위치가 좋지 않았다. 입술이 장대의 중간 정도밖에 닿지 않아, 끝부분을 잘 물지 못한다.
한심한 자세 그대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간다. 그녀의 콧등에 스쳐서 묘하게 기분 좋다. 입안 가득 물어졌을 때는 거의 사정 직전이었다. 조루끼가 있다는 말을 들어도 반론할 수 없지만, 오래 참아온 탓에 민감해지기도 했다.
말을 걸어보자, 그녀가 팔을 굽히고는 내 가슴을 두드린다. 괜찮다는 신호겠지. 혀의 자극이 더해져 물건 뒷줄기를 덧쓴다. 동시에 무언가가 등줄기를 달렸고, 눈치채보니 사정이 시작되었다. 사정과 사정 사이가 무척 짧은 신기한 감각이다. 보통은 두세 번씩 맥박치는 그 느낌이 없다. 수도꼭지를 비튼 것처럼 처음 기세 그대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단지, 고동치는 느낌이 없는 탓일까. 다 내버렸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그 느낌을 재현하고 싶어져서, 의식하지 않고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장대가 흔들릴 때마다 조금은 충족된다. 항상 그녀가 빨아내 주는데, 하고 생각하고서야 떠올렸다. 자신이 아직 입 안에 그대로 있다는 것을.
황급히 뽑아내니 그녀가 가볍게 숨을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과하지만 항의의 말이 없다. 그 대신 확실히 진하네, 하고 중얼거린다. 내게 들려주는 말이라기보다는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끈적하고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든다고.
나는 어떠냐면, 반쯤 방심 상태였다. 생각해보면 보름 만에 하는 사정이다. 아직 몇 번인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곧바로는 무리다. 그런 식으로 되어있지 않으니까. 그녀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일어서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느긋하게 있으니, 그녀로부터 이제 끝이냐는 질문을 받고 말았다. 끝낼 생각은 없지만 당장은 무리려나. 그렇게 정직하게 대답했다. 등불 아래에서 그녀의 나신이 빛난다. 그게 내 팔 아래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있지, 하고 그녀가 말을 꺼낸다. 안 보이니까 말하는 건데. 요즘, 기분 좋다는 걸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따뜻하거나 간질간질한 느낌만이 아니라, 머릿속이 뒤섞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저기, 하고 나를 부르는 말을 듣고 이해했다. 만족한 건 사정한 나뿐이고,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야 그렇다. 이런 말을 하게 만든 자신이 한심해진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그 고백을 듣고 준비가 완전히 끝마쳐졌다.
한바탕 일이 끝나고 나니 굉장히 졸리다. 몸을 거듭하는 일보다 사정하는 것 자체에 지친 느낌이다. 무척 나른하고, 이대로 잠들고만 싶다. 꾸벅꾸벅하며 그녀의 수건을 하나씩 풀어간다.
눈을 덮은 수건을 풀자, 그녀가 안녕하고 인사했다. 아침도 아니고, 자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둡지도 않았을 테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겠지. 잘 자라고 돌려주니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씻지도 않고 행위를 하더니 상대가 그대로 자려고 하니까.
당장 한 소리 들을 줄 알았으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섰다. 난 내버려 두고 혼자라도 샤워하러 가는 걸까. 그래도 좋다. 눈을 감으니 불이 꺼진다. 한 켠에 살덩어리가 다가온다. 비린내 나는 생물의 향이다.
얇은 이불이 덮인다. 잠시 지나서 머리에 무언가가 닿더니, 뒷머리에 작은 손이 더해진다. 머리를 통째로 끌어안고 있는 걸까. 살결의 따스함을 지닌 젤리에 감싸진 듯한 어렴풋한 착각 속에서 의식이 뚝 끊어졌다.
눈을 떠보니 머리가 무겁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눈동자를 열어도 어딘지 잘 모르겠다. 두세 번 숨을 들이쉬다 보면 마른 타액과 정액이 섞인 독특한 냄새를 싫어도 눈치챈다. 멍한 머릿속에 어젯밤 일이 다시 떠오른다.
어젯밤엔 아랫배가 가벼워진 느낌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그대로다. 아침이라서 그럴 가능성도 높긴 하겠다만. 신혼이란 삼 년 정도를 말한다고 한다. 그녀가 아내 선언을 한 게 오학년이니 삼 년 전이다. 신혼집은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하니 이게 보통이 아닐까.
숨을 불어넣는다. 앞에는 아마 그녀의 배가 있다. 몇 번인가 반복해보니 그녀가 몸을 움찔거렸고, 몸이 일어난 탓인지 그녀의 배가 꼬륵꼬륵 울기 시작했다. 이건 한 판 시작하기 전에 밥이 먼저일 듯 하다. 오늘은 토요일. 휴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