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35화 (235/450)

8년 25화

바다

바다에 가자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이어지는 말은 가도 되는가, 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한 말은 바다에 데려가 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뭐랄까, 여성은 세 단계 정도를 건너뛰고 이야기를 만드는 재능 같은 게 있다..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친구가 바다로 놀러 가자고 권했다. 전철로 한 시간 정도 갈아타면 갈 수 있으니 반 친구끼리 해수욕이라도 하고 싶었겠지. 여자가 몇 명, 남자가 몇 명이라고 하니 즐겁고 신나는 그룹 교제 같은 걸까. 그런 것과는 인연이 없었던 나는 잘 상상하기 어렵다만.

그녀는 가정부(家政部)라는 부 활동에 들어가 있다. 요리도 하고 손가방이나 머플러 같은 뜨개질도 한다고. 한 가지로는 부원을 모으기 어려우니 잡다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모아본 거겠지. 도서위원이 있는 탓에 전용 부를 만들 수 없으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가정부나 미술부에 들어간다고 한다.

부 활동이든 뭐든 해주겠다던 그녀가 선택한 부가 가정부라는 것에 죄악감은 있다. 귀찮아하니 운동부는 싫었겠지만, 그건 내 이기적인 해석이다. 도서위원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고정적인 업무가 있어서 귀가가 늦어지기 때문일 테니. 그렇다고 본인이 아무 말 하지 않는데 참견하는 것도 싫다고 한다.

아무튼 가정부에 모이는 학생은 얌전하다. 남자도 몇 있는 모양이지만, 합숙도 없나 하면 멀리 놀러 가는 일도 없는 것이다. 권해온 건 같은 반 친구로, 그것도 평소에 관심 있는 여자아이니까 말을 걸어보았겠지. 그 권유가 나한테 돌아왔으니 그 친구에게는 미안하게 됐다.

물론, 권한다면 거절하지 않는다. 사회인에게 여름 휴가다운 휴가는 없지만, 연휴 정도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언제 간다기보다 어디로 가는지가 문제였다. 반 친구들과 마주치게 되면 좋지 않다. 가까운 곳은 갈 수 없다는 의미다.

멀리 나가게 되면 당일로는 너무 부산스럽다. 차라리 여행이라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 온천은 어떨까. 저녁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어차피 이동한다면 현(県)내를 고집할 필요도 없고, 일본 전국을 시야에 넣으면 얼마든지 꿈을 그릴 수 있다.

단, 해외는 과연 무리다. 실은 그녀는 일인 가구로, 우연히 등록 주소가 나랑 같다는 것으로 되어있다. 학교에 제출되는 보호자란에 내 이름이 적혀있지만 엄밀히는 관계없는 사람이다. 양자 신청뿐만 아니라 조사가 필요한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도 비슷할 테니 부주의하게 신청하러 갈 수는 없다.

일전의 연못 주변의 공원도 일단은 옆 현이었다. 하지만 현 경계를 조금 넘었을 뿐이지 번화가에 놀러 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나 오키나와, 오오사카에 토쿄 같은 선택지라면 떠올리기만 해도 두근두근하다. 나조차도 그러니 그녀는 더욱더 그렇겠지.

아오모리, 아키타, 미야시로 같은 *토호쿠(東北)도 좋고, 차라리 후쿠오카나 카고시마 같은 *큐슈(九州)라도 좋다. 어디를 가든 해수욕장 정도는 있겠지. 유명한 장소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온천도 있다. 화기애애하게 떠올리는 지금이 가장 즐거운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장소를 정했으니 다음은 묵을 장소다. 청결감 있는 유명 호텔이나 노포 여관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보는 눈이 있다.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내려면 요즘 유행하는 숨은 별장 풍의 숙소가 있다. 코티지를 빌려서 며칠인가 지내는 형식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건 조금 더 세련된 형식이다.

인기 있는 장소일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그녀가 눈썹을 모으며 페이지를 넘긴다. 구석진 곳, 구석진 곳 하며 찾아보니 적당한 가격도 눈에 들어온다. 설비도 평판도 좋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정말 온천 밖에 장점이 없는 곳이다.

나로서는 다소 가격이 있더라도 좀 더 즐거운 곳이 좋지만, 그녀가 만족하니 굳이 말하지는 않는다. 요즘의 굉장한 점은 그 자리에서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는 부분이다. 신칸센 티켓이나 숙소의 예약도 인터넷상으로 접수가 끝난다.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

그럼 이제 일은 끝났다. 차라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지내볼까. 그렇게 마음먹어도 그녀가 물러나지 않는다. 브라우저 검색란에 옷 브랜드 같은 걸 입력하고 있다.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더니 어느 것이 좋은지 물어보는 지경이다.

입고 갈 옷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바보 같은 말인가 싶겠지. 숙박 비용을 아껴놓고 옷을 산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비웃음을 사지 않을 만한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당연하다는 양 말해온다. 옷을 사는 것 자체는 뭐라 하지 않겠는데, 논리를 비약하는 재능이 있다.

*토호쿠는 일본 동쪽, 큐슈는 남서쪽에 위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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