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26화
*에키벤
그녀에게는 두 번째 신칸센이다. 짐 대부분은 내가 들고 있어서 개찰구를 빠져나갈 때는 두 장 모두 그녀에게 넘기고 들어왔다. 전철이 도착하기까지 이십 분 정도 남았다. 일본의 굉장한 점은 신칸센이라고 해도 오 분 간격으로 떠난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홈으로 가더라도 탈 수는 없다.
그 십오 분을 어떻게 사용하냐면, 도시락을 둘러본다. 개찰구 바깥에도 도시락 매장은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 보다. 안에도 매장이 있다고 말했더니 한번 보고 싶다는데, 사실 별 차이도 없고 바깥쪽이 종류는 풍부할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홈에서 팔고 있다는 점이 다르게 느껴지는지, 훨씬 즐거운 느낌으로 에키벤을 둘러보고 있다. 대나무 잎으로 말아놓은 스시도 있고 야끼니쿠를 얹은 도시락도 있다. 정평 음식은 계절이나 장소 상관없이 두는 법이니 에키벤이라 해도 정취가 있는 건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스시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채소 가득한 건강 밥상이라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규탄도 좋고 갈비도 좋은데 닭고기 소보로도 맛있어 보인다며 오직 고기고기고기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육식동물은 맛없다고들 하는데, 그녀는 분명 맛이 없을 거다.
디저트가 없다며 불만스럽게 토산물을 바라보니 무서울 정도다. 두 시간도 타지 않는데 도시락에 간식까지 들고 추가로 디저트까지 먹을 생각이라니. 신장도 쭉쭉 늘어나서 백 오십이 넘었다고 한다. 성장기니까 먹으면 되겠지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압도당한다.
차내에서는 이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아직 열한 시도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벌써 도시락을 달라고 조른다. 먹으면 안 될까, 하고 오분 마다 되풀이한다. 망가진 라디오 같다. 이십 분 정도가 지나자, 열한 시도 넘었고 말리기도 지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야끼니쿠 갈비 도시락을, 나는 대나무 잎 스시를 먹는다. 기세 좋게 우걱우걱하고 입에 집어넣더니 맛에 대한 감상을 들을 틈도 없이 전부 먹어버렸다. 심지어는 내 도시락까지 빤히 바라본다. 어떻게 평소의 몇 배나 식욕이 넘쳐흐르는지 너무나도 신기하다.
조금 먹어볼래, 하고 물어보니 고개를 흔든다. 눈치를 봤다기보다 스시가 무서운 거겠지. 그럼, 하고 먹고 있으니 역시 쳐다본다. 먹을 건지 물어보니 또 고개를 흔든다. 귀찮은 아이다. 유부초밥을 집어 입에 넣어준다.
한 입, 두 입 먹고는 내 손가락까지 핥는다. 맛있네, 하고 생글생글 웃는다. 다행이네, 하고 식사를 재개해도 그녀의 시선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반 정도는 뺏기고 말았다. 사이의 팔걸이도 올려버리고 달라붙는다. 아무래도 들떠있는 모양이다.
이동할 때나 관광할 때는 사람 눈에 띄는 걸 피해야만 한다. 이 상태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으니 불안하다. 괜한 짓을 하기 전에 도착할 때까지 자고 있도록 제안했다. 그러자 돌아눕더니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린다. 이건 아웃인가 아닌가.
신칸센이 도착하고 거기서부터 전철로 한 시간, 정말 아무것도 없다. 관광지라 부르기도 민망한 쇠퇴한 시골 마을이다. 역 앞에 왜건이 서 있고 예약한 여관의 이름이 인쇄되어있다. 도착 시각은 미리 고지해두었다. 손을 흔들자 운전석에서 *핫파를 입은 남자가 굴러 나온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곤혹한 이유는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왜 이런 곳에, 하고 어느 쪽이나 생각하고 있다. 이십 대 전반으로 나와 그녀의 중간 정도로 보인다. 시골은 일거리도 적으니까, 하는 실례되는 생각도 든다.
머리는 밝은색으로 물들이고 적당히 빗겨 넘긴 모습이다. 따로 일을 찾기보다 타성에 젖어 가업을 돕는 느낌일까. 자신보다 연하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하고 좋다. 태도나 말투도 요즘 젊은 세대라 정중한 말씨기는 해도 전혀 겸손한 느낌은 아니다.
이런 젊은이를 만나면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 회사에서도 몇 명의 얼굴이 떠오른다. 난 딱히 경의를 가지고 접해주기 바라지는 않으니 이걸로 충분했다.
그래서 그랬겠지. 콘돔 같은 건 없으니 필요하시면 편의점에 들리죠. 그런 말을 들어도 놀라움은 없었다. 쉽게 들키는 법이구나 싶었고, 의외로 아무렇지 않구나 싶기도 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아니라 이 청년이 특수할 뿐이겠지만.
일단 정색해버리니 호기심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럼 편의점으로, 하고 부탁하며 물어본다. 꽤 있는 법인가, 하고. 으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끝에 그거 말고 할 일이 없으니까, 하는 굉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망설였다기보다는 당연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은 분위기다.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하고 말하면서도 초등학교도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첫 경험이 끝나는 법이라고. 대부분 반 친구나 근처에 사는 소꿉친구지만 동경하는 숙부가 상대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그도 어머니의 여동생을 무척 좋아했다고.
이런 시골로 시집오는 사람도 없으니 아는 사람끼리 커플이 성립한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친척끼리 내연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그걸로 괜찮은지 묻고 싶어진다. 안된다고 해도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다만.
청년이 조용히 따라오던 그녀에게 묻는다. 이 사람이 무섭거나 싫지는 않은가.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내 셔츠를 붙잡았다. 그럼 괜찮은 거 아냐, 하고. 실로 가벼운 느낌이다. 앞으로 일본은 팍팍 아이를 낳아야 한다니 주정꾼이 따로 없다. 콘돔을 사러 편의점으로 안내하는 남자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역이나 기차 안에서 파는 도시락.
*소 혀
*주로 축제에서 입는 얇은 전통 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