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38화 (238/450)

8년 28화

연회

요리는 맛있었다. 신선한 회가 일본주에 잘 맞았고, 조림은 그녀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솜씨가 좋은 게 아니라 단순히 신선한 덕분이겠지. 서투른 건 아니지만 가게 음식보다는 가정 요리 같다. *소찬이 나와도 곤란하니 감사하게 받는다.

손님이 적은 탓인지 굳이 여주인도 얼굴을 내밀었다. 나보다 조금 아래인 삼십 대 초반이나 이십 대 후반이겠지. 그 청년의 아내라고 한다. 어머니의 여동생 이야기는 사실이었던 건가. 그러면 그 남자는 그냥 직원도 아니라는 뜻이다. 가족 경영이란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여주인도 우리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시골 소문의 속도를 실감한다.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나 싶었더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확증을 얻으려 한다. 그녀도 그녀대로 같이 떠들기 시작하니 멈출 틈이 없다.

체념하고 있으니 청년이 다가와 술을 따른다. 잘 보니까 자기 잔까지 준비해왔다. 네가 마시면 누가 숙소까지 태워주는가. 왁자지껄하다 보니 청년의 지인인지 친구인지가 몇 명이나 찾아왔다. 그녀는 그녀대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부르지도 않았고 바라지도 않은 연회가 이미 시작되고 말았다. 오늘은 아들 상대를 해줘서 고맙다며 청주 병을 기울인다. 낮에 돌봐준 꼬마의 부모겠지. 억지로 떠맡겨놓고 고맙다는 한마디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술은 맛있다. 밥도 맛있고. 마시는 동안에 아무래도 좋아진 것도 분명했다. 그녀도 전혀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건 즉, 마시더라도 멈출 수 없고, 혼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쭉쭉 마시다 보니 그것도 마음에 들었나 보다. 다소 무뚝뚝해도 술만 세면 된다는 풍조가 느껴진다.

정신이 들자 날이 밝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완전히 숙취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잘 알아들을 수 없다. 표정으로 설교를 한다는 건 알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높은 소리가 귀를 지날 때마다 아픔이 달린다. 울고 싶어졌을 때쯤 누군가 다가와서 그녀를 데려가 주었다.

반나절을 푹 자고서야 몸 상태가 돌아왔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서 무척 배가 고프다. 그녀는 가끔 얼굴을 비치고는 사라졌다.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서서 맹장지를 열자 그녀 본인이 앉아 있다. 놀고 있어도 괜찮았는데, 걱정을 끼치고 말았다.

익숙한 느낌으로 그녀가 부엌까지 달려간다. 점심 리퀘스트를 묻는 시점에서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여주인이 혼자 부엌 의자에 앉아있다. 요리장이나 그 청년들을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니 숙취로 쓰러져있다고.

당신이 세니까 다들 신나서 그래요.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데, 나는 그저 말려들었을 뿐이다. 불만을 표할 정도는 아니나, 기다리게 한 그녀에게는 미안하다. 어찌 됐든 점심을 부탁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단둘이 되자, 그녀가 기쁜 표정으로 말을 걸어온다. 이것저것 배웠으니까 이번에 해줄게, 의 이것저것이 뭔지 모르겠다. 주부만 잔뜩 있을 테니 배울 일은 산더미처럼 있겠지. 요리인가 세탁인가. 개인적으로는 청소를 하도록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여주인이 다가왔다. 소쿠리 우동이다. 덥지 않게 간편히 먹을 수 있고 잘 넘어가는 음식이 좋다. 주문 대로의 요리다. 사이가 참 좋네요, 하고 미소짓는다. 장국과 고명을 왕복하며 곧 가겠지 싶었다.

예상과 달리 그녀는 자리에 올라왔다. 잘 보니 접시가 세 개 있다. 혼자 먹기 뭐하니까, 라는데 손님이랑 같이 먹는 것도 어떤가. 그 남자도 그랬지만 여기는 접객업을 한다는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친척이라도 부른 기분인 게 아닐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기는 원래 여관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몇백 년쯤 전에 지어진 건물로 그 가벼운 남자가 깔끔하게 개장했다고 한다. 그 낡은 민가도 그렇다. 시골이라 일이고 뭐고 없지만 도시로 나가기는 싫었다. 온천은 있으니까, 하고 한창 유명한 숨은 별장풍 여관으로 바꿔본 것이라고.

부모는 어느 쪽도 농가여서 접객업과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으니 이렇게나 가볍다. 이걸로 돈을 벌 생각이라면 조금 더 진지하게 하는 편이 좋다. 우리는 새삼 어쩔 수 없지만 이래서는 손님도 화를 내며 돌아가겠지.

충고해줄 생각으로 늘어놓았지만, 이미 몇 명인가 찾아와서 방문해서 화를 내며 돌아갔다고 한다. 혹은 그 낡은 민가에 틀어박혀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고. 우리 같은 사연 있는 가족이나 AV 촬영에는 좋을지도 모르겠다. 세트장이 너무 특수해서 이미지 클럽 같겠다만.

그녀는 당당하게 알콩달콩할 수 있고, 어엿한 여자로서 대해주는 것을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가능하다면 이사라도 할 기세지만, 내게도 일이 있다. 일거리가 없는 과소지역이니 이 정도로 성에 느슨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푸짐한 한상(会席)과 가벼운 요리(懐石)의 발음이 카이세키로 같음.

0